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서로 다른 와인을 좋아하는 부부를 볼 때가 있디. 남편은 캐버네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피노를 좋아한다. 생각보다 큰 문제다. 이건 타협이 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두 종류의 와인을 다 사야 한다. 와인의 맛에 대해 서로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어느 정도의 와인 탐구생활 기간이 지나면 자기가 좋아하는 와인만 마시는 시기가 온다. 비싼 와인, 좋은 와인이라고 무조건 마셔보는 시기가 지나고, 자기가 좋아하는 와인을 그리워하고 마시고 싶어 하고... 그런 시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꽤나 고집스럽다.
이런 남자 저런 남자 다 만나보다가 내게 딱 맞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면 다른 남자는 필요 없듯이.
똑같다.
비싼 돈 주고 와인을 사서 매일 마시는 것도 아니고 좋은 날, 와인 당기는 날 잡아 마시는 와인인데 굳이 내가 싫어하는 와인을 마실 이유가 있을까 싶어 진다. 남편이, 아내가 좋아라 하고 마시는 와인 맛을 공감해 줄 수가 없다.
우리 부부는 깊은 맛의 와인을 좋아해서 멀로, 진판델, 시라, 캐버네만 마신다. 피노 누아는 거의 사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좀 가벼운 맛의 이태리 와인이나 프랑스의 브루고뉴 와인은 절대, 네버, 사지를 않는다. 물론 와인 테이스팅이나 그 나라나 지방으로 여행을 갔을 때는 반드시 마셔보지만.
게다가 부부가 서로 다른 품종을 좋아하게 되면 두 품종의 와인을 사다 모으기 시작한다. 그런 부부들을 여럿 보았다. 한 사람이 포기하고 희생을 하지 않는 항상 두병을 다 따야만 한다. 생각만 해도 슬픈 일이다. 같은 와인을 마시며 서로 와인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공감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재미가 와인 마시는 목적일 때도 많은데 말이다. 와인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맛의 와인을 마셔야 하는 거라 뭐라 불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부부가 같은 취향의 와인을 좋아한다면
그건 큰 축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