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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지네언니 Jan 26. 2023

20230120-26

새해 복 많이 받자, 면접 합격, 컨디션 난조, 여유를 즐겨주마


새해 복 많이 받자. 남에게는 쉽게 하는 말을 나에게 안 해준 것 같아 나에게 해 보았다. 누가 보면 이기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내가 행복한 게 최우선이라는 생각이 점점 확고해진다. 당장에 나의 하루만 돌아보더라도 기분 좋았던 날과 나빴던 날에 상대방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당연히 달라진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는 입장에서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다만 평소 같으면 그냥 한 번 해주고 말지 싶었던 입에 발린 소리가 나오지 않는 날이 있는 것이다. 그럴 땐 오히려 내가 말실수라도 할까 봐 입을 꾹 다물뿐. 최근 어니스트 섀클턴의 항해에 대한 책을 읽었다. 남극이라는 극한의 상황에 던져진 인간의 다양한 모습이 흥미로웠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한 대목이 있다. 질척한 부빙 위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던 대원들이 오랜만에 물개 사냥에 성공한다. 그걸로 뜨거운 수프를 끓여서 배부르게 먹고 나니 비관에 젖어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정치를 논하기 시작하더란다. 뜨시고 배부른 한 끼를 먹고 났더니 본능 이외의 문제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생겼던 거다. 그걸 보면서 인간은 참 단순하고, 그만큼 쉽게 행복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그 단순한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정해진 시간에 침대에 들고 충분한 잠을 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무리 추워도 환기를 하고 전날밤 미리 우려 둔 따뜻한 차를 마신다. 허둥대며 출근하는 게 싫어서 가장 일찍 사무실에 도착한다. 역시 환기를 하고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오늘 쓸 수업 교재들을 차례대로 준비해 둔다. 절대 업무를 남겨두지 않고 칼같이 퇴근한 후에는 역시 환기를 하고 집정리를 하고 어제와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든다. 재미없고 지루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재미보다 생존의 문제라. 그래서 올 한 해는 다른 것보다 "평범한 행복에 익숙해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덤으로 돈도 좀 많이 벌어보자.

 


면접에 붙었다. 이직이 아닌 부수입원의 목적이라 크게 간절하진 않았는데 (아닌가, 생각보다 간절했을 지도.) 상대방이 급했던 건지 내가 잘했던 건지 붙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내가 잘한 거라고 해야겠다.) 다른 선생님들과 수업이 겹치지 않는 근무 조건이 마음에 들고 오전과 저녁 수업이라 중간이 텅 비는 게 마음에 걸린다. 그래도 운동 시간 조정하고 새로 신청한 강의 듣는 시간 잘 맞추면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스스로 세뇌 중이다. 원래부터 업무 환경이나 평판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돈 버는 게 뭐 그렇게 달콤하겠어. 다 지랄 같지. 그리고 기대가 없으면 원래 실망도 없다. 직장에서 크게 인간관계 만들고 싶은 마음도 없고 정말 노동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관계로 만족한다. 그래도 출근해서 한동안은 분위기나 업무 스타일에 적응하는 시간이 드니까 그게 좀. 거기다 일주일에 하루 출근하는 거라 부담이 덜한 대신 적응하는 데 좀 오래 걸릴까 염려 중. 이라고 운동 쌤한테 말했더니 안 일어난 일을 신경 써봤자 뭐해요- 란다. 응, 그렇지. 가보면 알겠지. 내가 맘에 안 들면 내가 나오면 되고 그쪽이 날 마음에 안 들어하면 나를 내보낼 거고. 출근 전까지 교재 준비나 신경 쓰자.



컨디션이 좀 별로다. 돈 들여서 보약까지 해 먹었는데. 아무리 좋은 약도 엉망진창인 식생활은 커버 치기 어려운가 보다. 좀 건강하게 먹어야 되는데 잘 안되네. 약 먹는 중에는 억지로라도 관리했는데  약 끝나고 나서는 고삐가 풀린 것 같다. 내가 컨디션이 제일 좋았을 때는 절식하면서 운동할 때였다. 위에 부담을 덜 주는 것만으로도 컨디션이 이렇게 좋아질 수 있다니 하고 감탄했었지. 맛있는 것에 대한 욕구가 컨디션을 이겨버린 게 문제지. 거기다 날씨도 한몫하는 중. 추위를 타지 않아 겨울도 잘 견디는데 올 겨울은 종잡을 수가 없어 힘들다. 변온 동물도 아니면서 급격한 온도 변화에 민감한 터라 환절기에 죽어나는 데 1월에 이런 상태라니 지구가 정말 미쳐가고 있는 게 맞나 보다. 이 와중에 실내 마스크 해제된다니 독감 백신을 맞아야 할 것 같다. 백신만 맞으면 초주검이 되는 터라 미뤘었는데 이젠 더 못 미루겠다.



한동한 목요일 오프를 만끽해 왔는데 다음 달부터는 그마저도 없어지니 이번 주말은 정말 제대로 게으름 피우며 보내야겠다. 어디 기사에서 봤었는데 퇴사하고 나서 해외여행 다녀오는 길에 현타를 가장 심하게 맞는단다. 이직이나 향후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여행은 처음에는 즐겁지만 나중에는 걱정과 부담으로 제대로 즐기지를 못한다고. 반면에 이직이 결정된 후 새 직장 출근 전의 여행이 가장 좋았다는 사람들이 많더라. 아마 앞으로 즐길 날이 없을 거라는 각오를 해서겠지. 그러니 나도 이번 주말에는 애기 끌어안고 띵까띵까 놀아야지. 마지막 여유를 신나게 불태워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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