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과제하다 뜬금없이, 인생에 대한 숙고

#대학생 #레포트 #비전 #창업 #섬김

by 임ㅎㅎ

*이 글은 '경영전략'수업에서 교수님이 내주신 '나의 인생 전략'이라는 레포트를 일부 발췌한 내용입니다. 제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주신 교수님께 감사합니다:)



나의 비전


마케팅은 외치거나, 속이거나, 강요하는 일이 아니다. 마케팅은 당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고객을 섬기기 위한 기회다...(중략) 신뢰하는 고객들에게 기대한 것보다 많이 주는 것에 집중한다. 고객을 피해자로 만들지 않고, 마케터가 그들에게 자원봉사자가 될 수 있도록 한다. (세스고딘, 마케팅이다中)


저는 이것이 놀랍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마케팅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나 봅니다. 단순히 이윤 극대화의 수단 정도로 여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마케팅이 (굳이 따지자면)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섬김이라니? 예배 설교시간에나 들을법한 단어를 책에서, 그것도 마케팅 책에서 듣게 될 줄 상상이나 해봤겠습니까? 부끄럽지만 저의 꿈(남들에게 말하기 위한 버전)은 패션 마케터되는 것 그리고 저만의 브랜드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굳이 나누었지만 사실 이 둘은 하나이며 최종적인 저의 비전(제가 생각기에 이것이 진짜 꿈)은 제가 소중하게 여기는 고객을 섬기는 것입니다.




나의 강약점


-의류 쇼핑몰 운영

-피팅 모델

-스쿼시 강사

-장애인 복지관 자원봉사

-경기도청년봉사단

-동아리 CCC

-노래 유튜브 채널 운영

-패션, 데일리룩 인스타그램 채널 운영

-서평 네이버 블로그 운영

-유통회사 근무 (재고관리담당)

-도서관 사서

-건설일용직

-냉동창고 아르바이트

-카페 아르바이트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

-영화관 아르바이트

-주점 아르바이트

-편의점 아르바이트

-전단지 아르바이트



"그래, 뭐라도 해보자! 하다 보면 알게 되겠지!"가능한 많은 경험들을 해보려 했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독서로라도 간접경험해보려 애썼습니다. 이것은 그동안에 활동을 바탕으로 알게 된 저의 강약점입니다.


강점 : 사교성, 서비스정신, 도전정신, 섬김, 패션, 독서, 꼼꼼함 자기반성

약점 : 추진력부족, 감정기복, 체력, 손이 느림




브랜드가 되기까지


2020년, 마지막 4학년을 앞두고 저는 휴학을 택했습니다. 주변에서는 "굳이?'라는 반응이었지만 저는 제 진로를 명확히 해두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초조함 때문이었을까요? 26살이라는 어리다면 어리고, 학생이라 하기에는 많은 저의 나이가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동기들이 하나둘씩 취업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괜한 짓을 했나?"는 생각도 참 많이 들었습니다. 그 한 해가 저에게는 어찌나 빠르게 흐르던지 하루하루 초조했다면 초조했고, 한편으로는 인생에 다시없을 '합법적 휴가'라는 생각에 최대한 마음을 편히 먹으려 부단히 애를 썼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 장래희망란에 제가 '디자이너'라고 썼던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아 맞다..나 옷 좋아했었지! 그 순간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실히 정리가 되더군요. 한번 마음을 먹으니 1년 가까이 정체되던 일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당시 감사하게도 피팅 모델 자리를 바로 구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일하며 그쪽 업계 생태에 대해 많이 배우던 시기였습니다. 그렇게 얼마 되지 않아 친구가 같이 쇼핑몰을 해보지 않겠냐며 고맙게도 먼저 제안해 주어서 '일단 뭐든 해보자'라는 저의 신조답게 친구의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그렇게 2021년 2월 24일 사업자등록을 하고 3월 1일 저희의 첫 쇼핑몰이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미시적 전략, 이디야 전략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105366609365640


그래도 제가 나름 경영학도인데 열심히 시장조사를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친구의 제안을 수락한 그날부터 저는 시장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근데 어찌 된 게 조사를 하면 할수록 절망적이었습니다. 이쪽 업계 자체가 이미 너무 포화상태인데다가 동대문에서 옷을 떼와서 파는 구조상 상품 차별화도 어렵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자체제작이라는 보루가 있기는 하지만 초기자금이 많이 들고 저희가 옷을 만든다고 해도 그 옷이 팔린다는 보장도 없기에 리스크가 너무 컸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예전 마케팅 시간에 배운 '이디야 전략'이 떠올라서 친구에게 제안했고 저희는 이 전략을 벤치마킹하기로 했습니다.


전략은 이렇습니다. 먼저 식별 가능한 옷을 사입(동대문에서 옷을 떼오는 것)합니다. 여기서 식별가능한 옷이란 여러 타 쇼핑몰에서 이미 팔고 있는 상품 중에 누가 봐도 한눈에 같은 옷임을 '식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무지티는 식별불가한 옷입니다. 왜냐하면 무지티를 파는 수천 개에 쇼핑몰이 이미 있을 텐데, 구매해서 직접 라벨을 보지 않는 한 그 옷들이 같은 제품인지 다른 제품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눈에 봐도 누구나 식별 가능한 옷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번에 저희 쇼핑몰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인데 '스트라이프 브이넥 앙고라 니트' 같은 제품들입니다. 이 제품에 경우 앙고라라는 독특한 소재, 브이넥 타입, 스트라이프 패턴이 더해져 누가 봐도 같은 제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이런 옷들만을 사입하여 네이버 최저가에 판매했습니다(이렇게 팔면 남는 게 있냐고들 물어보시는데 사실 남는 게 없습니다ㅠ 하지만 창업 후 70%가 폐업하고 살아남은 30%에 쇼핑몰이 시장을 독점하는 이곳 특성상 이것이 최선이라 판단했습니다.)


"오픈 후 첫 한 달 동안 하루에 2개씩만 팔아도 기적입니다."

-유튜버'조선 청년' (의류 쇼핑몰 창업 유튜버)-


기적이 일어났습니다(누군가에게는 보잘것없는 성취일지 모르나 적어도 저희에게는). 하루에 2개가 뭡니까? 4개씩 들어오는 날도 있었습니다! 많은 고객님들이 '제품이 왜 이렇게 저렴한 건지', '같은 제품이 맞는 건지' 문의해 주셨습니다.





거시적 전략, 1년


저희 목표는 1년을 해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시즌별로 저희만의 단기 목표를 정했습니다. 이 목표를 기반으로 모든 의사결정(제품 소싱부터 가격결정, 광고비까지)이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그리고 올해를 마무리하며 앞으로 계속해볼 가치가 있는지, 아니면 멈춰야 하는지 결정하려 합니다.


봄 : 일단 팔자!

여름 : 광고비라도 벌어보자!

가을 : 조금이라도 수익을 내보자!

겨울 : 제대로 된 수익을 내보자!




최종목표


최종 목표는 이미 서두에 언급했듯 브랜드를 만드는 것입니다. 저희 쇼핑몰의 인지도를 올리고 매출을 늘려 자체제작까지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처음에는 자체제작 상품 1~2개로 시작하겠지만 점차 5개, 10개... 점점 늘려 100% 자체제작으로 늘려나가는 것이 첫째 목표입니다. 국내에 '인사일런스', '쿠어' 해외에 '자라', '아크네', '코스' 같은 브랜드들도 이렇게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둘째 목표는 섬김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습니다. 이 부분은 아직 추상적이지만, 저와 제 친구는 각자 뚜렷한 목표를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1년 동안 섬겼던 장애인 복지관을 돕는 것으로 이일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시설이 너무 노후되어 사실 철거 직전에 상태입니다. 비가 오면 빗물이 세고 전기가 끊기는 말도 안 되는 환경에서 생활하고 계십니다. 한 번은 제가 원장님께 "잘 돼서 건물 하나 지어드리겠다"라고 말씀드리니 빈말이라도 고맙다며 너무 좋아하시던 원장님 얼굴을 보며, 티는 안 냈지만 참 마음이 씁쓸했었습니다. 단순히 '벌이'를 위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진정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의 친구는 고아와 불우한 아이들에게 남들보다 좀 더 시선이 간다고 합니다. 실제로 고아원으로 봉사활동을 다니는 그 친구를 보며 항상 많은 것을 느끼고 그 친구의 진심을 엿보게 됩니다. 그 친구는 고아원을 짓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부디 이러한 목표들이 이루어지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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