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TS Apr 10. 2024

# 4. 상대의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될 때..

베르톨드 브레히트의 <민주적인 판사>를 읽습니다.

                      민주적인 판사   

                                                                     브레히트


미합중국 시민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심사하는 로스앤젤레스 판사 앞에

이탈리아 식당 주인도 왔다. 열심히 준비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새 언어를 몰라 시험 과정에서

보칙(補則) 제8조의 의미를 묻는 질문을 받고

우물쭈물 머뭇거리다가 1492년이라고 겨우 대답했다.

시민권 신청자에게는 국어에 대한 지식이 법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그의 신청은 각하되었다. 3개월 뒤

더 공부해서 다시 도전했으나

새 언어를 모르는 걸림돌은 여전했다.

이번에는 남북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이 누구였는가 하는

질문이 주어졌는데, (큰 소리로 상냥하게 나온) 그의 대답은

1492년이었다. 다시 각하되어

세 번째로 다시 왔을 때, 대통령은 몇 년마다 뽑느냐는

질문에 그는

또 1492년이라고 대답했다.

판사는 그가 마음에 들었고 그가 새 언어를

배울 수 없음을 알아차렸다.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조회해 보니

고된 노동으로 힘겹게 살고 있음이 드러났다.

그가 네 번째로 나타났을 때 판사는 그에게

아메리카가 언제 발견되었느냐고 물었다. 비로소,

1492년이라는 그의 정확한 대답을 근거로

그는 마침내 시민권을 획득했다.

                                                                        



상대방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될 때가 있다.

나의 상식에 전혀 부합하지 행동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들이 종종 있다.

위의 이탈리아 식당 주인이 그러하다.

적어도 미국 시민권이 되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그 나라의 언어를 최대한 배우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기에 3번에나 진행된 TEST에

새 언어를 숙달하지 못하고 온 것은

나의 기준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가 TEST에 떨어지는 것은

매우 공정하고, 합리적인 처사이다.


그런데 3번째 TEST까지 원칙을 고수하던 판사는

4번째 TEST 전에 상대방의 상황을 살피고,

그의 입장을 고려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가 오직 반복해오던 하나의 답변과 어울리는 질문을 찾아 TEST를 진행한다.

그리고 그는 시민권을 획득한다.

어쩌면 이 판사의 행위는 마냥 칭찬할 수 없다.

공정하지 않았고, 특정인에게 특혜를 베푼 셈이다.

감히 위법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이러한 판사의 모습이 울림을 준다.

나는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서 판단을 내린다.

상대방이 내가 납득하지 못하는 행동을 보이면,

내 마음의 판사는 교제 불가 통보를 내린다

그렇게 내 마음의 판사는 더욱 완고해져서

그렇게 나는 세상을 향해, 타인을 향해

절의 통보를 내리는 횟수가 잦아졌다.

그렇다. 나는 꼰대가 되었다.


그래서 오늘부터 저 민주적인 판사가 되고 싶다.

상대방의 상황을 고려하고,

기꺼이 이해하고자 할 때,

제대로 된 질문을 할 수 있게 된다.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이해는 상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처지를 살피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 3. 돈 버는 일에서 부끄러움을 견디기 힘들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