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돌아가신 엄마가 음식을 여러 사람에게 나눠 주는 꿈을 꿨다. 좀처럼 나타나지 않던 엄마였다. 꿈속에서나마 엄마를 뵐 수 있어 기뻤다. 말은 서로 없었지만. 예감이 좋았다. 오늘 가방이 도착할 수도 있겠다고 은근 기대했다.
가사달루는 갤럭시 노트 광고에 나왔던 마을이다. 터널이 뚫리기 전에 그곳에 가는 방법은 이 마을 앞 높은 산을 걸어서 넘어 걸어가는 방법, 헬리콥터, 보트였다고 한다. 그만큼 접근이 어려운 마을이다. 접근이 어려워 인구가 10명쯤 되었을 2006년에 마을을 가로막던 산 밑에 터널이 생겨 지금은 관광객도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마을까지 갔다. 그곳에서 차로 20분 정도라 하기에 걸었다. 가끔 차가 지나갔다. 어느 정도 걸으니 다리가 아팠다. 기대 없이 히치하이크했다. 세 번 정도 했을 때 승용차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더니 내 앞에서 멈추는 게 아닌가. 차 앞자리에 앉았던 부인이 밖으로 나왔다.
“가사달루 가세요?”
“네.”
“타세요. 걷기에 멀어요.”라고 말하며 뒷문을 열어줬다.
“감사합니다.” 조심스럽게 올라탔다.
터널을 통과 하자마자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 나타났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인데잔디로 둘러싸인 마을이었다. 잔디 지붕에 검은색 벽의 집 몇 채가 있었다. 아름다울 때 ‘그림 같다.’라고 하는데 그림보다 아름다웠다. 태워 준 노부부께 감사 인사만 했다. 캐리어 속에 있는 기념품이 못내 아쉬웠다. 이럴 때 주려고 준비했는데.
마을 옆이 바로 대서양이다. 이 마을에서 유명한 것 중 대서양으로 직접 떨어지는 폭포가 있다. 다른 곳보다 많은 사진을 찍고 주위를 산책했다. 이 마을을 떠날 때도 결국은 다른 분 차를 타고 왔다. 기꺼이 그분도 버스 탈 수 있는 곳까지 태워다 줬다.
숙소 들어가는 길에 공항에 들렀다. 가방이 궁금했다. 작은 공항은 비행기 이착륙 시간이 아니라서 한가했다.
“이 가방 어떻게 됐어요? 도착했나요?” 분실 서류를 보여 주며 직원에게 물었다.
“어제 숙소에 갔었는데 숙소가 문이 잠겨 그냥 왔어요. 내일 갈 거예요.”
“오늘 안 돼요?”
“배달할 분이 없어 안 돼요. 가방도 여기에 없어요. 그리고 이곳에서 물건을 사면 1400Kr한도까지 보상해 줘요. 비행기 탈 때 여기에서 현금으로 돌려줘요. 필요한 거 사세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나는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캐리어가 드디어 페로까지 와서 다행이었다.
공항 직원 덕분에 페로 떠날 때 모자와 목도리, 생필품 산 값을 현금으로 공항에서 모두 받았다. 빨간 모자와 초록색 목도리를 사용하는 겨울이 되면 지금도 그곳 생각난다.
이날도 여러 사람 도움을 받았다. 꿈에서 엄마가 주는 음식을 먹던 분들이 도와줬다고 생각하며 잠들었다. 도움 주신 분들에게 감사했다. 엄마는 저승에서도 날 보살피신다.
섬 속의 섬, green green grass of Mikines
미리 투어 신청했던 미키네스 섬을 관광했다. 초록 섬에 집 몇 채, 퍼핀과 양들이 주민보다 많았다. 퍼핀은 아이슬란드 국조이기도 하다. 퍼핀은 사람이 다가가도 날아가지 않았다. 붉은 부리가 유난히 예뻤다. 땅속에 굴을 파고 살고 바닷고기가 먹잇감이다. 섬 트레킹을 하다 보니 어제 방문했던 가달루나 마을이 멀리 보였다. 폭포가 흰 기둥처럼 보였다.
“캐리어 왔어요.”
숙소에 들어서니 주인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6일 만에 만난 캐리어가 반가웠지만, 앞으로 끌고 다닐 생각 하니 약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분실되지 않아 다행이었고 필요한 물건을 보니 부자 된 기분이었다. 매일 빨래하지 않아도 됐다. 방 안 가득 물건을 꺼내 펼쳤다.
다시 코펜하겐!
가방이 도착했고, 페로제도에서 3일 더 머물며 사쿤 등을 투어 했고, 다시 코펜하겐에 왔다. 다시 본 코펜하겐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이곳에서 며칠 더 머물렀다. 특히 코펜하겐에서 기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크론보르 성이 인상 깊었다. 셰익스픽 어 ‘햄릿’의 배경이 되어 햄릿 성이라 알려진 곳이다. 이곳이 배경일 것이라는 것은 후세의 추측이고 셰익스피어는 이곳에 방문한 적이 없다고 한다. 방문한 날은 짙은 구름으로 인해 작품처럼 으스스했다. 비 오는 날에는 고풍스러운 성에 유령이 나타날 것 같았다.
지낼수록 더 머물고 싶고, 친절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코펜하겐 여행도 끝났다. 귀국 편 역시 취리히를 경유하는 S 항공을 이용하게 되었다. 취리히 탑승 게이트에서 티켓을 스캔했더니.
“손님, 이 티켓으로 타세요."라며 승무원이 티켓을 바꿔줬다.
”네? “
”캐리어 지연때문에 비즈니스 좌석으로 업그레이드됐어요. “
”어머, 감사해요. “
뜻밖이라 더 반가웠다.
귀국 후, 가방 도착 전에 구매한 물건 값은 일정 한도에서 돌려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코펜하겐에서 샀던 바지와 화장품 영수증을 첨부하여 항공사에 이메일로 청구했다. 한 달 정도 후에 청구한 돈이 계좌에 입금됐다. 이제야 페로제도 여행이 끝났다. 캐리어 지연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음이 있으면 양도 있다. 사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