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당신.
잠에서 깨어 난 당신이 상쾌한 하루를 시작했을지 궁금합니다. 부디 그러했기를요.
나는 요즘 지독한 감정의 바닷속을 표류하고 있습니다.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이 시간은 수십 번을 겪었어도 익숙해지지 않네요. 평탄한 삶에 배가 부른 나머지 우울의 그늘을 찾아 적당히 즐기려는 심보일까요.
오늘은 나에게 찾아온 공황의 다양한 얼굴을 소개합니다.
상황마다 매번 다른 모습으로 찾아오는 공황에 어쩌면 당신은 조금 지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정말 공황의 문제인지 나 자신의 문제인지 혼란할 지도요.
나의 경험이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공감과 위안을 전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1. 숨과 심장박동
나의 첫 공황발작은 어느 여름, 연수원에서였습니다.
그리고 그 첫 만남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가장 피하고 싶은 얼굴 중에 하나입니다.
숨쉬기가 자동인 것은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가요. 그러나 공황이 찾아온 순간, 호흡은 수동이 되어버립니다.
언제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숨쉬기는 생경한 일이 되고, 들숨과 날숨은 통제되지 않은 채 제멋대로 뒤섞여버립니다.
찰나의 산소로, 깊은 심해에서부터 아득한 수면을 향해 돌진하는 것처럼 다급하고 위태롭습니다.
그와 동시에 쿵쾅쿵쾅 방망이질하는 심장은 그 소리와 진동이 어찌나 큰지요.
2. 전신 감각 이상
공황은 또한 전신에 전기가 통하는 듯 온몸이 저릿한 느낌을 동반합니다.
손과 발이 저린 것은 물론이고 피부는 차가워지거나 창백해집니다.
피부에 닿는 모든 느낌과 감각이 예민해지거나 혹은 지나치게 무뎌집니다.
머리가 어지럽거나 두통, 오한을 동반하기도 합니다.공황을 인식하고 말 그대로 공황에 빠진 순간, 귀 먹먹함, 이명감 등 다양한 신체화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3. 우울감, 염려증
신체 증상이 아니라 정신적 증상이 먼저 찾아올 때도 있습니다만, 보통 신체와 정신 순서의 차이일 뿐 두 가지는 결국 동반되어 나타납니다.
어쨌거나 공황이 찾아오기 전 전조 증상처럼, 나는 우울감이나 실패감, 건강과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한 염려로 머릿속을 장악당합니다.
이를테면, 복통은 췌장암으로, 위염은 위암으로 증상을 과장 하는 경향이 생깁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인터넷에서 그것들의 증상을 살피고 비교하느라 시간을 쏟곤 합니다.
이것은 공황이 찾아온 이유를 찾는 것에서 비롯된 일종의 습관 같은 일로, 공황이 어쩌면 더 큰 병의 일부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그 생각이 심해지는 때는 작은 공간에 있는 것, 어두운 공간에 있는 것, 비행기를 타는 것, 심지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모두 공포입니다.
4. 정신과 신체의 분리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아득한 감각입니다. 마치 내 몸과 정신이 분리되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몸이 붕 뜨는 것 같기도 하고, 어지럽기도 하면서 몽롱한 기분을 동반합니다.
그러다가 미쳐버릴 것 같은,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쾌한 기분에 사로잡힙니다.
무척이나 피곤한 날, 몸은 축 처지고 어렴풋한 잠이 들었지만 정신은 맑고 생생한 상태를 ‘가위눌림’이라고도 부르지요,
이 기분은 잠들지 않은 상태로 가위에 눌린 것처럼 이질적입니다.
5. 불안과 공포
공황의 가장 큰 특징은 한 줌의 불안과 공포로 내 안에 숨어있으면서 언제든지 몸과 마음을 장악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예기불안’이라는 말로도 표현합니다. 말 그대로 불안한 것을 생각하면서 미리 불안에 빠지는 것입니다.
자기 충족적 예언의 비정상적인 작동일까요, 예기불안이 시작되면 공황은 80프로의 확률로 증상화 됩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불안요소를 만들게 되는데, 결국 공황이 한 번 발생한 장소나 상황에서 극심한 예기불안을 야기합니다.
나에게 찾아온 공황의 얼굴은 시시각각 변했지만,
변하지 않는 단 한 가지 사실이 이 불안의 늪에서 나를 구해주었습니다.
‘지나간다.‘
모든 증상은 10분-20분 사이에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한 시간 이내에 사라집니다.
물론 공황이 머무는 시간이 짧다하더라도 그 시간에 갇히면 영원처럼 괴로우며 영혼은 고통받습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습니다.
비록 며칠 간 공황의 그림자에 침잠할지라도, 이 지독한 시간은 결국 지나가고, 나는 다시 반짝이는 일상을 살아갈 겁니다.
늘 그렇듯 괴로운 시간은 분명 지나갑니다. 사라집니다.
파도가 몰아쳐도 잠잠한 바닷속 처럼, 우리는 그렇게 묵묵히 또 오늘을 살아낼겁니다.
“괜찮아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여린마음으로 살아내느라 정말 고생했어요. 고마워요, 이 우주에서 당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켜주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