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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tyle by AK Mar 25. 2023

와인 온도까지? 와인은 왤케 복잡할까?

보관 온도, 마시는 온도


간혹, 자기 부모님이 보관하던 와인을 발견했는데 마실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당연히 궁금한 질문이다. 그래서 어디에서 발견했느냐고 되물어보면 대부분 주방이나 거실에 뒹굴고 있었다고 한다. 90% 이상 맛이 변했을 거다. 20-30년을 실온에 두었다면 마실 수 없는 상태라고 봐야 한다.  


때때로 사람들은 식초가 되었을 거라고들 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식초처럼 신맛은 박테리아 때문에 생긴다고 한다. 그러니 신 맛은 와인 제조과정에 문제가 있어서 빚어진 ‘사고’인 셈.


잘못 보관된 오래된 와인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저 마실 수없을 정도로 이상한 맛으로 변해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간혹 한 번씩 기적처럼 맛이 괜찮은 와인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아마도 집안 어디 서늘한 곳에서 온도 변화가 거의 없이 보관되었을 것이다.


와인 초보자들은,  물론 나도 처음엔 그랬지만,  레드와인과 화이트 와인 보관 방법에 대해 상당히 혼란스러워한다. 뭐가 이리 복잡한 지 짜증이 날 정도이다.  보관 방법뿐 아니라 마시는 온도도 꽤나 복잡하고 어렵다고 느낀다.  


답부터 말하자면, 와인은 화이트와 레드 불문, 모두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와인 보관의 적정 온도는 화씨 55-58도로 본다. 섭씨로는 12-15도 정도. 우리는 사실 좀 더 차게 보관하고 있다. 우리 집 와인 냉장고의 온도는 섭씨 10도이다. 그래서 와인을 자주 마시는 사람들은 작더라도 와인 냉장고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에는 와인 냉장고가 없다. 그런 경우에는 집에서 가장 서늘하고 온도 변화가 없는 곳에 와인을 두어야 한다. 물론 직사광선은 금물이다. 냉장고나 김치 냉장고는 온도가 너무 낮다. 다용도실이 겨울에 너무 춥지 않다면 그래도 그곳이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은 여름엔 고온 다습하고 겨울엔 칼 추위가 있어서 와인 보관에는 아주 취약한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독일에 사는 스티븐의 친구를 찾아갔을 때, 그 친구 집 지하에 500년 된 지하 와인 셀러가 있었다. 돌로 만들어진 지하실인데 특별히 다른 장치를 하지 않아도 온도가 맞아서 와인과 수제 잼 등을 보관하고 있었다. 봄에 갔었는데, 2-3분이 못되어 오슬오슬 추워지는 지하 창고였다.


프랑스 샴페인 지방의 유명 샴페인 와이너리들은 지하의 동굴에 와인을 보관해왔다고 한다. 놀랍게도 온도는 약 10-12도 내외로 완벽한 환경이었다.


나의 친구 리아는 결혼 전 혼자 살 때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한 구석에  일 년 내내 서늘한 곳이 있었다. 와인 좋아하는 리아는 그곳에 와인을 보관했다. 내 생각으로는 60도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아주 오래도록 그곳에 보관할 수는 없어도 5-6년은 너끈히 보관하며 마셔도 될 것 같았다. 


독일 친구집의  500년 된 지하 와인 셀러


이렇게 화이트 와인과 레드와인 모두 적절한 보관 온도는 섭씨 10-15도이다. 그렇다면 맛있게 마시기 위한 적정 온도는 어떻게 될까? 보관 온도와는 달리 맛있게 마시는 온도는 기본은 간단하나 조금씩 변수가 있다.


먼저 화이트 와인은 무조건 차게 마셔야 한다. 우리는 와인 냉장고에 있던 화이트 와인을 꺼내 최소 30분 전에 일반 냉장고에 넣어 아주 차게 해서 마신다. 시간이 없을 때에는 냉동실에 10분 정도 넣었다가 한잔 따르고는 다시 냉동실로 돌려보낸다. 그런데 더 미세한 차이를 발견했다. 화이트 와인은 냉장고에서 바로 나온 것을 마시는 것보다 따르고 나서 약 5분 후에 마시는 것이 더 맛이 좋았다. 여러분도 기회가 있으면 한번 비교해 보시길 바란다. 아주 약간의 시간이지만 그 5분 동안에 와인이 벌써 공기와 맞닿아 마법을 부린 것이다.



레드와인이 가장 맛있는 온도는 물론 상온이다. 드물게 레드를 약간 차게 해서 마시는 경우도 있지만 상온에서 마시는 것이 정석이긴 하다. 어떨 때는 레드를 마시고 싶은데 상온으로 내놓을 시간이 없어서 와인 마시기를 포기하는 때도 있다. 찬 레드는 제대로 맛을 낼 수 없기 때문.


아주 급한 경우에는 스티븐이 레드 와인을 용기에 따라 전자레인지에 약 5초 이내로 돌려가며 온도를 높이는 신공을 부리기도 한다. 따라둔 와인잔을 두 손으로 꼭 모아 감싸서 온도를 조금 높이기도 하고. 그만큼 와인의 맛과 온도는 아주 밀첩한 관계가 있다.


 와인은 반드시 맛있을 때 맛있게 마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관도 마시는 온도도 모두 중요하다.

레드이건 화이트이건

보관은 반드시 서늘한 곳에.

보관 적정온도는 섭씨 12-15도.  

와인을 마실 때는

화이트는 아주 차게,

레드는 실온.

꼭 기억해서 슬기로운 와인 생활 영위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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