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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tyle by AK Mar 28. 2023

와인 영화 두 편

사이드웨이즈와 바틀 샥 (Sideways and Bottle Shock)

와인이 등장하는 영화는 무수하게 많겠지만 와인에 관한 영화는 많지 않다. 대표적인 와인 영화라고 하면 오래전에 개봉했던 사이드웨이즈 ( Sideways)와 바틀 샥 (Bottle Shock)을 꼽을 수 있겠다.


처음 사이드웨이즈를 보았을 때 와인에 관해 잘 알지도 못했거니와, 영화가 어수선해서 도무지 좋아할 수 없는 영화였다. 할리우드 히어로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남편이 좋아해서 서너 번 보았는데 와인을 좀 알게 되니 이해와 관심도 좀 더 생겼고 제목의 의미도 알아채는 센스도 생겼다.


사이드웨이는 뭐든 잘 풀리는 직진인생이 아닌, 인생의 굴곡진 어느 때에 게처럼 옆으로 가는 모습을 표현한 제목인 듯하다. 물론 포스터에서 보듯이 와인을 옆으로 눕혀 보관하는 모습을 뜻한다고도 한다. 옆으로 누워있는 와인병 안에 갇혀있는 마일즈와 잭의 답답한 인생을 표현하는 그림도 재미있다.



주인공 마일즈는 이혼과 출판사의 잇따른 원고 거절등에 좌절하여 잠시 주춤하며 비관하는 상황이었고, 3류 영화배우인 친구 잭은 결혼을 앞두고 마일즈와 함께 무작정 와인 일탈여행을 떠난다. 이 영화는 피노 누아를 극찬하는 영화인데 마일즈가 최애 하는 와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입만 열면 피노 누아를 찬양한다.


배경은 산타 바바라카운티 와인 지역인데 이 지역의 주요 생산와인은 피노 누아이다. 캘리포니아의 주요 와인 생산지라고 하면 나파 소노마 카운티가 가장 알려져 있지만 중부 해안 지역의 파소 로블스 (Paso Robles)와 산타 바바라 ( Santa Barbara) 지역도 꽤 비중 있는 와인 산지이다. 그 외에도 북부의 멘도시노 (Mendocino)와 남부의 터마큘라 (Temecula) 지역, 그리고 또 로다이 (Lodi), 몬터레이 (Monterey) 같은 작은 지역에서도 와인을 생산한다.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 마야가 일하는 레스토랑이 히칭 포스트 ( Hitching Post)이다. 산타 바바라에서 조금 북쪽으로 올라오면 솔뱅 (Solvang)이라는 동화마을이 있다. 덴마크 마을처럼 꾸여놓아 관광지로 손꼽히는 곳으로 가볼 만한 마을이다.


히칭 포스트는 이 솔뱅으로 들어가는 작은 길목에 자리 잡은 작은 레스토랑으로 우리는 시댁이 있는 오렌지 카운티로 로드 트립을 할 때마다 들른다.


한 번은 영화 찍은 지 10년 되는 기념일이라고 사람들이 어찌나 많던지, 테이블도 아니고 바에 자리를 잡는데 1시간을 기다려야 했었다. 20년이 다 되가는 이 시점에도 영화덕을 보는 곳이다. (스테이크가 기가 막히게 맛있는 건 안 비밀.) 히칭 포스트에서는 자신의 브랜드로 와인도 생산하고 있으며, 남가주에서는 슈퍼마켓에도 간간히 볼 수 있는 와인이다. 이 역시 피노 누아이다.



인생은 절대 직진만 할 수 없다. 힘겹고 어려운 인생의 고비에서 사이드 웨이로 가고 있는 그즈음이 내가 성숙하고 성장하는 시점이 아닐까? 사이드 웨이로 일정 기간을 누워 있어야 숙성되는 와인처럼.


바틀 샥 ( Bottle Shock) 은 앞서 소개한 파리의 심판을 다룬 영화이다. 특별히 샤토 몬탈레이나 ( Chateau Montelena) 와이너리에서 화이트와인을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내어 파리 블라인드 테이스팅에 출품하여 화이트 부분 1위를 먹는 드라마틱한 스토리이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서 품평회 주최자였던 스티븐 스퍼리어가 영화사를 고소하겠다고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르겠다. 다만 '파리의 심판' 스토리는 진실이니 거기까지만 믿는 걸로.



사이드웨이처럼 철학적인 부분이 있는 건 아니고 성공 스토리라 깔끔하고 경쾌하다. 단순한 나는 아주 재미있게 잘 본 영화. 상상만 하던 파리의 심판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내 눈으로 볼 수 있으니 속 시원했던 영화, 그리고 애정하는 나파와인의 승리덕에 짜릿했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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