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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TS Apr 28. 2024

20th 여정. 모세를 읽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염려가 없는, 절대적인 신뢰의 경지가 있다.

스물. 출애굽기 16장18절~21절
오멜로 되어본즉, 많이 거둔 자도 남음이 없고, 적게 거둔 자도 부족함이 없이 각기 식량대로 거두었더라. 모세가 그들에게 이르기를 아무든지 아침까지 그것을 남겨 두지 말라 하였으나 그들이 모세의 말을 청종치 아니하고 더러는 아침까지 두었더니 벌레가 생기고 냄새가 난지라. 모세가 그들에게 노하니라.



미래에 대한 염려는 인간의 숙명이다. 변수로 가득찬 세상에서 내일은 두려운 미지의 세상이다. 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우리는 오늘을 만끽하지 못하고 살 때가 많다. 광야로 나온 이스라엘 민족에게 하나님을 오늘을 사는 법을 하나하나 가르치시기 시작한다. 오늘 먹을 만나와 메추라기가 남음과 부족함이 없이 충분하다. 이를 누리면 된다.  


그런데 오늘은 있는 만나와 메추라기가 내일은 없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에 오늘의 양식이었던 만나와 메추라기를 남겨 두었던 사람들의 행위가 너무도 이해된다. 그래서 그들에게 노하는 모세가 오히려 너무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왜 모세는 화를 냈던 것일까? 성경에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이유는 모르겠다. 다만, 출애굽기의 전체적인 상황을 볼 때,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연단하고 훈련시키기로 작정하셨던 거 같다. 그런 점에서 모세의 화는 가장 극복하기 어려웠던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기를 바라시는 하나의 강력한 요청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미래에 대한 염려. 이는 모든 인간이 경험할 수밖에 없는 숙명이다. 신앙이 깊은지 얕은지와 상관없이 모든 인간은 미래에 대해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부르심을 받은 자를 온전한 삶에서 멀어지게 하는 치명적인 덫이다. 부르심을 받은 자는 이러한 난제에 대해 제대로 승부를 봐야한다. 만나와 메추라기 사건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움추려 있는 부름심을 받은 자들을 온전함에 이를 수 있도록 하는 훈련으로의 초대이다.


나는 45살에 딸아이의 아빠가 된, 제법 늦깍이 아빠다. 내가 65살이 되었을 때, 딸은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이게 내게는 참 고민이다. 내가 넉넉하지 못한 것은 별로 걱정이 안 되지만, 딸은 다른 문제다. 그러다보니, 그간 거의 관심이 없었던 '경제적 자유'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한다. 내일에 대한 염려가 많아졌다. 혹시, 내가 신앙 생활에 대해 반감을 갖게 된 것은 내일에 대한 염려로 인해 '만나'와 '메추라기'를 숨겨서 보관했던 그런 나약한 이스라엘 백성 과도하게 몰입했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움추려들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이다보니, 그리고 내 자신이 이제 모세같은 위대한 인물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다 보니, 미래를 불안해하지 고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도록 훈련시키는 과정이라는 것이 너무 가혹하다 느껴진다. 머리로는 이해하게 되어도,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의 입장 중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더 동일시가 되고 있다. 감히 불경스럽게도 뭔가 불편하다. 미래에 대한 염려가 없는 경지를 인간에게 요구하는 것 자체가 너무하지 않은가.


여기까지 글을 쓰고 발행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이를 압축한 소제목을 '미래에 대한 염려가 없는, 절대적인 신뢰가 가능한가."라고 쓰던 중, 순간 25개월 내 딸이 떠올랐다. 나의 딸은 미래에 대한 염려가 없다.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부모인 나와 아내를 전적으로 신뢰한다. 내 아이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1.5m 정도의 높은 곳에서도 내가 있으면, 내가 뭐라고 망설임 없이 나를 향해 뛰어 내린다. 그렇다. 아이는 부모를 전적으로 믿는다. 그리고 그렇게 누군가로부터 전적인 신뢰를 받을 때마다, 무척이나 감격스럽다. 물론, 나는 그렇게 나를 믿고 담 밑으로 뛰어내리는 나의 딸을 만에 하나 놓쳐서 다치게 할 생각은 전혀 없다.


아, 이러한 신뢰를 요구하신 것이었나. 소제목을 바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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