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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TS May 25. 2024

# 41. 키르기즈스탄에서 자연 속에 스며들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 아무데나 찍어도 윈도우 바탕화면이다.

21th 국가: 키르기즈스탄

24th 여정: 비슈케크, 송쿨, 이식쿨 (8.15-8.21)



그간의 여정(3.10 출발)

인도를 떠나 키르기즈스탄을 향한다.


D+158일(2017.8.15.) in 델리  비슈케크


델리에서 키르기즈스탄을 향해 이동한다. 직접 갈 수는 없고, 우즈베키스탄의 타시켄트 공항 경유해야 한다. 다양한 사연으로 한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우즈베크스탄의 타시켄트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30분 경. 비행기가 예정시간보다 늦게 도착하였지만, 키르기즈스탄행 비행기를 탑승하기 위해서 4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그 시간 동안 동환이가 준비해온 “플립”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나름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첫사랑에 우여곡절에 대한 풋풋한 이야기들을 담은 영화를 보다 보니, 심쿵 지수가 자체적으로 올라가게 된 듯 싶었다.


비행기를 참 많이 탔으면서도, 늘 공항은 설렌다.


타시켄트에서 키르기즈스탄의 비슈케크까지는 매우 가까웠다. 그러나 출발 시간이 늦기도 했고, 시차가 반영되고 보니, 비슈케크 공항에 내렸을 때는 이미 저녁 8시가 넘어서 해가 진 이후였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방법이 요원하여, 택시를 이용하려고 했는데, 일반 가격보다 100솜 정도를 싸게 해준다는 말에 혹하여, 호객꾼 무리를 따라갔다가 젊은 패거리들에게 둘러쌓여서 제법 실랑이를 하게 되었다. 출발 전 분위기가 이상하여 차에서 내리려고 했지만, 트렁크에 실은 짐을 빼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실랑이 끝에 짐들 되찾아 차에서 내릴 수 있었고, 정가인 600솜을 주고, 정식 택시에 탑승을 했는데, 이 택시기사가 친절해서 그 전까지 젊은 호객꾼 패거리들 때문에 짜증났던 마음이 전부 해소가 되었다. 늦은 시간, 숙소에 전화해서 위치를 확인하고, 숙소 앞까지 데려다 준, 이 택시기사가 고마워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사람에게 받은 짜증은 사람을 통해서 해결이 된다. 친절한 택시 기사 아저씨 덕에 키르기즈스탄에 대한 호감도가 커진다.


숙소 체크인 후에는 짐을 풀고나니, 저녁 9시 30분이다. 공항에서 하루를 온전히 보낸 셈이다. 그래도 근처 식당에서 키르기즈스탄에서의 첫날을 축하했다. 아직 키르기즈스탄은 잘 모르지만, 인도의 정신없음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4년 전, 이녀석들이 아직 고3이었을 때는, 이렇게 이국땅에서 이녀석들과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시간은 참 오묘해서 뜻하지 않았던 일들을 경험하게 한다. 내일은 동환이가 준비한 계획에 따라, 송쿨인가 하는 호수 근처로 이동하고, 그로부터 3일 간은 말을 타고 초원을 달릴 예정이다.




D+159일(2017.8.16.) in  비슈케크  코치콜


어제 저녁 늦게 숙소에 도착해서 그 다음날 체크 아웃을 하는 상황이니, 잠시 몸만 누이고 떠나야되는 상황이었지만, 키르기즈스탄에서 첫날을 보냈던 숙소의 느낌은 무척이나 친절하고 따뜻했다. 그래서 머무른 시간과는 상관없이 기분이 좋아지고, 친근해지는 느낌이었다. 내일은 3일간 초원에서 말을 타는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때문에, 투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오늘은 호수 근처의 외곽도시인 코치콜이라는 곳으로 이동해야 했다. 대략 3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그 전까지는 비슈케크 시내 투어를 하다가 코치콜로 이동할 생각으로, 숙소에 짐을 맡겨 두고 아침에 길을 나섰다.


아침을 먹지 못해서, 근처의 마켓에서 샌드위치와 음료수, 과일까지 3명 분량으로 구입했건만, 그 전체 금액이 3,000원 정도가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너무도 착한 물가에 행복해졌다.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택시를 타기 위해 큰길로 나오다가 미용실을 발견하였다. 미용실 안을 엿보다가, 언니가 귀엽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현규(현 검사)로 하여금 강제적으로 머리를 자르게 했다. 남현규 검사는 놀리는 재미가 있다.  역시 200솜(3,000원) 정도 되는 금액으로 너무도 친절하게 정성을 다해 머리를 다듬어 주는 미용실 언니에게 감동하여 연신 “하라쇼(최고)”를 외쳤더니, 처음에 낯선 남자들을 경계하던 미용실 언니도 마지막에는 같이 사진을 찍고, 이름을 묻기까지 하였다.    


해외에서 미용실을 이용하는 재미를 누리는 편이다.


미용실을 나와서 ‘코치콜’로 가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이동했다.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았지만, 손짓발짓으로 물어물어 ‘코치콜’로 이동하는 차편을 찾았는데,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하다보니, 관광객인 우리들에게 조금이라도 비싸게 금액을 물리려는 호객행위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그러한 요구들에 대해서 우선 시내 관광을 한 후에, 오후 3시에 ‘코치콜’로 이동할 것이니, 그 때 보자는 말로 넘길 수 있었고, 대략적인 금액이 1인당 (300솜)4천500원 정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치콜’까지 이동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으니, 일단 비슈케크 시내 관광을 먼저 하자는 생각에,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큰 로컬 시장이라는 ‘오쉬 바자르’를 방문하기로 했다. 그 후, 지나가는 택시를 잡았는데, 이 택시 기사가 어느 정도 영어를 할 수 있어서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그렇게 그와 이야기하다가, ‘코치콜’까지 택시를 전세내서 갈 수 있는지를 제안했는데, 그가 총 1,400솜(2만원) 정도면 갈 수 있다고 해서, 그에게 ‘코치콜’까지 운전해줄 것을 부탁했다.

택시 기사 아저씨는 비슈케크 시내의 투어까지 안내해주었다.
오쉬 바자르는 참 크고, 흥정하는 재미가 있는 볼 거리 많은 시장이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택시를 전세를 내어 이용하게 되었다. 29살의 기사는 태어난지 3개월 된 딸이 있었고, 이 딸을 위해서 투잡(경호원과 택시기사)을 하고 있는 멋진 가장이었다. 그는 기꺼이 우리들의 가이드가 되어서 시내 관광 및 유심구입, 식당 안내 등등의 일을 도와주고, 이동을 도와주었다. 그리고 오후 3시가 되어 숙소에서 짐을 찾은 후, ‘코치콜’로 출발했다. 이동하는 길은 제법 멀었지만, 날씨도 무척이나 좋고, 도로 사정도 좋아서 마치 드라이브하는 기분이었다. 그리하여 ‘코치콜’까지 너무도 즐겁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너무도 친절하게 도와준 것이 고마워서, 운전기사에게 원래 약속보다 더 많은 1,800솜(3만원)을 주었다. 덕택에 숙소까지 쉽게 도착할 수 있었다.

택시를 전세내어서 코치콜을 향했다. 택시 전세 비용이 저렴했다.


 ‘코치콜’의 숙소는 홈스테이같았다. 우리가 숙소에 도착하자, 마치 친척이 온 것처럼 맞아주었다. 이런 낯선 환대가 어색하면서도, 즐거웠다. 그래서 이 흥겨운 분위기에 동화되어서 금새 친밀함을 느끼게 되었다. 숙소에 주방이 있어서, 현규가 준비해온 불닭볶음면을 기본 베이스로 하여, 나름의 요리를 하여 만찬을 하였다. 오늘 하루의 만족도가 너무 크다보니, 이대로만 남은 일정이 진행되면, 키르기즈스탄은 우리 여행목록 중, 최고의 장소가 될 거 같다는 이야기들을 서로서로 하였다. 이 좋은 여행지를 그동안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의아하다. 이 세상에 이렇게 감춰진 매력적인 곳이 더 얼마나 많을까.

키르기즈스탄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송쿨 호수 투어 프로그램은 '코치콜'을 베이스로 진행된다. 일단 코치콜에 머무는 게 현명하다.




D+160~162일(2017.8.17.~19) in 코치콜  송쿨 호수


동환이의 군대시절 후임병이 키르기즈스탄에서 10년간 생활하고,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던 친구라고 했다. 이 친구의 강력한 추천으로 동환이가 키르기즈스탄을 방문하기를 희망했던 것이고, 여름 즈음하여 인도에 있던 나와 연락이 닿고, 거기에 현규까지 동참하면서 이렇게 인도와 키르기즈스탄, 카자흐스탄 3개국에 걸친 여정이 진행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여행의 진행은 동환이와 현규가 이끌어가고 있고, 이 녀석들이 준비한 밥상에서 수저만 들고 있는 형국이다. 그리고 동환이와 현규가 키르기즈스탄을 여행지로 선택하면서, 꼭 하기로 다짐했던 것이 바로 송쿨 호수를 향하여 가는 3일간의 유목민 생활이었다.

코치콜에서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차량을 타고 송쿨 근처의 산악지역으로 이동한 후, 나귀를 타고 송쿨 호수까지 가게 된다. 우리는 2박 3일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야영을 위한 옷가지들을 챙겼다. 송쿨은 해발 고도 3,040미터 되는 곳에 있는 제법 큰 호수로서, 여름인 지금도 새벽에는 영하로 떨어져서 방한 대책을 철저히 해야한다고 했다. 문제는 내가 여행 중에 옷가지들을 거의 버렸기 때문에 몸을 따뜻하게 보호할 수 있는 옷들이 없는 상태였다. 다행히 머물고 있는 숙소 주인이 몸을 감쌀 수 있는 후드티와 점퍼를 빌려줘서 출발준비를 할 수 있었다. 동환이가 여행 전에 예약했던 여행사에서 차량 픽업이 숙소로 왔고, 이 차를 타고 2시간 가량을 이동해서 송쿨 인근의 30km 지점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니.. 가이드와 말 4마리가 대기하고 있었다.


말을 타기 전에, 어떠한 교육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타라고 했다. 처음에는 평지를 따라서 말타고 이동을 하겠거니 생각을 했는데, 바로 앞에 있던 거대한 산을 말을 타고 넘어서 더 깊은 협곡으로 들어갔다. 말들은 이미 어느 정도 훈련이 된 상태여서, 다루기가 크게 어렵지는 않았지만, 산을 넘고, 물을 건너고, 바로 옆으로 절벽 사이를 지나다 보니, 말이 미쳐서 폴짝 점프라도 하면, 세상을 하직할 일이 벌어질 상황이라, 간혹 심장이 쫄리는 일들이 벌어지기는 했다. 그런데 동환이와 현규는 둘째 날부터는 말을 정말 잘 탔다. 마치 화랑의 후예처럼.

나귀를 타고 계속해서 산악길로 이동한다. 옆을 돌아보면, 윈도우 바탕화면이다. 아름답고 평화롭다.


그렇게 3일간의 일정을 보내게 되었다. 일정은 심플했다. 말을 타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다가 유목민들이 기거하는 둥근 원형의 움막집(유르크)에 이르러 점심을 먹고, 또 한참을 가다가 저녁 6시 무렵에 마찬가지로 둥근 원형의 움막집에 도착하면, 거기서 저녁을 먹고, 또한 그 안에서 잠을 자는 것이다. 그리고 날이 밝으면, 거기서 아침을 먹고, 동일한 여정을 반복하는 셈이다. 유목민들은 워낙 육류를 많이 먹기 때문에, 그들이 준비해주는 식사는 당연히 양고기인데, 그게 별로 좋지 않았다. 음식에서 견디기 힘들 만큼 거북한 냄새가 많이 났기 때문에, 식사 때마다 제대로 먹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채식주의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유목민의 육류 식사를 따라 먹는 것은 힘들었다.


유르크 생활은 흥겹지만,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확실한 방한대책.  둘째, 컵라면-음식이 힘들다


그리고 밤마다 너무 추었다. 준비해간 모든 옷을 껴입고, 침낭과 유목민들이 준 이불을 덮었지만, 새벽마다 추위에 떨어야했다. 그러다보니 잠을 자도 상쾌한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말을 타고 이동하는 것이 처음에는 신기했지만, 그것이 하루 8시간 이상의 탑승이 되고 보니, 엉덩이와 무릎, 허리가 너무도 아파서, 잠들기 직전에는 서로서로 신음소리를 낼 뿐이었다. 그러나 유르크 밖으로 나오면 하늘에는 별이 가득했다. 사하라사막 마라톤 중에 봤던 쓰러지게 많은 별로 가득찬 밤하늘을 다시 보게 되었다.

너무 춥지만, 하늘은 너무도 아름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쿨까지 이동 중에 만났던 키르기즈스탄의 협곡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낮의 날씨는 춥지 않았고, 그 맑은 공기와 햇살 가운데 말을 타고 꿈같은 풍경 속을 거니는 것은 참으로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송쿨까지 2박 3일 동안 말을 타고 이동하는 비용과 식사비용을 포함한 전체 금액은 일인당 120달러였다. 한국에서 1시간만 말을 타도 몇 만원씩 하는 건데, 3일 내내 말과 함께 생활하며, 비록 열악하기는 했지만, 식사와 숙박까지 포함한 비용으로는 너무도 저렴한 것이었다.

색감을 전혀 보정하지 않은 사진이다. 아름답다.
곳곳이 윈도우 바탕화면같은 장면이다.
키르기즈스탄은 내게 몽골만큼 좋았다.


현규는 사진을 잘 찍는다. 현규의 지시에 따라, 같이 움직이다보니, 혼자 여행했을 때는 얻지 못했던 많은 사진들을 얻게 되었다. 처음에는 내가 현규와 동환이를 챙겨준다고 생각했었는데, 지내고 보니 현규와 동환이가 혼자 떠돌아다니는 담임이 외롭고 힘들까봐 챙겨주기 위해서 이 곳까지 찾아온 것이었다. 그래서 이 녀석들 덕택에 행복이라는 큰 선물을 얻었다. 이 녀석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서, 이 고마움을 계속 기억할 생각이다. 나귀를 타고 3일을 이동해서 송쿨 호수에 도착했다. 이렇게 높은 고지대에 있는 이토록이나 청량하게 맑은 호수라니. 물빛처럼 가슴도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송쿨 호수에 도착하자, 나귀를 반납했다. 그리고 차량으로 코치콜까지 복귀했다.

고산지대의 호수. 고고하게 청량하다.




D+163일(2017.8.20) in 코치콜  이식쿨 호수 


코치콜 숙소에서 늦게까지 푹 쉬었다. 3일간 야영을 하다가 따뜻한 숙소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제 내일이면 카자흐스탄으로 넘어가는 비행기를 탑승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슈케크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 전에 이식쿨이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를 둘러보고 오자는 데에, 셋의 의견일치를 보았다. 그래서 짐을 챙기고, 코치쿨에서 이식쿨로 향하는 여정에 올랐다. 출발 전, 숙소의 옆방에서 함께 머무르고 있으면서, 통역으로 도와줬던 일본인 에이코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에이코는 일본의 코이카라고 할 수 있는 자이카의 파견 봉사대원이었는데, 영어와 키르기즈스탄어를 모두 할 줄 아는 에이코 덕택에 의사소통에 큰 도움을 받았었다.

코치콜 숙소를 체크아웃하면서..

200km 이상을 이동해야 하는데, 한 번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택시를 흥정해서 2번의 탑승을 해야 했다. 생각보다 이식쿨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차량도 많았고, 그래서 택시 흥정 또한 쉬웠다. 이식쿨까지 이동하는 비용이 한 사람당 550솜(9,000원 정도)이 나왔다. 이식쿨에 오후 늦게나 도착할 거라 생각했는데, 택시가 한국의 총알택시급으로 곡예운전을 한 것도 있고, 택시를 갈아타는 과정에서 지체 없이 희망하는 목적지로 향하는 택시를 만나서 이동을 할 수 있었다 보니, 오후 2시 경에 이식쿨 호수의 촐폰아타라는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두 번째 택시를 탑승한 이후, 촐폰아타라는 마을로 향하는 길에 오른쪽으로 바다와 같은 풍경이 아주 길게 펼쳐졌다. 키르기즈스탄이 바다를 접하지 않고, 내륙에 있는 나라라는 사전 지식이 없었다면, 영락없이 바다로 생각했을 만큼, 끝도 없이 해안 풍경이 펼쳐졌다. 그러나 이것은 바다가 아니라, 호수였다. 정말 엄청난 규모였다. 자세히 보니, 저 바다처럼 보였던 해안 너머로 만년설로 덮힌 산들이 보였다. 호수가 맞았다.

이식콜 호수의 촐폰아타 마을. 호수라기엔 바다처럼 느껴진다.

촐폰아타에서 내려, 숙소를 찾았다. 일반 가정집의 한 구석에다가 만들어놓은 별채식의 숙소. 위치는 호수가와는 반대편에 있어서 물놀이를 하기 위해서는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그러나 시설은 좋지 않았지만, 충분히 머무를만 했고, 운치가 있었다. 무엇보다 3명이서 머무르는 데, 1박 비용이 총 350솜(6,000원)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체크인을 하고, 촐폰아타의 호수가를 둘러보기 위해 길을 나섰는데,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하늘이 흐려졌고, 비가 내렸고,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물놀이를 하기에는 확실히 추운 날씨가 되었다. 그렇게 걸어서 호수에 도착했는데... 그 광경은 매우 이질적이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호수가 아니라, 그야말로 바다와 같았다.


바다가 아니라 호수다.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고, 각종 물놀이 액티비티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오늘은 물놀이를 하기에는 추웠다. 물놀이를 포기하고, 우울할 때는 맛있는 것을 먹어야 된다는 제자들을 등쌀에 떠밀려 오늘은 과할만큼 많이 먹었다. 그리고 겨우 75솜(1,000원)하는 보드카를 하나 사서, 셋이서 먹다가 취했고, 결국 아무 말 대잔치를 벌였다. 40도의 보드카는 과연 위력이 쎘다. 그렇게 숙소에서 기절을 했다. 내일 오전에 날씨가 화창해져서 물놀이를 할 수 있기를 바라며...




D+164일(2017.8.21) in 이식쿨 호수  비슈케크


밤새 비가 내렸던 것이 오히려 날씨를 더 맑게 하여서, 아침 8시 경부터 햇살이 포근했다. 어제 결심했던 것처럼 오전에 물놀이를 하고, 비슈케크로 이동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9시경에 짐을 챙겨서 체크아웃을 했다. 호수로 향하기 전에 버스정거장에 들려서 비슈케크로 이동하는 교통편을 확인하였는데, 출발시간이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봉고차 같은 큰 승합차에 빈자리없이 사람들이 채워지는 데로 출발하는 형식이었다. 비행기 시간이 저녁 7시 55분이었기 때문에, 점심 무럽에 비큐케크행 버스에 탑승하면 될 듯 싶었다.


짐을 모두 챙겨서 이식쿨 호수로 향했다.


날씨는 더욱 좋아졌다. 오전이었지만, 해변에 이미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고, 물놀이를 위해 해변으로 모이는 사람들도 계속 이어졌다. 이식쿨 호수의 특이함은 모여있는 다양한 인종들이 영어가 아닌 키르기즈스탄어나 러시아어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중앙아시아의 특성상 슬라브족과 몽골계통 민족, 이란계 민족 등등이 뒤섞여 있다 보니, 외모만 봤을 때는 한국에서 온 우리들도 그다지 위화감이 들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그냥 우리들에게 키르기즈스탄어로 말을 걸기도 한다. 참으로 느낌이 묘하다.


그냥 바닷가라는 생각이 든다.

해변에 도착하여, 짐을 풀어놓고, 해변 식당에서 요리를 주문한 후에 물놀이를 시작했다. 물은 정말로 맑았고, 짜지 않았다. 무엇보다 물놀이를 하고 밖으로 나와서 샤워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쾌적했다. 해안에서 제법 멀리까지 들어갔지만, 깊이는 가슴을 넘지 않았다. 어린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기에도 너무도 좋은 곳이다. 다시 한번 감탄을 한다. 왜 이런 멋진 곳이 우리나라에는 덜 알려졌을까. 기회가 된다면, 매년 여름에 이곳에 오고 싶다. 그만큼 여름을 보내기에는 최고의 곳이다. 무엇보다 바가지 요금이 없고, 물가가 착하다.  

한참을 물놀이를 하다가, 해변을 가로지르며 가는 보트와 거기에 낙하산 같은 게 묶여있는 것을 봤다. 페러세일! 한참을 그 광경을 쳐다보다가, 가격을 확인하기 위해 출발하는 장소를 찾았다. 이미 사람들은 잔뜩 모여있었다. 관계자에게 가격을 물어보았더니, 1명은 1,500솜이지만, 3명은 2,500솜(33,000원)에 해주겠다고 했다. 페러세일 가격을 모르겠지만, 적어도 1인당 11,000원의 가격이라면, 절대 한국에서는 이용하지 못할 금액임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3명이 다 페러세일을 하기로 예약을 했다. 30분 정도를 기다린 후에 페러세일을 하게 되었는데... 5분 정도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바람을 맞으며 높은 곳을 날아서 해안을 산책하는 기분은 너무도 좋았다. 정말 환상적인 기분이었다. 이식쿨의 페러세일... 가격으로나, 행복감으로나 꼭 추천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식콜 호수는 여름 휴가를 보내기에 제격이다. 해안을 중심으로 다양한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었다. 바닷가 해안과 똑같았다. 차이가 있다면, 호수이다 보니 물이 짜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호수와는 달리 물이 매우 맑았다.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여유 있고, 밝았다. 이식쿨 호수는 여름 휴양지로 과연 최고의 곳이다. 왜 이곳이 우리나라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유럽의 그 어느 휴양지와 비교해도 더 뛰어났다. 그런데 물가가 어마어마하게 싸다는 것이다. 동행하는 현규와 동환이 또한 이미 키르기즈스탄의 예찬자가 되었다. 옷을 갈아 입고 12시 30분경에 버스정거장으로 향했다. 버스 정거장에서 비용을 흥정했다. 현지인들과 같이 1인당 300솜을 제안하는 것을 보고, 그 금액을 지불한 후 탑승했다. 12시 50분이 되어 미니버스는 출발했다. 그리고 4시간 정도를 이동했다. 제법 긴시간 동안 버스에서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한참 후 4시 50분경에 비슈케크에 도착했다. 이제 공항으로 이동해서 카자흐스탄으로 이동하자.




그간의 여정(3.10 출발)

① 한국 → ②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시베리아 횡단 열차) → ③ 러시아  모스크바 → ④ 우크라이나 키이우  → ⑤ 그리스 아테네 → ⑥ 그리스 산토리니 → 그리스 고린토스 → 알바니아 티라나 → 몬테네그로 포드코리차 → ⑦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 ⑧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 오스트리아 비엔나 →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 ⑨ 체코 프라하 → ⑩ 독일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부르크, 본 → ⑪ 네덜란드 뒤셀도르프, 노테르담 → 벨기에 브뤼셀 → ⑫ 이탈리아 베니스 → ⑬ 이집트 카이로 → ⑭ 짐바브웨 빅토리아 폭포 + 보츠와나 국립공원 → ⑮ 남아공 케이프타운 → ⑯ 나미비아 나미브사막 → ⑰ 스페인 바르셀로나 → ⑱ ~ ㉓산티아고 순례길 → ㉔ 포르투갈 포르투, 리스본, 에리세이아, 신트라 → 라고스 → 파고 → 세비야, 론다 → ㉕ 모로코 탕헤르 → 테투안 → 쉐프샤우엔 → 페즈 → 쉐프샤우엔 → ㉖ 마라케시 → ㉗터키 안탈리아 → ㉘ 아제르바이잔 바쿠 → ㉙ 조지아 트빌리시 → ㉚ 아르메니아 예레반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인도 델리  → 자이푸르 조드푸르  자이푸르(푸시카르)  아그라 → 델리  ㉟ 마날리 다람살라 델리 키르기즈스탄 비슈케크, 송쿨, 이식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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