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에서 아니 미국에서 와인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어디일까?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 중에 나파 와인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나파는 캘리포니아, 미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알려진 와인 산지가 되었다. 나파와 더불어 30분 거리에 있는 소노마를 함께 일컬어 나파 소노마 와인 컨트리라고 하는데 보통 나파로 와이너리 투어로 오는 사람들은 소노마에도 건너가 한 두 군데 와이너리를 방문한다.
오래전에 친구가 결혼한다는 나파 와이너리로 가기 위해
나파로 여행을 떠났을 때 겪었던 시행착오가 있었다. 나파 와이너리에 간다고 떠나서 정말 나파 (Napa)라는 도시로 간 것이다. 흔히들 나파를 와이너리가 밀집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파는 작은 도시일 뿐, 실제로 나파에 와이너리가 있는 곳이 아니다. 와이너리를 가겠다고 나파를 구글맵에 찍고 가면 엉뚱한 곳에 이르고 만다. 실제 가볼 만한 와이너리와 포도밭이 있는 곳은 1-2 시간은 족히 차이 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대체 사람들은 왜 나파 와인, 나파 와이너리라고 하는 걸까? 그 이유는 나파가 나파밸리 지역을 뜻하기 때문이다.
나파는 작은 도시이고 미국의 도시는 한국으로 말하자면 동이 나 구 정도의 행정 구역이다. 실제 와이너리와 포도밭들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곳은 나파의 북쪽에 위치한 연트빌 (Yountville)이며 , 북쪽으로 오크빌 (Oakville), 세인트 헬레나 (Saint Helena), 그리고 캘리스토가 (Calistoga)까지 이르는 지역이 모두 나파 밸리 와인 산지로 불리는 곳이다.
나파에서 캘리스토가 (Calistoga)는 한 시간도 더 걸리는 먼 길이다. 이 전체를 일컬어 나파 밸리라고 한다. 이를 모르고 만약 숙박을 나파로 잡는다면 매일 3시간 남짓한 길을 왕복해야 한다.
나파에는 약 350개가 넘는 와이너리가 있다고 하며, 지금도 그 수는 계속 늘고 있다. 백인들의 전유물이던 와이너리가
이젠 중국과 러시아 등 신흥 부국의 부유한 사람들이 포도원을 사들여 와인을 제조하거나, 기존 와이너리를 사서 하루아침에 주인이 바뀐 와이너리도 있다. 미국 와인으로서 유명한 와인들이 대부분 나파 밸리에서 생산되므로, 하이웨이 29를 따라 나파부터 Yountville을 지나 Calistoga까지 가다 보면
유명한 와이너리들을 길거리에서 무수히 볼 수 있다. 로버트 몬다비, BV, 루이 마티니, 페쥬, 걸기지 힐, 챨스 크룩 등등 마치 우리가 사는 실리콘 밸리에 오면 애플, 구글, 테슬라, 페이스북 등의 회사들이 아무렇지 않게 있는 것 같이 나파 밸리의 도로 옆에는 셀럽 와이너리들이 주욱 늘어서 있다.
나파와 더불어 와인 컨트리라고 불리는 곳은 소노마이다. 소노마는 나파 밸리와 평행으로 길게 뻗은 나파의 서쪽에 위치한 지역이다. 요 몇 년 캘리포니아 화재로 늦여름을 더 뜨겁게 달구었던 곳이 바로 이 지역이다.
산타 로사 (Santa Rosa)를 중심으로 드라이 크릭 (Dry Creek), 소너마 (Sonoma), 기이저빌 (Geyserville), 알렉산더 밸리 (Alexander Valley), 쵸크힐 (Chalk Hill) 등 여러 아펠레이션이 있고, 여기서 나는 와인도 아주 좋은 것이 많다. 스티븐과 나는 소노마 와인을 특별히 선호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나파 포도의 진한 향에 길들여졌는지, 소노마 특유의 흙냄새를 와인에서 읽어낸다. 그렇지만 소노마 지역에서도 알렉산더 밸리와 쵸크 힐에서 나오는 와인은 아주 맛있다. 이유는 거의 나파 포도와 맛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철저히 개인의 취향이다. 하지만 와인을 평가하는 로버트 파커나 와인 스펙테이터 등의 점수를 봐도 확실히 나파 와인이 소노마 와인보다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긴 한다.
소노마는 특히 가을이 아름답다. 특별히 드라이 크릭 지역에는 노랗게 물든 포도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대부분의 와이너리의 뷰가 정말 멋진 곳이다. 그리고 특이한 와이너리도 꽤 있다. 어마어마하게 방대한 라벤더 밭이 맞아주는 마탄자스 크릭 ( Matanza's Creedk), 영화 대부의 감독 프란시스 코폴라가 만든 놀이동산, 영화 뮤지엄 같은 코폴라 와이너리 (Copola) 커다란 앤틱 와인 배럴 통을 아직도 전시해 놓은 세바스티아니 (Sebastiani) 와이너리 등 가보면 재미있는 곳들도 많다.
여름에는 조금 다른 액티비티가 기다린다. 산타 로사 서쪽으로 러시안 리버 (Russian River)를 따라 유원지가 형성되는
건빌 ( Guernville)이라는 곳에 숙박을 하면 좋은 점이 많다.
와이너리만 갈 수 있을 뿐 아니라 레드우드 공원, 강을 따라 타는 카약, 물놀이하는 가족들에겐 최고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곳은 이곳의 주택들이 레드우드 숲에 세워져 있어서 동화 같은 캐빈들이 많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실리콘 밸리,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연인이나 부부가 로맨틱한 주말이나 휴가를 즐기러 많이 온다.
한 해는 내 생일에 스티븐이 멋진 캐빈을 예약하여 2박 3일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정말 동화 속 마법 같은 캐빈이어서 너무 행복했었던 기억이 있다. 다시 가보고 싶은데 이런 캐빈들은 수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해서 정말 어쩌다 무슨 날에나 가야 하는 곳이다.
미국 와인을 대표하는 캘리포니아의 나파 지역, 이를 미국에서는 흔히 나파 소노마 와인 컨트리라고 한다. 나파와 소노마, 비숫한 듯 다른 특색을 가진 곳이다. 여행을 계획한다면 나파와 소노마 두 지역을 다 돌아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계절과 무관하게 일 년 내내 매력이 넘치는 와인 컨트리. 와인뿐 아니라 다양한 액티비티도 가능한 휴식 같은 곳.
무엇보다도,
포도밭이 드넓게 펼쳐진 와이너리 풍경을 배경 삼아 마시는 한 모금의 와인은 단연 '힐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