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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TS May 24. 2024

# 40. Good bye 델리, 공항 노숙으로 엔딩

낯선 곳에서 만난 접점이 없는 남자 4명. 함께 하니 좋구나. 

20th 국가: 인도

23th 여정: 델리 (8.14-8.15)


그간의 여정(3.10 출발)

① 한국 → ②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시베리아 횡단 열차) → ③ 러시아  모스크바 → ④ 우크라이나 키이우  → ⑤ 그리스 아테네 → ⑥ 그리스 산토리니 → 그리스 고린토스 → 알바니아 티라나 → 몬테네그로 포드코리차 → ⑦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 ⑧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 오스트리아 비엔나 →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 ⑨ 체코 프라하 → ⑩ 독일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부르크, 본 → ⑪ 네덜란드 뒤셀도르프, 노테르담 → 벨기에 브뤼셀 → ⑫ 이탈리아 베니스 → ⑬ 이집트 카이로 → ⑭ 짐바브웨 빅토리아 폭포 + 보츠와나 국립공원 → ⑮ 남아공 케이프타운 → ⑯ 나미비아 나미브사막 → ⑰ 스페인 바르셀로나 → ⑱ ~ ㉓산티아고 순례길 → ㉔ 포르투갈 포르투, 리스본, 에리세이아, 신트라 → 라고스 → 파고 → 세비야, 론다 → ㉕ 모로코 탕헤르 → 테투안 → 쉐프샤우엔 → 페즈 → 쉐프샤우엔 → ㉖ 마라케시 → ㉗터키 안탈리아 → ㉘ 아제르바이잔 바쿠 → ㉙ 조지아 트빌리시 → ㉚ 아르메니아 예레반 → ㉛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  인도 델리  → 자이푸르 → ㉝ 조드푸르  자이푸르(푸시카르)  ㉞ 아그라 → 델리  ㉟ 마날리 → ㊱ 다람살라 → 델리

2003년 2월에 방문했던 인도를 2017년 7월에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① 델리 → ② 자이푸르 → ③ 우다이푸르 → ④ 조드푸르 → ⑤ 자이푸르, ⑥ 푸시카르. ⑦ 자이푸르  →  ⑧ 아그라  → ⑨ 델리 → ⑩ 마날리 → ⑪ 다람살라 → ⑫ 델리


* 여행지에서 휴대폰을 분실하고, 아직 구입하지 않은 상황이라, 쓸만한 사진이 없음을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사십춘기 방랑기 D+155일(2017.8.14.) 인도 마지막날 in 델리


하나고 1기 졸업생으로 내가 고3 담임을 했던 동환이와 현규가 델리로 오는 날이다. 동환이는 10일 전에 델리에서 만나서 마날리까지 동행을 한 후, 인도 북부 산악마을을 여행하러 갔었다. 거기서 뒤늦게 출발한 현규를 만난 것이다. 현규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데, 고3 시절 나를 많이 따랐다. 수시 6곳에 지원해서 딱 1곳에만 합격했는데, 그게 고려대학교 경제학과였다. 담임이 나온 학교를 입학한 김에 담임의 길을 따라가고자 선택했단다. 그래서 고려대 유도부에도 가입했고, 담임처럼 유도부 주장까지 하게 된다. (대학을 졸업할 후에는 로스쿨에 입학하고, 지금은 검사를 하고 있다) 이 두 녀석은 고3 시절부터 나를 많이 따랐다. 스승이 세계를 떠돌고 있다고 하니, 겸사겸사 함께 여행을 하기로 일정을 맞춘 셈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제법 된 셈인데, 이렇게 학교를 그만 둔 선생을 만나러 외국에 와주는 것이 참 고맙다. 


믿음이와 숙소 체크아웃을 한 후, 숙소 입구에서 동환이와 현규를 기다렸다. 북쪽 산악 마을인 ‘레’에서 비행기를 이용하여 델리로 와야 했던 동환이와 현규는 12시가 되어서 숙소에 나타났다. 동환이는 고산병 때문에 한참을 앓아서인지, 얼굴이 많이 상해있었고, 현규 또한 물갈이를 하느라 제법 고생을 했다고 했다. 다같이 나가서 밥을 먹었는데, 역시나 제대로 먹지를 못한다. 인도 북부 여행은 결코 만만하지 않은 여정이었듯 싶다.


(좌) 현규는 설사병을 앓았고, (우) 동환이는 고산병을 앓았다고 한다. 초췌한 몰골의 녀석들. 


남자 넷이 모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화기애애하지는 않았다. 40세의 남자 1명, 27세의 남자, 26세의 남자 2명. 컨디션도 별로 안 좋은 상태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이 처음부터 친밀할 수는 없는 게 당연하다. 인도의 8월 날씨는 매우 덮고, 습도가 높고, 거리는 더럽고, 정신도 없다. 거기다가 결정적으로 부킹 닷컴으로 예약했던 숙소가 밑도 끝도 없이 폐업을 하는 통에 잘 곳이 없어져서, 거리를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게 되었다. 서로의 얼굴에 짜증이 가득해졌다. 하지만... 오히려 같은 위기를 겪으며, 서로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살 길을 마련하기 위해서 힘을 모아 방법을 찾다보니,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서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숙소가 없어서 거리를 배회하는 상황에서, 믿음이의 제안으로 근처의 한인 카페를 찾아갔던 것이 탁월한 선택이 되었다. 그 이름 Kori's !! 델리에서 반가운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최적의 장소다. 아주 저렴한 가격에 너무도 세련된 분위기의 시원한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금세 친밀해지게 되었다.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고, 그렇게 나중에 귀국하고 인연을 이어가도 좋을 만남이 된 듯 싶다. (그리고 이 모임은 서울로 돌아와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거 같다. 나이 차이가 15살 가까이 나지만, 나는 이 친구들을 만나는 게 매우 즐겁다. 이 녀석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인도 델리의 한인 카페. Kori's 매우 만족스러웠다.  
8월 초 델리는 매우 후덥지근하다. 짐을 들고 시내를 걸으면 금새 땀 범벅이 된다. 
남자들끼리 카페에서 만나는 것도 즐겁다. 그곳이 낯선 이국땅이면 더 그러하다.


15일이 인도의 독립기념일이다보니, 델리가 들썩거리는 분위기이다. 숙소도 제법 비싸졌다. 내일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야 하는 나와 현규, 동환이는 오늘 저녁에 델리공항으로 가서 노숙을 하기로 하였다. 내일 오전 10시에 아그라행 기차를 타는 믿음이는 다시 파하르간즈로 돌아가서 숙소를 찾기로 하였다. 믿음이와 작별을 하고, 델리 공항을 향했다. 델리 공항의 경우 우리 인천 공항과는 달리, 출국 전날에 공항에 들어가서 체크인을 기다리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공항 입국은 오전 5시 이후에야 가능했다. 대신 공항 한 구석에 다음날 아침 일찍 출국하는 이들이 대기할 수 있는 곳을 조그마하게 만들어 놓기는 했는데, 그 좁은 곳에 출국 전날 모여든 사람들이 다 모여 있다 보니, 노숙하기에 만만치가 않았다. 그래도 한 쪽 구석에 나름의 자리를 정한 후에는, 자체 취침 모드에 들어가서 밤 12시부터 새벽 5시까지 나름의 숙면을 취하기는 했다. 함께 하는 공항 노숙은 나름 재미가 있었다. 

공항 앞에서 노숙을 시작했다. 함께 하면 고생도 낭만이 된다. 

이제 키르기즈스탄으로 향한다. 동환이와 현규가 꼭 가고 싶다고 해서, 이동 동선에 포함시킨 국가이다. 앞으로 10일 정도의 일정에는 나는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이 두 녀석의 희망대로 움직이려고 한다. 그리고 매우 즐거울 거 같다. 고마운 녀석들. 


공항 노숙이라고 해도, 자고 나니까 우리 모두 컨디션이 좋아졌다. 가자. 키르기즈스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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