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실리콘 밸리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첨단 테크 회사들, 과학자, 공학도들로 가득한 회사, 눈 부신 성공을 거둔 부자들이 사는 곳, 첨단 테크로 무장한 라이프 스타일이 먼저 떠오른다. 틀린 이야기라고는 말할 수 없다. 한집 건너 컴퓨터 엔지니어들이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애플, 야후, 페이팔 등등 세계적인 테크 컴퍼니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아마도 미국에서 가장 연봉이 높은 사람들이 사는 곳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또한 집집마다 메타버스 기기 정도는 하나씩 가지고 있으며,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로봇을 조립하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 그렇다고 그것이 실리콘 밸리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모두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다.
나는 엔지니어도 아니고 테크 컴퍼니에서 일해본 적은 없기에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제대로 자세히 이해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그리고 지인들을 통해서, 사회초년생 이거나 가정을 이룬 사람들의 삶을 엿볼 기회는 있었다. 젊고 싱글인 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가정을 꾸린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이들은 어떻게 삶의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 걸까?
대학을 졸업하고 실리콘 밸리 테크 컴퍼니에 취업한 신입 직원의 연봉은 12-15만 불이 넘는다. 한화로 약 1억 5천에서 2억 원을 살짝 밑도는 정도이다. 이들은 첫 월급을 타면 일단 테슬라를 산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실리콘 밸리에는 테슬라가 흘러넘친다. 내 학생들이 20 가정이 넘는데 한 가정도 빠짐없이 테슬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두대 이상 보유하는 가정도 여럿이다. 이 영 리치 ( Young Rich)들은 싱글인 경우 3000-4000불 정도하는 집세와 차 월부금을 제한다고 해도 혼자 살기에 매우 여유 있는 월급을 받는 것이다. 딸아이가 어떤 구글 직원을 만났는데, 30세, 경력직 엔지니어인 그는 무려 40만 불을 받는다고 했다. 얼마 전 우연히 경력직 프로듀서의 경우 넷플릭스에서 25만 불에서 50만 불을 연봉으로 책정하고 채용 공고를 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가정이 있는 사람들과는 사뭇 다르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같은 회사들은 직원들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온갖 혜택을 제공한다. 음악 연주실부터, 하루 세 끼 식사와 간식 제공, 심지어 세탁 서비스까지! 한마디로 "집에 가지 말고 회사에서 살아"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렇게 밤낮없이 일을 하는 이들은 마치 ‘Work hard, Play hard’라는 프레이즈처럼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논다. 실리콘 밸리에서 가까운 인근의 여행지는 주말마다 이들로 넘친다. 가까운 산타 크루즈 해변, 나파 소노마 와인 컨트리, 서해안의 관광지인 몬터레이나 해프 문 베이는 이런 영 리치, 슈퍼 리치들 때문에 호텔 숙박비며 와인 테이스팅 비며 심지어 음식점 가격까지도 천정부지로 올랐다. 예를 들어 7-8년 전에 해프 문 베이 (Half Moon Bay)의 유명 호텔인 리츠 칼튼 호텔 숙박료가 주말에 골프까지 치면서 일인당 300불이 좀 웃돌았는데, 지금은 일박에 1000불이 넘는다. 그래도 이곳은 바글바글하다. 대부분 20-30불 정도였던 와인 테이스팅 비용이 이제는 50불 이상 100불이 넘는 곳도 있다. 와이너리 투어를 최고급의 기다란 리무진을 빌려하는 투어 회사도 생겼다. 나파밸리의 캘리스토가의 숙박비용은 3-4년까지만 해도 일박에 300불 정도 하던 것이 이제는 600불 700불을 호가한다. 럭셔리 숙박시설은 일박에 2000불이 넘는다. 와이너리에 자주 가는 우리 부부는 갈 때마다 이 실리콘 밸리 영 피플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별로 맛도 없는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도 한 병당 70불은 기본이고 100불도 넘기도 한다. 그래도 맛있다고 사는 영 리치 피플들 때문이다. 힘들게 일하는 일하는 만큼 열심히 놀러 다니는 이 젊은 실리콘 밸리 영 리치들이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에게는 우리의 삶의 질을 상대적으로 떨어뜨리는 무서운 적이다.
나는 이미 10여 년 전 우리 부부는 이곳 실리콘 밸리에서 살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남편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테크 컴퍼니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나 기타 고소득자가 아닌 다음에 모든 물가가 세계에서 가장 비쌀 것 같은 , (일단 연봉은 세계에서 제일 센 곳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 실리콘 밸리에서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교통 체증이며, 너무 많은 동양인으로 인해 사실 미국 고유문화가 좀 와해된 곳이기도 한 이곳이 우리같이 은퇴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빨리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시어머님 모시는 문제와 내가 구글의 창업자들, 유튜브 CEO, 등의 자녀들을 가르치게 되면서 눌러앉게 되었다. 왜냐하면 원래부터 좀 부촌에서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레슨비를 꽤 높게 책정했는데, 이런 가정의 자녀를 가르치면서 좀 더 높아졌기 때문에 내 수입이 꽤나 괜찮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른 곳으로 이사 가는 것이 그리 쉬운 결정이 아니다.
가끔씩 다른 곳으로 이사 갈 생각을 하는데 남편이나 나나 산호세에서 나고 자랐거나 (남편), 처음 미국에 와서 정착하고 줄곧 살아온 익숙한 곳 (나)이라 막상 떠나려니 마땅히 갈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많은 토박이들이 떠나고 있다. 막내딸이 다닌 Los Gatos High School 친구들의 대부분이 부모님이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고 얼마 전 명절에 만날 친구들이 없다는 푸념하는 것을 들었다.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나이가 된 우리도 이제는 슬슬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