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파에서 할 수 있는 재미진 일들
나파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는 덕에 우리는 정말 자주 나파, 소노마 와인 컨트리에 여행을 간다. 저 멀리 텍사스나 동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일생에 한두 번 작정을 하고 오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우린 정말 운이 좋은 셈이다.
단 한 가지, 자주 오는 만큼, 여행기간도 무척이나 짧다. 주말을 이용해 오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늘 나파, 소노마에서 딱 일주일만 있다 갔으면... 집에 돌아갈 때마다 아쉬움 섞인 바람을 자주 토로했었다.
물론 기억에 남는 여행도 많았다. 마법 같은 레드우드 숲 속에서 보낸 생일 주말, KR집 앞에서 RV 숙박을 한 다음날 아침, 집에서 기르는 닭이 낳은 달걀이라며 오렌지 빛깔의 노른자로 오믈렛을 만들어 준 KR과의 브런치, 자전거로 세인트 헬러나 거리, 와이너리 사이를 누비며 다니던 여행, 그 외에도 와인 테이스팅과 관련한 멋진 기억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일주일의 꿈을 이룬 나만의 혼자 여행이었다. 그 당시는 치매이신 시어머니를 우리 집에서 직접 모시느라 여행광인 우리 부부가 2년 동안 아무 곳도 못 가고 붙박이였던 시절이었는데, 휴식이 필요했던 나는 나 혼자라도 여행을 가야겠다고 선언했다.
'기간은 일주일
장소는 나파, 소노마
드디어 나파에서 일주일을 보내 보는구나'.
가보고 싶었던 와이너리도 정했고, 와인 테이스팅만 하기엔 좀 단조로울 것 같아 다른 액티비티도 추가했다.
남편이 그토록 좋아하는 사우어도우 빵을 만드는 법을 배웠다. 페달루마(Petaluma)라는 작은 마을의 한 가정에서 열리는 쿠킹 클래스. 이 어렵다는 사우어도우 브레드를 해내다니. 자신이 대견했는데, 그 이후로 한 번도 다시 만들어 보지 못했다. 남편은 실망 한 다발. 클래스에서 덤으로 리코타 치즈와 식용 꽃을 사용한 디저트도 만들었고, 프렌치 오믈렛도 맛보는 아주 색다른 경험을 했다.
여행 내내 냉동실에 얼려두었던 내가 만든 사우어도우 브레드는 일주일 후 잘 공수해 왔다. 오는 길에 산타로사의 유기농 마트에서 한인 치즈 메이커, 김소영 씨의 안단테 치즈를 사 왔다. 자랑스러운 한인 치즈 장인으로 미슐랭 셰프 토마스 켈러가 사용하는 치즈를 만드시는 분이다. 집에 돌아와 벌인 치즈-빵-와인 파티에서 기막힌 맛의 사우어도우 (역시 홈메이드는 달랐다) 수제 치즈, 발사믹 글레이즈를 곁들인 에어룸 ( Heirloom) 토마토, 세바스티아니 와이너리의 허브 올리브오일 딥을 선보였다. 미식가 프로그램에 나가도 될 만큼 근사한 맛의 조합으로 모든 것이 마지막 한 조각까지 소진되었다.
또 한 가지 즐거웠던 액티비티는 새 관찰 클래스였다. 와인 테이스팅 여행에서는 절대 할 엄두도 못 내는 클래스다. 새에 푹 빠진 젊은 부부가 산책하는 내내 뛰어다니며 열정적으로 새를 관찰하고 알려주고 보여주었다. 새소리만 듣고도 무슨 새인지 아는 경지다. 하늘에 날아다니는 모든 새의 정체를 꽤 뚫고 있는 이들의 열정이 유일한 참가자였던 나에게도 고스란히 옮겨왔다. 나도 모르게 즐거워지는 해맑은 기쁨이다.
또 하루는 와인 블렌딩을 하며 와인 만들기 꿈도 이루어 봤고, 암스트롱 (Armstrong Redwood Park) 숲에서 쭉쭉 뻗은 레드우드 사이를 산책하며 친 자연의 시간도 가졌다. 나머지는 그동안 방문하고 싶었던 와이너리를 하루 한 두 곳 씩 방문, 와인 테이스팅을 했다. 와인 컨트리에서 일주일을 지낸다면 이런 이런 일들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꿈을 일부는 이룬 셈이다.
나파와 소노마 와인 컨트리에서는 와인 테이스팅 외에도 할 수 있는 즐거운 일이 아주 많다. 이왕 큰 맘먹고 떠나온 여행이라면 와인 테이스팅, 와이너리 투어와 함께 와인 블렌딩 클래스를, 미쉘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나파의 맛을, 기구 타기, 머드 마사지, 골프등 여가시간, 로맨틱한 와인 트레인, 동굴 식사등도 꼭 해 보시기를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