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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TS Apr 18. 2024

# 10. 아내와 다툰 후 서로 돌아누워 잠들 때..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고독>을 읽습니다.

                     고독


                                   라이너 마리아 릴케


고독은 비와 같다.

고독은 바다에서 저녁을 향해 오른다.

고독은 아득한 외딴 평원에서

언제나 고독을 품어 주는 하늘로 향한다.

그러다 비로소 하늘에서 도시 위로 떨어져 내린다.


동틀녘에 고독은 비가 되어 내린다.

모든 골목이 아침을 향할 때,

아무것도 찾지 못한 몸뚱어리들이

실망과 슬픔에 서로를 놓아줄 때,

서로 미워하는 사람들이

한 침대에서 자야 할 때,

고독은 강물이 되어 흐른다……




아내를 사랑하지만..

서로 다투고 화해도 하지 않고

잠드는 지난 밤 내내

옆에 있는 이 사람 세상 제일 미웠다.

내 옆에 있는 사람 또한 다르지 않았겠지.


그렇게 서로 미워하는 사람들이

한 침대에서 자야할 때

고독은 강물이 되어 흐른다.


부디 그 강물에 아무도 익사하지 않기를..

아내든 나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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