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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tyle by AK Mar 25. 2023

와인은 오래될수록 좋다?


‘와인은 오래될수록 좋다’ 사실일까?

어쩌다 와인의 에이징에 대한 글을 접할 때 자주 보게 되는  오해는 와인은 모두 오래될수록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지식이다.  절대 그렇지 않다. 와인의 나이와 맛은 와인의 품종에 따라 달라질  뿐 아니라 사실 오래될수록 좋아지는 와인은 많지 않다.


 먼저, 화이트 와인은 절대로 오래 묵히면 안 된다. 와인을 자주 마시는 사람도 잘못 알고 있는 경우를 자주 본다. 나의 막내딸의 남자 친구의 부모님이 아주 비싼 와인을 선물로 보내셨다. 그런데 20년이나 된 화이트와인이었다. 오래될수록 좋다고 생각해서 주신 선물이라 너무 감사했지만, 차마 줄리안에게 화이트는 1-2년 내에 마셔야 하는 거라고 말하기가 가혹하게 느껴졌다. 맛이 없을까 겁이 나서 아직도 못 마시고 날 잡을 준비만 하고 있다.


간혹 아주 좋은 와인 중에 몇 년이 지나도 아주 맛있는 와인이 있기도 하지만 화이트 와인은 2년 내에 마셔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예를 들면 2019년 라벨이 붙은 와인은 2019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고, 2020년경에 출고되므로 2022년까지는 그래도 맛이 괜찮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되도록이면 화이트 와인은 6개월-1년 사이에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


앞서 말했듯 드물게 오래된 화이트가 맛이 있는 경우가 있다. 7년 된 뉴튼 샤도네이 (Newton Chardonnay , unfiltered)를 마신 적이 있었는데 맛이 그대로여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렇다고 같은 해 출고된 뉴튼 샤도네이가 모두 다 7년 후에도 맛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 같은 원료와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 같은 날 출고된 와인도 이상하게도 병에 따라 맛이 다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와인을 한번 맛보고, 또는 한 병 마셔보고 '이 와인은 어떻더라'라고 단정적으로 와인의 맛을 평가할 수 없다.  


레드와인은 대부분 몇 년 묵혀서 마시면 맛이 좋아진다. 바틀 에이지( Bottle Age)라고 병에 담겨 출고된 이후에도 이 레드와인은 계속 맛이 숙성된다.


우리가 가장 즐겨마시는 루이 마티니 캐버네 소비뇽 (Louis Martini, Cabernet Sauvignon)을 막 출고할 무렵인 매해 가을에 사서 마시면 어떤 해에는 맛이 믿을 수없을 정도로 가볍고 들떠 있거나, 타닌이 너무 강해서 인상이 찌푸려질 만큼  타닌 이외에는 아무 다른 맛이 안 날 때도 있다. 신기하게도 같은 와인을 6-7개월 후에 마셔 보면 완전히 다른 와인이 되어있다. 병 안에서도 맛이 숙성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를 바틀 에이지(Bottle Age)라고 한다.


레드와인을 수년간 묵혀서 마시는 경우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조건이 있다. 첫째 조건은 와인의 품종이다. 캐버네 소비뇽이나 멀로 등 비교적 풀바디의 깊은 맛, 타닌이 많은 품종의 와인이어야 한다. 이런 와인은 오래 묵혀도 맛이 그대로 살아있다. 왜냐하면 떫고 타이트한 맛의 타닌이 와인의 맛을 그대로 지켜주면서 서서히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다. 피노 누아와 같이 가볍고 부드러운 와인은 오래 묵히면 맛이 안 좋게 변한다. 세월을 견딜 진하고 강한 면이 부족한 거다.


두 번째는  와인 보관 조건이다. 와인을 오래 보관하고 싶다면 최적의 습도와 온도에서 보관해야 한다. 아무리 맛이 훌륭한 고급의 레드와인도 실온에서 더위와 추위 등의 온도의 변화를 겪으며 몇 년을 방치되었었다면 색과 맛이 벌써 나빠졌을 것이다. 와인의 맛에 민감한 남편은 나파 포도의 연도별 특성까지 꿰고 있다. 2000, 2003, 2005, 2007년도에 수확한 캐버네 소비뇽 포도가 유난히 풀바디에 아주 진한 맛이라고 한다. 특히나 2005년도 나파 캐버네는 아주 깊고 진한 맛이 나는 와인이 되었다. 남편과 함께 2009년 즈음에 둘이서 가는 곳마다 마켓에 들러서  남아있는 2005년도 루이 마티니를 싹쓸이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와인은 디캔팅을 6-7 시간 해서 3-5시간에 거쳐 마셔야 마지막 즈음에 이 와인의 진 면목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와인을 레스토랑에서 시켜서 음식과 함께 마신다면, 다시는 이 와인을 시키지 않을 것이다. 너무 맛이 진하고 타이트해서 와인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와인은 20-30년이 지나도 맛이 그대로 일 확률이 높다.


실제로 나는 2007년 루이 마티니를 특별히 좋아하는데, 이 와인은 한 모금 마실 때마다 delicious!, gorgeous!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맛이 특출 나다. 1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맛이 기가 막힐 뿐 아니라, 아직도 그 깊이가 그대로 간직되어서 5-6시간을 디캔팅을 해야 할 정도이다. 디캔팅을 해야 비로소 와인이 부드러워지고, 또 잔에 따른 후에도 계속 더 부드럽게 변해가는 마법 같은 이 와인은 아직도 내게는 최고의 와인이다.


'와인은 오래될수록 좋다'라는 말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와인의 종류와 품종에 따라 다르다. 화이트 와인은 오래 묵히면 안 된다. 마트에서 화이트 와인을 세일한다면 빈티지를 꼭 확인하자. 3-4년 지난 화이트와인은 사지 않는 게 좋다. 화이트 와인을 사야 한다면 그해 출고된 와인을 사서 마시는 게 가장 신선하고 청량하다.


레드 와인을 오래 묵혀야 맛이 제대로인 이유는 포도에 함유된 타닌이 와인맛을 타이트하고 너무 진하게 만들기 때문에 이 맛이 더 부드러워지기 위해 필요한 시간 때문이다. 그러므로 특성적으로 연하고 부드러운 피노 누아 같은 와인은 오래 묵히면 맛이 떨어진다. 플랫(flat) 해진다고 표현하는데, 다시 말하면 맛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또 와인을 오래 보관하려면 반드시 온도와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여야 함을 꼭 기억해야 한다. 혹시 와인 냉장고가 아닌 실온에서 와인을 보관 중이라면, 화이트도 레드도 1-2년 내에 마시라고 권하고 싶다.


와인은 맛이 좋을 때 마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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