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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tyle by AK Mar 27. 2023

1976년 파리에서 무슨 일이?

파리의 심판

1976년 파리에서는 세기의 경합이 벌어진다.  이제껏 와인의 자부심이라고 여겼던 프랑스가 캘리포니아 와인을 초청하여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열었던 것이다. 사실 예나 지금이나 프랑스 와인에 대한 인지도는 상당하다. 전통적으로 최고의 와인을 만들어 왔고  지금도 세계적인 와인을 만들고 있는 프랑스는 와인에 있어서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다.


최근 미국을 비롯 남미, 호주,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제3세계 와인도 많은 명성을 얻고 있지만 1970년만 해도 프랑스를 넘어설 곳은 없었다. 처음 와인을 전해준 이태리까지도  프랑스와인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1970년대에 그를 따라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곳이 있었으니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지역이었다. 와인의 역사도 짧은 나파와인의 명성이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하자

영국의 와인 평론가 스티븐 스퍼리어는 캘리포니아 와이너리를 돌아보려고 나파로 떠났다. 이곳저곳에서 와인 맛을 보던 그는 나파 와인의 품질에 놀라 이 경합을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심사위원 11명 중 9명이 프랑스인이었고, 한 명이 개최자 스티븐 스퍼리어,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이 프랑스 와인학교의

미국인 원장이었던 패트리샤 갤러허 (Patricia Gallagher)였다. 이건 어디로 보나 미국 와인 죽이기 대회 같아 보인다. 당연히 프랑스 와인의 우월성과 자부심으로 가득한 이 심사위원들은  프랑스 와인이 이길 것이라는 확신에 차 아무런 부담 없이 공정하게 판정을 내렸다.


일단 화이트 와인 시음을 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이다. 화이트 와인의 시음 결과 상위 5개 와인 중 3개가 캘리포니아 와인이었고 게다가  1위를 차지한 와인이 미국와인이었다.


1위   Chateau Montelena, 1973    미국 나파

2위     Meursault Charmes   1973   프랑스

3위     Chalone Vinayrd   1974     미국 나파

4위     Spring Mountain    1973   미국 나파

5 위 Beaune Clos des Mouches  1973  프랑스


6위에서 10까지에도 미국 와인이 3개나 들어있다. 이건 프랑스인들에게 있을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심사위원들 모두 뒷목 잡을 일이 일어난 것이다. 심사위원 중에는  미슐랭 3 스타 수석 소믈리에도 포함이 되어있었는데, 그마저도 미국 와인을 극찬하고 높은 점수를 주었다. (위키피디아)



이제 시작할 레드 와인 테이스팅에서 심사위원들이 극도로 긴장한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이번에는 기필코 프랑스가 이겨야 한다. 그들은 시음을 하면서 미국와인이다 싶으면 무조건 낙제점을 주었다.


결과, 이번에는 각축이 심했다. 1위부터 4위까지는 특별히 점수차가 아주 적었다고 한다. 이번엔 프랑스 와인이 높은 점수를 받았긴 하지만 이변은 레드 와인 테이스팅에서도 일어났다.


미국 와인이  또다시 1위를 한 것이다. 프랑스의 세계 5대 와인을 제치고 1위를 하다니... 세계적인 대 이변이 일어났다. 프랑스인의 자부심에 크나큰 스크래치를 내었고 프랑스 와인 업계는 초상집이 되었으며, 당연히 프랑스가 이길 거라 확신하여 뉴스거리도 안된다고 아무 기자도 오지 않은 이곳에

‘시간이 돼서' 참석했던 기자는 특종을 쳤다.


타임지의 특파원, 조지 테이버가 이 사건을 ‘파리의 심판'이라는 제목으로 특종을 내면서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프랑스는 망신을 면할 수 없었다.


레드 와인 결과


1위  Stag's Leap Wine Cellar 1973   미국 나파

2위  Chateau Mouton Rothchild 1970  프랑스

3위 Chateau Montrose 1970       프랑스

4위   Chateau Haut-brion  1970   프랑스

5위   Ridge Vinyards Monte Bello  1970  미국 나파


그리고 6위-10위에 미국 와인이 4개나 마크되었다.  

Heitz Martha's Vinyards 1970,  

Clos Du Val  1972,

Mayacamas 1971,

Feemark Abbey 1969 (7-10위)


'파리의 심판'은 그리스 신화중 하나로,  트로이 전쟁의 원인을 제공한 패리스 ( Paris)를 심판했던 '패리스의 심판'에서 제목을 가져왔다고 한다. 말하자면 말장난, 언어유희를 한 셈이다.


그러나 이 기사의 파급력은 놀라웠다. 기사가 타임지에 실리면서 입상한 와인들이 불티나게 팔렸음은 당연지사이다. 그동안 스스로 열등하다고 생각했던 나파의 와이너리들은 자신감을 갖고 품질 좋은 와인 생산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고

지금은 세계 굴지의 와인들이 이 나파밸리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 사건 이후로 미국 와인은 큰 인지도를 얻게 되었고 호주나 남아공등 신생 와인 생산지 와이너리에도 큰 희망과 꿈을 주게 되면서 세계 와인의 판도를 바꾸는 역할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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