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_계속되는 만남
첫 공황발작이 일어난 비행기 안에서 처럼, 숨이 막힐 듯한 답답함은 아니었지만, 후유증 때문인지, 장시간 비행 때문인지, 개운하지 않은 불편함은 계속되었다. 그래도, 방문 목적이 단순히 가족들과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도 있었지만, 한국에서 꼭 해야 할 개인적인 일들도 있었기에 누워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중 가장 큰 일은 여름에 치료받기로 했다가 미뤄놓은 치과치료였다. 다른 때보다 짧은 일정이었기에, 도착한 다음 날, 서둘러서 예약을 해야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바로 당일예약이 되었다.
추운 겨울날씨에 치과를 가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걷자니, 호흡도 불편했지만, 안경 김 서림으로 답답함은 더해졌다. 예약시간에 맞춰서 도착해 안내데스크에 왔음을 알리고, 계단을 통해서 2층 진료실로 올라가는데,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2층에 도착하여 눈앞에 여러 칸막이 사이로 치과진료 의자들이 보이자, 가쁜 숨은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간호사의 안내를 받아, 그중 한 의자에 앉아, 치료 준비를 위해 안경도 벗고, 종이 타월도 목에 두르고 나니, 가슴이 얼마나 빨리 뛰던지, 그냥 의자에만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일어났다, 앉기를 반복했다.
드디어,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치료할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 후, 치료를 위해 종이 타월을 얼굴에 올리려는 순간, '어, 이 녀석이 또 오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잠깐만, 기다려달라"라고 외쳤다. 의사와 간호사는 이 사람이 갑자기 왜 이러지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 보였다. 너무 힘들었지만, 또 한편 창피한 생각이 들어서, "제가 좀 겁이 많아요. 치과 치료를 할 때면 특히요."라고 얼버무리면서 시간을 벌고 있었다. 그러나, 칸막이 너머로 들리는 다른 환자의 인기척 소리는 '이렇게 계속 시간을 끌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떻게든 빨리 진정시켜야겠다는 조급한 마음도 들었다. 의사도 나와 같은 환자들을 여러 경험했는지, 나를 구슬리기 시작했다. "얼굴을 가리는 종이타월도 없이, 최대한 빨리 끝내겠다. 그리고, 언제든지 조금이라도 불편함이 느껴지면 손을 들어라, 그러면 바로 치료를 중단하겠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속으로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도 간절했지만, 마취를 한 것이 아까워서, 이번에 이렇게 도망가듯이 나가고 나면, 다음번에 올 때는 얼마나 공포가 더 심해질까 하는 마음에, 중간중간 손을 들어 심호흡을 여러 번 하다가 치료하기를 반복하면서 겨우겨우 치료를 마쳤다.
치과 문을 나오면서, 치료 중 느꼈던 극한의 호흡곤란은 없어졌지만, 전체적인 호흡불편 및 답답함은 치과 문을 들어서기 전보다 더 심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지 못했던 오르막을 오를 때는, 심지어 마스크를 중간중간 들춰서 숨을 쉬어야 할 만큼 호흡불편감이 증가되었다. 영문도 모른 채 아주 일상적인 움직임에서 조차 이런 불편함이 지속되니, 건강염려가 고개를 쳐들었고, 그와 단짝인 불안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불쾌함으로 한국도착 이틀째를 끝내려,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이었다. 정말 아무런 이유도 없이, 숨이 찰만한 아무런 움직임이나 행동도 없었는데, 강한 호흡불편함이 몰려왔다. 앉거나 눕거나 서있어도 호흡불편함이 계속 이어지니, 정말 안절부절 그 자체였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아내가 서둘러서 편안한 호흡 연습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찾아, 다운을 받고, 그중 가장 쉬운 호흡법을 틀어서 나에게 권유를 했다. 구령에 맞추어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아주 단순한 과정이었지만, 들숨과 날숨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내가 느끼는 호흡불편감은 몇 배가 되는 듯했다. 그러다가, 이젠 내가 어떻게 숨을 쉬어야 하는지, 숨 쉬는 법 조차도 떠오르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그 불편함을 없애려고 최대한 많은 숨을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이게 보통 말하는 과호흡이다. 이렇게 되니, 코와 목마저 마르기 시작했고, 호흡불편감은 더 커지면서 느껴지는 불편함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마른 코와 목을 위해서 물을 마시려고 하자, 물을 목으로 넘기기 위해 잠시 숨을 멈춰야 하는 그 짧은 순간마저 큰 고통이 되어버렸다. 아니, 숨을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과연 내가 이 밤을 살아서 넘길 수 있을지도 모를 만큼 공포스러운 밤을 맞이하고 있었다.
밤새, 지쳐서 눈을 잠깐 붙였다가 다시 깨기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르겠지만, 어느새 창너머로 껌껌한 어둠을 뚫고 경비아저씨가 빗질을 하는 모습이 보였고, '아저씨가 추우시겠다', '몇 시쯤 되었을까' 하는 지극히 평범한 생각 대신에, 저렇게 편안하게 숨을 쉬고 있는 아저씨가 너무나도 부럽게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