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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지네언니 Oct 12. 2022

그런 거 있어봤자 별 의미 없대

주말 아침부터 바리스타 수업을 들으러 갔다 왔다. 생각보다 나이 있으신 분들이 많이 오셨더라. 다들 뭐라도 해보려고 오신 거겠지.


수업을 듣기 전에 미리 검색을 좀 해봤더니 여러 가지 반응들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민간 자격증 그거 따 봤자 별 의미 없어요. 그냥 협회랑 학원 돈 벌어주는 거지.'였다. 왜냐면 내가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허세로 가득 찬 사장 밑에서 일하면서 들었던 말이고 나도 뭐라도 된 것처럼 그렇게 말하고 다녔었다. 근데 지금은 그때의 내가 참 건방졌었구나라는 걸 안다. 왜냐면 그때 내가 봤던 사람들도 그걸 모르지 않았을 거고, 오늘 학원에 와 있던 사람들도 그걸 알고 있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별 거인 자격증이라서 저걸 따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뭐라도 해보려고 하는 거다 다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집에서 딴 사람들 성공담이나 들으며 시간을 때우기에는 내 인생이 너무 하찮아서 밖에 나가서 뭐라도 배우고 해 보려고 나서는 그 마음의 절박함을 그때는 몰랐던 거다.


평소 같으면 침대 위에서 핸드폰 보며 미적거렸을 시간에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는 것이 신선했다. 일부러 머리도 감고 화장도 하고 옷도 살짝 불편하게 입었다. 나 스스로에게 무방비하고 싶지 않았다. 남이 강의하는 것을 보는 것도 오랜만에 재밌더라. 아침나절을 꽉 채워 보냈는데도 아직 한나절이 남은 거리로 나와 커피를 사 먹고 퀴어 축제도 구경하며 제법 걸었다. 집으로 돌아와 털썩 침대에 쓰러지며 재밌었다- 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 의미 없는 무엇인가는 없었다. 다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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