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TS Apr 26. 2024

18th-19th 여정. 출애굽기를 읽고 있습니다.

신음하는 자, 떠돌이 인생에게 필요한 것은....

저는 모태신앙이었지만, 지금은 교회를 다니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신앙인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회색인인 거 같습니다. 떠돌이, 탕자, 잃어버린 영혼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같은 교회에서 함께 중고등부 시절을 보냈으며, 가장 소중한 친구의 형님께서 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을 때, 그 고통 속에서도 제게 편지를 남겼습니다. '하나님께로 돌아오자.' 이 편지를 몇년간 외면해왔지만, 이제는 이 편지에 가타부타 제대로 답을 해야할 거 같습니다. 그래서 성경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다음은 성경을 읽으며, 생긴 온갖 종류의 생각들입니다. 글을 쓰는 목적은 잘 모르겠습니다. 내 생각을 정리하며, 형님의 요청에 정직하게 답을 하기 위해서라고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열여덟. 출애굽기 2장 23절~25절
여러 해 후에 애굽왕은 죽었고 이스라엘 자손은 고역으로 인하여 탄식하며 부르짖으니, 그 고역으로 인하여 부르짖는 소리가 하나님께 상달한지라. 하나님이 그 고통 소리를 들으시고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세운 그 언약을 기억하사 이스라엘 자손을 권념하셨더라 .      

        


왜 이 부분을 넘어가지 못하고, 계속 맴돌게 되었을까. 무엇인가 이야기할 거리가 특별히 있지 않은데, 계속 이 구절을 맴돌게 되었다.


나를 맴돌게 했던 구절은, "하나님이 그 고통 소리를 들으시고"라는 부분이다. 나는 잠귀가 어둡다. 어디서나 잘 자고, 그렇게 잠들면 세상 모르게 잔다. 옆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잘 모른다. 그런데 내 25개월 딸이 새벽에 울 때면, 이상스레 눈이 한 번에 떠진다. 그래서 아내보다도 더 빨리 우는 아이를 안고 달랜다. 그러다보니, 아내는 내가 잠들면 안 읽어나는 것을 깼지만 일부러 잠든 척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로 나는 한번 잠들면 못 일어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상스레 딸아이가 울면, 그냥 눈이 떠진다.


사랑하는 자와 사랑받는 자... 사랑하는 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이의 신음에 절대로 둔감할 수 없다. 그 고통의 비명 소리는 하늘에 닿고, 하나님은 그 소리를 듣는다. 비명을 들어주는 분.. 내가 부모가 되고 보니, 내 어머니 아버지의 마음도 조금 더 이해를 하게 되고, 그리고 하나님의 마음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내 신음소리를 듣는 분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열아홉. 출애굽기 13장 21절~22절
여호와께서 그들 앞에 행하사 낮에는 구름 기둥으로 그들의 길을 인도하시고 밤에는 불기둥으로 그들에게 비취사 주야로 진행하게 하시니 낮에는 구름 기둥, 밤에는 불기둥이 백성 앞에서 떠나지 아니하니라.



나는 혼자서 여행을 하는 일이 많다. 그게 내 여행 스타일이다. 혼자서 떠났던 첫여행은 23살 여름에 자전거를 끌고, 전국을 60일 동안 돌아다녔던 일이다. 자전거에 텐트와 기본적인 짐들을 싣고, 그렇게 떠돌아 다녔었다. 숙소비로 1원도 지출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떠난 여행이라, 대부분이 야영이었다. 첫날은 강화도의 한 야산에서 잠을 청했다. 길에서 조금 빗겨있는 야산에 텐트를치고, 그렇게 하룻밤을 보내는데, 감히 불을 켜고 있을 수가 없었다. 행여나 내가 머물고 있는 위치가 노출되어, 자는 동안 누군가로부터 해꼬지를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한 채 빛도 소리도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하룻밤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이스라엘 민족은 거처없이 광야를 떠돌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떠돌이들에게 특별한 무기가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인근의 약탈꾼들에게 아주 좋은 먹이감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이스라엘 민족은 자신의 위치를 당당하게 드러내고 있다. 낮에는 구름 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우리가 여기 있다'라는 사인을 매일매일 주변에 선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엄청난 자신감과 당당함. 물론 이러한 자신감과 당당함은 이스라엘 민족의 결단이 아니라, 이스라엘 민족과 동행하시는 하나님의 임재 결과였다.


야곱은 자신의 일생을 이야기하면서, '내 나그네길의 세월이'라고 하였다. 인생의 여정이 나그네와 같다면, 인생은 매일매일이 겁나고, 떨리는 것이 당연하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나의 자신감이나 당당함이 아니라, 나를 이끄시는 분과의 동행의 증거들일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