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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tyle by AK Mar 24. 2023

와인 첫걸음 떼기

와인 = 개인의 취향

와인은 순전히 개인의 취향이다. 와인에 대하여 호불호, 취향을 판단하거나 비난하거나 할 이유나 권리가 그 누구에게도 없다는 이야기다.


내가 처음으로 와인 맛을 알게 된 계기는 식도락 그룹에 속해 있을 때 만난 리아였다. 리아는 나보다 두 살 어린 친구로 어릴 때 이민을 와서 예일에서 MBA를 마치고 그 당시 IBM 경제 팀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때 우리는 둘 다 싱글이라 여기저기 그룹 활동도 하고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할 때였다. 한 번은 우리 식도락 외식그룹 4-5명이 쿠바 음식점엘 갔는데 난 쿠바 음식은 전혀 모르는지라 입 다물고 조용히 있었고 음식에 일가견 있는 그들이 여러 다른 음식과 함께 해산물 찌개와 비슷한 음식을 시켰다. 난 음식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남이 주문한 음식은 어지간해서는 먹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해산물 킬러인 나는 이 해물탕 비스므리한 비주얼에 끌려 이건 뭘까하며 맛을 봤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약간 매콤한 맛까지 정말 한국의 해물 찌개맛이 났다.


그때 함께 시킨 와인이 쉬라즈 (Shiraz)였다.  그들이 쉬라즈를 시킨 이유는 매운맛이 나는 와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와 알 못이었던 나는 깜짝 놀랐다. 매운맛이 나는 와인이 있다고? 그들이 하는 대로 나도 따라서 이 매콤 해물 찌개와 쉬라즈 와인을 함께 맛을 봤는데 와인의 매콤한 맛이 확 올라왔다. 훅하고 들어왔다, 와인이.  아마도 그때였던 것 같다.  와인에 대해 관심이 생긴 때가.


그 이후로도 와인에 일가견이 있는 리아는 나를 데리고 와인클럽에도 데려가고 가까운 와이너리 방문도 주선하는 등 와인에 익숙해지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어느 정도 홀로 서기를 하게 돼서부터는 혼자서라도 와인 모임에 나가고 음식점에서도 이런저런 와인을 마셔보게 되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와인의 품종도 잘 모르던 초보중 초보였었다.  그렇지만 여기저기서 주로 레드 와인만 마시다 보니 왠지 내가 좋아하는 맛이 뭔지 알게 되는 것 같았다. 레드와인 중에서도 한 종류를 마실 때 특별히 좋다는 느낌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기억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와인의 품종도 모르고, 와인의 종류라고는 레드와 화이트로만 나눌 때였으니 품종을 기억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큰 스텝을 떼는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캐버네 소비뇽으로  와인 첫걸음마를 시작했다. 그 이후로 와인 마실 일이 있으면 캐버네 소비뇽만 마셨다. 그러다 보니 이 품종 맛의 느낌을 점점 확실히 알게 되는 것 같았다.


와인으로 말하자면 나는 아직 서당개 18년 차 정도 밖에는 아닐 테지만  와인 왕초보, 와알못인 분들께 이런 조언을 드리고 싶다. 아직 어떤 와인이 좋은 지를 모르신다면 일단, 레드면 레드, 화이트만 화이트 하나를 골라 몇 가지 품종을 마셔보시라고. 왠지 끌리는 와인이 있다면 그 품종을 계속해서 마셔보시라고. 그렇게 계속 마셔도 맛이 좋다면 그게 바로 당신이 좋아하는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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