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대표의 문자가 득달같이 왔다. 좋지 않은 소식은 천천히 오는 법이 없다. 단원들과 긴급 줌 회의를 했다. 컴퓨터 속 단원들 얼굴은 손에 잡고 있던 풍선 줄 놓친 표정이다. 나보다 기관이 내 건강을 더 알뜰살뜰 챙겨준다고 감사해야 하나?. 아직 코로나가 명쾌하지 않아 나이 제한이라는 메스를 댔다. 캄보디아 파견 단원 7명 중 3명만 캄보디아 현장 파견이 가능하다. 4명은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한국어 교육을 지속 하기로 결정 됐다. 단원이 되면 해외여행도 불가다. 갑자기 울타리가 쳐진 느낌이다.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있-나-요
마음은 하나요 느낌도 하나요.
<중략>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오승근 가수가 부른 이 노래가 한 창 유행일 때 '웬 나이 타령이지, 그냥 사랑하라고. 나이 들었다고 홀짝거릴 필요 있나. 굳이 나이를 핀셋으로 집어내야 해.' 요런 싸가지없는 생각을 중얼거리기도 했다. 십여 년 전쯤에 유행한 노래이니 지금보다는 젊었지만 그때도 그리 젊은 나이는 아니었다. 한편으로 나이가 얼마나 걸림돌이 되면 내 나이 어떠냐고 악악거렸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의 나라면 말이다. 내 나이가 어때서를 목청껏 부르짖을 판이다.
이제 어느 모임을 가든 나이로는 거의 일등 감이다. 나이 먹는 게 싫은 것도 아니다. 세상사에서 노력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편하게 먹는 게 나이다. 그래서인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는데 그 숫자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보면 숫자에 불과하지도 않다. 돌 환갑 진갑 미수 고희 희수 팔순 미수 백수 천수까지 굽이굽이 숫자에 의미를 입혔다. 어쩌면 숫자에 따라 몸이 먼저 말해 준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1월 월드프렌즈 ngo 봉사단 연수를 시작으로 각종 연수받으며 코로나가 빨리 끝나길 바랐지만, 그것은 공염불이 됐고 결국 캄보디아 현장 파견에 나이 제한이 떨어졌다. 60세 이상은 건강상 위험에 더 노출된다는 의사의 판단이다. 우리 건강을 위함이니 어쩌겠는가?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나를 위함이라는데.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니 더 이상 미련 갖지 않기로 했다. 한글로 쓴 무지 가방과 부채를 만들며 현장에 가져가 선물 줄 기특한 생각도 했는데 몇 개만 만들고 흐지부지됐다.그동안 만든 것은 떠나는 단원에게 줬다.
오늘 현장 파견 단원들이 출국하여 공항에 배웅 갔다. 캄보디아에서 12월까지 살아갈 물건으로 가득한 이삿짐 가방을 보니 저 가방만큼 무거운 책임이 있겠다 싶다. 계획대로라면 나도 저 코끼리만한 가방을 가지고 또 다른 생활 터전으로 가는 것인데, 못 가는 아쉬움보다 마음이 더 가벼운 것은 무엇인지? 단출한 여행 가방 하나 끌며 체크 인 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그래도 내년에 다시 지원할 거 같다. 그때는 코로나가 명쾌하게 사라져야 하는데 그 또한 알 수 없으니 세월에 맡겨야겠다. 우리는 불확실성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캄보디아에 파견되면 그곳 이야기를 많이 써 보려 했다. 다른 환경, 다른 문화, 다른 언어 등 모든 것이 다른 생활과 부딪히고 견디며 그 속에서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며 그들과 for가 아닌 with로 살아갈 수 있는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내년으로 넘기며 다시 꿈을 지핀다. 대신 나이는 한 살 더 보태지겠지. 그래도 좋다. 꿈은 달콤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