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제일 비싼 와인은 어떤 와인일까?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만한 질문이다.
‘프랑스 샤토 와인일까?
미국 컬트 와인일까? ‘
물론 유명하고 비싼 와인들이 있다. 와인의 지명도 이외에
빈티지 연도와 보관 상태 등이 와인 가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도 그렇지 13000불짜리 와인 이라니...
결혼기념일을 오렌지 카운티에서 보낸 적이 있다. 시댁이 거기 있어서 가게 된 건데 근처에 사는 사촌 동생에게 물어
결혼기념일 디너를 펠리컨 힐이라는 레스토랑에서 먹기로 했다. 펠리컨 힐이 있는 뉴포트 코스트는 부자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주변의 뉴포트비치도 부촌이다. 근처 쇼핑몰에 가면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들도 가끔 볼 수 있기도 하고 아름다운 해안을 배경으로 좋은 레스토랑도 많은 곳이다.
Thanksgiving Day 이틀 후라 레스토랑에 우리 말고 다른 두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었다. 우리와 조금 떨어진 테이블에 3명의 손님이 있었는데 조금 연세 있으신 어르신과 40대로 보이는 부부가 함께 합석을 하고 있었다.
원래 주변에 관심이 많은 스티븐이 내 귀에 속삭인다.
“저 오른쪽 뒤애 사람들 보이지?
13000불짜리 와인을 시켜서 마시고 있어“.
와인이 13000불?
그렇게 비싼 와인이 있다고?
와인 메뉴를 들여다보니,
‘있다!‘
13000불짜리 와인이 메뉴에 있다. 그 유명한 프랑스 보르도 와인인 Petrus 였다. 1970년대 빈티지의 페트뤼스 와인을 이들이 시켰다.
우리는 이들을 대놓고 관찰한 건 아니지만 대화가 들리는 거리에 있었기에 그들의 대화를 듣고 말았다. 그런데 그들은 이 어마 무시한 가격의 세계에서 제일 좋은 와인에 대해 일절 언급이 없다. 와인의 맛에 대한 평가나 음식과 어울린다 어떻다, 시간이 가면서 맛이 달라진다 등등 와인에 관한 어떠한 이야기도 나누지 않는다. 우리는 40불짜리 와인을 마시면서도 와인의 맛의 매직 같은 변화나 음식과의 궁합 등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데 말이다.
우리는 좀 기분이 그랬다. 와인의 맛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저 이 레스토랑에서 제일 비싼 와인 가져와라 식으로
마시는 건가 싶어서 못 마땅했다. 이 귀한 와인을 정말 즐기며 감격하며 행복해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 텐데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취급을 하다니 와인이 너무 아깝고 속상했다.
잠시 후 웨이터가 왔을 때 스티븐이 물어봤다. 13000불짜리 페트뤼스가 얼마나 잘 팔리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웨이터는 의외의 대답을 한다. 꽤 자주 팔린단다. 지난 주말에는 어떤 사람이 이틀 연속 와서 매일 한 병씩 마시고 갔다고 한다. 이것 참, 세상엔 부자가 많구나.
지금까지 가장 비싸게 팔린 와인은 홍콩 경매에서 558000불에 낙찰되었던 1945년 산 로마네 콩티라고 한다. 페트뤼스는 로마네 콩티와 함께 세계에서 제일 비싼 와인이다. 페트뤼스는 프랑스 보르도 지방, 로마네 콩티는 프랑스 브루고뉴 지방에서 생산된다. 페트뤼스는 아주 작은 생산량으로 유명하며 예수님의 제자 베드로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병 라벨에 베드로의 얼굴도 그려져 있다. 프랑스 5대 샤토 와인에 페트뤼스가 들어가지 않은 이유는 이름 앞에 샤토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샤토 페트뤼스라고 하는데, 이는 틀린 이름이다. 그냥 페트뤼스이다.
가끔 드라마에서도 보일 때도 있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 천송이가 좋아하는 와인으로 설정된 와인도 페트뤼스였다. 그런데 그 장면을 자세히 본 사람들은 다른 모양의 병에 라벨만 붙인 가짜임을 알아챘을 것이다.
로마네 콩티는 피노 누아가 생산되는 브루고뉴 지방의 와인이다. 보르도는 깊고 진한 맛의 멀로나 캐버네 소비뇽의 산지이고 브루고뉴는 우아하고 가벼운 피노 누아가 생산되는 곳이다. 그래서 부드러운 벨벳 로마네 콩티 부인과 페트뤼스 백작이라고도 한다. 로마네 콩티 와인은 루이 15세의 조카였던 콩티 왕자가 로마네 포도원을 구입하여 와인을 생산하게 되면서 생겨난 와이너리이다.
프랑스의 명품 와인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페트뤼스와 로마네 콩티는 물론이고 보르도 5대 와인 (일명 샤토 와인)도 프랑스 산이니 말이다. 프랑스 보르도 5대 와인으로는,
샤토 라투르 ,
샤토 라피트 로쉴드,
샤토 마고,
샤토 무통 로쉴드,
그리고 샤토 오브리옹이다.
샤토 마고를 너무 사랑한 헤밍웨이는 자신의 손녀딸의 이름을 마고라고 지었다는 설도 있다. 일단 이 일곱 가지 와인의 이름만 알아도 와인의 문턱은 넘은 셈이다. 이런 최고의 명품 와인들 때문에 온 세계사람들이 프랑스 와인에 열광하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