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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TS Apr 11. 2024

# 5. 행동하지 못하는, 비겁한 내가 느껴질 때..

윤동주 시인의 <바람이 불어>를 읽습니다.

             바람이 불어

                                                 윤동주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 와                    

어디로 불려 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을까,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




두 가지 의문으로 시작된다.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나?

또 바람은 어디로 불려 가는가?

패션 궁금증이 아니라면..

진짜 중요한 의문이었다..

이유를 찾기 위한 행동 있어야 한다.


바람을 시간의 진행이라 해보자.

어디서 불어오는지 궁금하다면

바람에 맞서 거슬러 올라가는 행동을 하면 된다.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바람이 어디서 불어 오는지 알게 될테니.

이렇저항하며 살았던 이도 있다.  

한용운 시인, 이육사 시인


어디로 흘러가는지 궁금하다면,

바람을 따라 끝까지 흘러가는 행동을 하면 된다.

순응하여 흘러가다보면,

바람이 어디로 불려가는지 알게 될테니.

이렇게 순응하며 살았던 이도 있다.

서정주 시, 노천명 시인


윤동주 시인은 자신을 직시한다.

나는 어떤 모습인가?

바람, 강물로 표현된 시간의 흐름 앞에서

반석 위에, 언덕 위에 비껴  있으면서

분명하게 행동하지 못 채 망설이고 있었다.


윤동주 시인의 부끄러움은

행동하고 결단하지 못하고 있음에 기인한다.

한용운, 이육사 시인처럼 일제에 드러내어 저항하기에는 겁이 많았고,

서정주, 노천명 시인처럼 일제에 협력하여

누리기에는 염치가 있었던

윤동주 시인은 행동하지 못하고 비껴서 있으며,

그런 자신을 합리화하지 않고,

자신의 비겁함을, 나약함을 비판한다.


아주 날카롭게..

주 실랄하게..


당장 행동하지 못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비겁함을 대면하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

반석 위에, 언덕 위에 비껴 서서

자신을 향해서가 아니라세상을 향해서

가타부타 비평하고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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