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궁금해진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매거진, Forbes라는 잡지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 포브스 잡지가 우연히 눈에 띈 건 2011년 어느 날, 산호제에서 오렌지 카운티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였다. 먼저 탔던 승객이 꽂아 놓은 듯한 이 포브스를 뒤적거리며 한 시간 비행을 하는 동안 이 잡지에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바로 수잔이었다. 내가 2008년부터 두 아이를 가르치던 수잔 워지스키이다. 이 작은 기사를 보자마자 그동안 품어왔던 나의 작은 의문이 풀렸다.
그 당시 아이가 4명이던 수잔의 집에 갈 때마다 나는 도대체 이 집은 부부가 무슨 일을 하길래 이렇게 듣지도 보지도 못한 라이프를 살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아이가 4명이라 물론 돕는 사람이 필요하겠지만 이 댁에 오면 매일 상근 하는 내니가 2명이나 있고, 요리사들이 일주일에 며칠 와서 요리를 한다. 한 명은 영화에나 나올 듯한 어여쁜 아가씨인데 늘 머리에 헤어스카프를 하고 에이프런을 입고 일을 했다. 그녀가 오는 날은 집에서 늘 이태리 음식 냄새가 났다. 또 한 사람은 지금까지도 일하는 일본인 요리사인데 그때도 장을 봐와서 요리도 하고 늘 꽃꽂이도 해 두는 거였다. 지금은 실리콘 밸리의 여느 집에서 요리사나 내니를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지는데 15년 전에는 그런 집들은 별로 볼 수 없었다.
어느 날은 레슨에 가보니 아이들이 없었다. 수잔이 아이들이 곧 온다고 한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의 김연아선수 피겨 스케이팅을 보러 갔고 지금 오는 중이라고 한다. 흠, 올림픽을 보러 간 것까지는 이해가 가는데, 지금 오고 있다고? 바로 몇 시간 전에 경기가 끝났는데 벌써 온다고? 그리고 10분쯤 후에 아이들이 마치 영화라도 보고 온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할머니와 함께 나타났다. 그 당시에는 수잔과 남편인 데니스 둘 다 구글에 다닌다기에 역시 부부가 구글에 다니니 이렇게 특별나게 사는구나,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 포브스에서 발견한 기사를 보니 수잔의 직함은 구글의 Vice President였다. 오호~ 그래서 그런 삶을 살고 있구나! 그때서야 모든 의문이 풀렸다. 남편 스티븐에게 이 이야기를 하고 위키피디아로 수잔을 검색해 보니, 수잔은 단순히 Vice President 가 아니라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창업을 할 때 차고를 빌려준 장본인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수잔의 아이들을 3년 넘게 가르쳤던 것이다.
나는 겨우 수잔이 구글의 VP이라는 걸 알게 된 거지만 실은 포브스의 기사는 수잔이 이제 유튜브의 CEO가 되었다는 뉴스였다. 이후로 수잔은 유튜브의 황금기, 2011년~ 작년 2023년까지 회사를 이끌며 성공적인 세계적 플랫폼을 만들어냈다. 내가 알기로는 수잔이 구글 임원진에게 자신이 유튜브를 맡아보겠다고 제안을 해서 CEO를 맡았다고 한다. 그녀가 CEO로 있는 동안 유튜브를 통해 세상이 달라지고, 세상의 판도가 바뀌었다.
유튜브의 수장으로 있으면서 신변의 위험도 있었다고 한다. 한 번은 유튜브에 불만이 있던 일련의 사람들이 집으로 몰려와 집 앞에서 행패를 부렸다고 한다. 그 이후, 여느 잘 나가는 회사의 창업자나 엄청난 재력가의 저택처럼 게이트나 시큐리티 가드가 있는 집이 아니라 일반 하우스에 살고 있던 수잔의 집 앞마당에 작은 게이트가 생겼고, 하루종일 차에서 게이트를 지키는 가드도 생겼다. 수잔은 아이들이 어릴 때, 구글 본사에 데이케어를 설치하자는 제안을 하여 구글 부모들의 일을 한결 쉽게 도와주었으며, 유급 출산 휴가를 6개월까지 연장하도록 하는 등, 엄마들을 위한 실리콘밸리 문화를 개선하는데 큰 역할을 한 여성 CEO이기도 하다.
몇 년 후 수잔의 동생인 앤이 자기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달라고 해서 그 집에 가보고는 깜짝 놀랐다.
“어떻게 수잔보다 더 잘 살 수가 있는 거지? “
“어마어마한 이 집은 뭐지?”
이층으로 올라가는 층계가 두 군데나 있다. 분명 바로 전에 아래층에서 인사한 앤이 계단으로 올라간 적이 없는데 2층에서 내려오고 있다. 기계실이 따로 있어 마치 회사의 컴퓨터망을 관리하는 컴퓨터 기계실을 옮겨놓은 듯한 작은 방까지 있다. 실리콘밸리의 CEO들이 산다는 Los Altos Hills에 위치한 이 집에서 사는 앤은 도대체 누구인 걸까?
첫 레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너무나 궁금했던 나는 오자마자 남편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쏜살같이 말해주고는 재빨리 위키피디아를 검색했다. 오 마이 갓~ 그녀는 구글의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의 아내였다. 그때는 이혼 소송이 막 시작된 때였고 아이들도 어려서 세르게이는 자주 집에 와서 아이들을 들여다보았다. 그는 수잔의 집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왔었는데, 그동안 보았어도 알아보지도 못했던 것이다.
나는 사람에게 그다지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라 별로 궁금해하지 않은 편이다. 관심이 있다 해도 부모들에게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회사의 어떤 직함을 가지고 있는지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미디어를 통해 알게 되던지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는 일이 많다.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데 있어 부모들의 사회적 위치나 직업이 중요한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특별히 별난 삶을 사는 사람들은 궁금해지게 마련이다. 뜻밖의 소식이라 그런지 이렇게 뒷북치는 맛도 꽤나 재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