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테의 첫날, 가족과 함께 떠난 요트 여행

발로스 라군의 옥빛 바다와 그리스 인심 가득한 하루

by 여행에 와 락


크레테에서 꼭 해보고 싶던 요트 여행

‘그리스’ 하면 섬, 그리고 섬 하면 푸른 바다 위 우아하게 떠 있는 요트가 떠오르지요.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도 요트 투어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여행 전에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일일 요트 여행을 찾아 예약했는데, 크레테 섬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발로스 라군(Balos Lagoon)으로 향하는 코스였습니다. 정원 8명의 소규모 요트였는데, 마침 우리 가족이 딱 8명이어서 전세 낸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발로스 라군(Balos Lagoon)의 항공샷


서쪽 끝 항구에서 출발하다

아침 일찍 크레테 섬 서쪽 끝에 자리한 작은 항구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서 출발해 섬 서쪽 바다를 따라가면 최종 목적지인 발로스 라군에 닿게 됩니다. 가는 길에 그람부싸(Gramvousa)라는 섬에도 들러 산꼭대기 요새를 구경하는 일정이 있었습니다.

발로스 라군은 사진으로만 보아도 바다빛이 하얀색에서 옥색, 연두, 초록, 짙은 푸른색까지 겹겹이 번지는 숨 막히게 아름다운 곳인데, 실제로 보게 될 순간이 기대됐습니다. 그람부싸의 요새는 1579~1584년, 베네치아가 크레테를 다스리던 시절 오스만 튀르크의 침범을 막기 위해 세운 것이라 합니다. 참고로 크레테섬에는 베네치아의 유적이 꽤나 많이 남아있습니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 성벽에 오른 이는 기력이 좋은 막내딸과 남자친구, 그리고 제 남편뿐이었고, 저는 요트에서 내려 사진 찍느라 분주했습니다.


요새까지 올라갔던 막내딸의 사진을 빌려왔어요. 중세시대의 흔적이 이런 작은 섬 꼭대기에 아직 남아있네요.
딸아이가 요새에서 찍은, 저희 배가 정박하고 있는 바다 모습입니다.


요트에서 모터보트로 갈아타다

이후 요트는 어느 지점에 정박했고, 작은 모터보트를 내리더니 우리를 3명씩 나누어 육지로 데려다주었습니다. “왜 요트로 바로 가지 않는 거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발로스 라군 일대는 바닷물이 워낙 얕아 큰 배가 들어갈 수 없다고 하더군요.

육지에 내려 조금 걸으니 드디어 사진으로만 보던 환상의 라군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항공샷이 아니라 평면 시야에서 본 풍경이라 규모를 한눈에 담긴 어려웠지만, 발목 언저리를 찰랑이며 적셔주는 얕은 바다를 걸을 때는 바다를 보며 하늘을 보며 감틴하기 바빴지요. 바다 밑은 부드러운 흰모래였고, 햇빛에 따라 물빛은 하양, 옥색, 연초록, 짙푸른 색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낮은 바닷물이 이 라군전체에 퍼져있습니다. 모래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깨끗했고요.



그리스 국기의 색을 만나다

요트 여행을 하며 새삼 놀란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리스 국기의 색이 곧 그리스의 자연 색채라는 사실이었지요. 짙푸른 바다와 하늘, 그리고 하얀 구름을 담은 듯 단순한 국기는 실제로 이곳에서 보면 너무나 잘 어울렸습니다. 발로스 라군의 바다빛은 바로 그리스 국기의 파란색이었습니다.


바닷가 식당에서의 저녁, 그리고 숙소 이야기

돌아오는 길에 바닷가 식당에 들러 식사를 했습니다. 이곳 역시 푸짐한 인심과 따뜻한 그리스 사람들 덕분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 즐거운 시간이었지요.

아, 참, 우리가 묵었던 집도 소개할게요. 피크 시즌이 아니어서 비교적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었던 에어비앤비 럭셔리 하우스였는데, 방이 여섯 개나 되는 넓은 집이었습니다. 인테리어도 세련되어 만족스러웠지만, 무엇보다 감동적인 건 그 뷰였습니다.

집 앞이 바로 바다라서, 집 앞면 베란다의 소파에 앉으면 파도와 석양이 그림처럼 펼쳐졌습니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 흐린 날에는 조금 거칠게 몰아치는 파도, 맑은 날에는 황홀하게 번지는 석양까지… 하루의 시작과 끝을 이곳에서 보내며 커피 한 잔과 함께 ‘바다멍’을 즐기는 시간이 제게는 가장 큰 호사였습니다.


침실 중 하나입니다.
거실에서 유리문을 열고 나오면 이 베란다가 시원한 바다에 면해 있습니다.
이 바다색이 매일 시시각각으로 달라진답니다.
집 뒤켠에 작은 수영장도 있습니다, 여름엔 너무 좋을 듯요.


석양아 너무 좋아 집 앞 바닷가로 나왔습니다.



요트 여행 팁

ㆍ프라이빗 요트 투어는 1인 약 177달러 정도
ㆍ대형 보트 크루즈는 40~60달러 선으로 더 저렴
ㆍ프리미엄 요트 패키지는 230달러 이상
ㆍ작은 요트는 5명 정원부터 있으며, 코스도 다양

저희가 탔던 요트는 8명 정원에 7시간 일정, 점심이 포함된 패키지였고, 음식도 그리스답게 푸짐했습니다. 나중에 선장과 스태프에게 작은 팁을 드리는 것도 예의지요.


저희가 빌렸던 요트입니다.
발로스 라군에서 아이들은 수영을 했는데, (조금 깊은 곳도 있는데, 그곳은 수영, 물놀이하는 사람들이 갑니다) 이후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키는 모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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