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X됐다. 내일 출근해야 되는데.
내일은 하루 종일 풀강인 날. 꼬박 열두 시간을 집을 비워야 하는데, 일부러 10시 딱 맞춰서 누웠는데, 분명 잠든 줄 알았는데-
깼다.
눈이 떠진 순간 생각했다. 내일 출근 어쩌지. 숫자를 세고 눈 마사지를 하고 고양이를 품에 안아도 잠이 안 온다. 환장하겠다. 자야 된다고 생각하니까 잠이 더 안 온다. 분명 피곤해서 눈이 빠질 것 같은데 뇌가 잠들 생각을 안 한다.
이런 날이 있다. 이런 날은 대개 하루를 꽁으로 보낸 날이다. 오늘 난 뭘 했나. 오전 수업을 갔고, 월급날이라고 오랜만에 점심 외식을 했다. 운동하러 가서 선생님한테 무자비하게 혹사당했다. 돌아오는 길에 밥 차려 먹기 귀찮아서 먹고 들어 오는 길에 맥주도 한 잔 했다. 들어오자마자 애기 화장실 치워주고 샤워하고 누웠다. 엄청 꽉 찬 하루인 거 같은데.
거짓말.
나는 오늘 연휴 다음날이라는 핑계로 날림 수업을 했고, 돈 쓸 일도 많으면서 월급날이라는 핑계로 맛도 없는 비싼 밥을 사 먹었다. 비싼 운동비를 결제한 주제에 피곤하다는 핑계로 선생님을 애먹이며 50분을 허비했다. 집에 먹을 거 있는데 괜히 저녁을 사 먹고 살찌는데- 걱정만 하며 맥주도 마셨다. 아침에 치워줬어야 하는 화장실을 바쁘다고 냅뒀더니 애가 짜증을 냈다. 샤워를 하고 누웠는데도 찜찜해서 억지로 억지로 잠을 청했다.
마음이 불편하니 잠이 안 올 수밖에. 매일매일을 새롭게 살아도 아까울 시간에 잘하는 짓이다. 하루를 이렇게 허비한 대가로 내일은 까끌한 눈을 억지로 비비며 하루를 학원에 갇혀 있어야 한다. 나란 인간 참 하찮기 그지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