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판뉴, 샴페인
아흐~~~ 너무 아쉽다. 샴페인을 생각하면 드는 생각이다. 남편과 나는 샴페인을 좋아해서 자주 마시고 싶은데 한두 잔씩밖에 못 마시는 주량 때문에 오픈하지도 못하고 포기할 때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속상함과 아쉬움에 뱃속에서부터 아흐~~~~! 가끔씩 마트에서 딱 한잔을 채우는 쪼꼬미 샴페인이 보이면 모조리 사둔다. 물론 좋은 샴페인일 경우.
상판뉴와 샴페인은 같은 말, 다른 발음이다. 프랑스사람들은 샴페인을 샹판뉴라고 부른다. 그리고 샹판뉴는 프랑스 동북부의 한 지방이다. 예전에는 기포가 있는 와인을 모두 샴페인이라고 칭했는데 이제는 샴페인 지방에서 생산된 것이 아니면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꽤 분류해서 부르는 편이다. 미국에서는 간단히 버블리 (bubbly)라고 부르기도 한다. 샴페인은 샴페인 지방에서 생산되는 기포 가득한 스파클링 와인인 셈이다.
1700년대에 이 지방에서 와인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자꾸 기포가 생겨 그 압력 때문에 와인병이 폭발하고 깨지는 일이 자주 발생하자 돔 페리뇽이라는 교회 수사가 더 두꺼운 병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와인 코르크를 철사로 감고 막아서 와인 폭발하는 사고를 해결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샴페인을 더 잘 보관하고 건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나무로 만든 병뚜껑을 던져버리고 코르크를 처음 쓰기 시작한 사람도 돔 페리뇽이다. 돔은 최고 수사를 지칭하던 도미노스 ( Dominus)의 약자이고 본명은 피에르 페리뇽 ( Pierre Perignon)이다.
샴페인에 큰 기여를 한 돔 페리뇽의 이름을 따서 모엣 샹동 ( Moet & Chandon) 이 돔 페리뇽이라는 샴페인의 걸작을 만들어 냈다. 그 지방 일대의 포도밭을 사들이고 샴페인을 제조해서 세계굴지의 샴페인 회사가 된 것이다. 이 회사는 돔 페리뇽뿐 아니라 모엣 샹돔, 크루그 (Krug), 뵈브 클리코 ( Veuve Cliquot)등을 생산한다. 이 마을 이름이 오트빌레 (Houtvillers)인데, 모엣 샹동 샤토는 20분 거리인 에페르네 ( Epernay)라는 곳의 샴페인 거리에 위치해 있다.
샴페인 지방을 여행하면서 두 가지 배운 점이 있다. 여행을 통해보고 느낀 점은 훨씬 다양하고 많긴 하지만. 먼저 샴페인에 대한 지식으로 치자면 첫째는 샴페인을 만드는 포도원료이고 둘째는 샴페인을 고를 때 생각해보아야 할 것들이다.
첫째, 샴페인은 전통적으로 3가지 포도를 섞어서 만든다고 한다. 나는 예전에 샴페인 포도가 따로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셋 중 두 가지 품종은 바로 우리가 다 아는 품종인 피노 누아와 샤도네이, 이 두 가지는 적포도와 청포도이다. 물론 투명한 빛깔을 내기 위해 껍질을 사용하지 않는다. 참고로, 요즘 인기를 더해가는 로제 와인이나 로제 샴페인은 껍질을 몇 시간 함께 넣어 두어 색깔만 입히는 것이다. 세 번째로 사용되는 포도 종류는 피노 뮤니에 ( Pinot Meunier)라는 품종으로 적포도이다.
요즘은 약간 변형된 샴페인도 만든다.
Blanc de Blanc (하양에서 하양을) 즉, 청포도인 샤도네이 100%로 만드는 샴페인이다.
Blanc de Noir ( 검정에서 하양을) 적포도인 피노 누아와 피노 뮤니에 만으로 만드는 샴페인으로 짙은 금빛의 샴페인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돔페리뇽이 시무했던 교회가 있는 그림 같은 마을인 오트빌레 ( Hautvillers)의 한 와인 바에서는 이 세 가지 다른 품종의 샴페인을 각각 시음할 수가 있다며 우리가 묵은 집의 주인장이 적극 추천해 주었다.
샤도네이 100%는 예상과는 달리 꽤나 드라이했다.
사실 과일향이 풍부하고 약간 달달한 맛을 기대했는데 전혀 달랐다. 과일향은 그런대로 좋았지만 맛은 전혀 달지 않았다.
100% 피노누아는 과일향이 훨씬 많았고 약간 드라이했으나 샤도네이보다는 그래도 마실만 했다.
이 두 가지는 우리가 많이 접해본 익숙한 와인 품종이라 별로 특이점을 찾지 못했으나 , 피노 뮤니에를 마셔보았을 때 '오, 이건 샴페인 맛이야'라는 느낌이 딱 왔다. 샴페인을 맛볼 때 약간 중간 당도의 찝찌름한 맛, '이 맛이 나야 샴페인이지' 하는 바로 그 맛이었다.
이렇게 세 가지 포도 품종으로 샴페인이 완성된다. 샤도네이, 피노누아, 피노 뮤니에. 그렇다면 샴페인은 왜 달지 않은 걸까?
나의 어릴 적 샴페인의 첫 경험은 (내 시대를 살았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에 몰래 사가지고 갔던 2000원짜리 샴페인이었다. 술맛을 모르던 나에게도 어찌나 저렴한 맛이 느껴지던지... 그래도 달달구리한 맛에 꾸역꾸역 마셨던 기억이 난다. 진짜 샴페인은 달지 않은 것이 보통이다. 그렇지만 나처럼 단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희소식이 있는데 어떤 샴페인 회사든 달달한 샴페인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구별을 해야 할까?
샴페인의 레이블을 보면 대부분 Brut라고 쓰여있다. 부르트는 일반적인 당도를 나타내지만 이는 전혀 단맛이 나지 않는다. 설탕을 전혀 넣지 않은 샴페인이다. 약간의 당도가 있는 샴페인은 Sec이라고 쓰여 있으며 아주 단 맛은 Demi-Sec이라고 적혀있는 샴페인을 사면된다.
Brut - - Sec - - Demi Sec
단맛 x -- 약간 단맛 -- 아주 단맛
이렇게 당도가 구분되니 구입 시 꼭 레이블을 살펴보아야 한다. 드미 섹의 경우는 매우 달다. 한 병에 33g의 설탕을 첨가한다고 한다. 샴페인은 당도를 포도의 단맛으로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설탕을 첨가하여 조절한다. 사우어도우 (Sourdough) 빵의 신맛을 식초로 내듯이 말이다. 설탕을 33그램이나 넣는다고 생각하니 너무 단맛은 마시고 싶어지지가 않는다.
우리는 여행을 할 때 반드시 와인 산지를 포함시킨다. 아직 못 가본 곳도 많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가는 곳마다 시음은 물론 보고 배우는 것이 많아 강추하고픈 여행 방법이다. 그중에서도 샴페인 지방을 여행한 것은 아주 유익하고 즐거웠다. 멋진 샤토에서 우아하게 마시는 샴페인도 근사한 일이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샐러드와 치즈 그리고 바케트를 넣은 등나무 바구니를 들고 샴페인 뒷산의 포도밭으로 피크닉을 가보고 싶다. 포로로 기포가 올라오는 샴페인과 함께하는 포도밭 피크닉, 근사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