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상작가 해원 Oct 26. 2024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자살로 돌아가신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소뇌위축증>


엄마는 가난했다. 

엄마의 가난은 아버지의 무능일 거다.

하지만 무능은 무얼로 판단할까?

아버지는 능력자였다. 지금도 살아계시므로,


죽은 자는 능력이 없다.

살아갈 능력이 없으니 죽은 거다.

그깟 숨 한 모금 들이킬 능력이 없는 거다.


근데, 엄마는 능력이 있었다.

살아갈 능력과 지혜?

하지만 병은 그걸 죽인다.

능력을 죽이고 반대로 지혜를 쓴다.


점점 몸을 잃어가는 병,

<소뇌 위축증>


이제 지혜가 문제다.

자식들에게 짐 되고 싶지 않음,


"죽는 사람이 제일 부럽다!"

노래처럼 말했다.


자살시도 여러 번,

나는 우울증 약을 발로 찼다.


"소뇌위축증에 왜 우울증 약을 먹어? 의사새끼들 다 벼엉신새끼들이여?"


10년의 투병,

아버지가 온몸 바쳐 간호했다. 눈물이 난다.


#

아버지가 엄마를 위해 러닝머신을 들여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엄마를 운동시키던 아부지,

동네에선 아부지의 로맨스가 화제가 됐다.

365일, 10년 3650일,

한결같이 운동과 식이요법을 거르지 않았다.

하루도 빠짐없이 말했다.


"박00 사랑한다."


근데 몰라, 엄마는 왜 그리 서둘러 갔을까?


"여보, 장에 가서 맛있는 거 사 와요!!"


아버지가 나가자 엄마는 러닝머신에 전원을 켰다.

빨간 보자기를 목에 맨 다음,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살아온 날들이 지나간다.

오욕의 세월, 참 부질없다.


똑똑한 엄마는 러닝머신의 최고 속도를 이미 안다.

12, 

3도 걷지 못하면서 굳이 12를 맞춘다.

돌아선다.


"엄마, 미안해!"


내가 그 슬픔 몰랐어요!!


오늘처럼 눈부신 가을날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만 말해, 듣기 싫으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