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_1. 만남

1.1 우리의 강렬했던 첫 만남_하편

by 크렁 아저씨

드디어, 모든 승객들이 탑승을 마치고....


기장과 승무원 간에 주고받는 출입문을 닫는다는 방송이 내 귀에 들리자, 왠지 모를 답답함이 더 몰려왔다. 그리고, 또 다른 안내 방송이 이어졌다. "이 비행기는 한국행이니 이제부터는 한국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서 비행기 안에서 모든 승객들의 마스크 착용은 의무이며, 위반 시에는..." 이런 이야기까지 들려오자 내가 느끼는 답답함의 정도는 더욱더 높아져만 갔다. 마치 내가 유체이탈되어 제삼자의 눈으로 보였던 비행기 내부는, 승무원을 포함해서 모든 승객들이 자리에 앉아서 관제탑의 이륙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는 그 순간이 슬로모션으로 보였고, 분명 이전에 내가 경험했던 비행기 내부의 느낌과 냄새와는 전혀 달랐다. 이미 나의 답답함은 단지 불편함이 아닌 두려움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여전히 머릿속에는 "체해서 그럴 것이다. 손을 좀 지압해 볼까", "허리 벨트를 좀 느슨하게 해 볼까", "소화를 위해 복식 호흡을 좀 해 볼까", "눈을 감고 잠을 좀 청해 볼까" 등등의 생각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지만, 그 어떤 것도 나의 불편함에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다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비행기가 완전히 이륙해서 안전고도에 오를 때까지 기내 이동 및 화장실 이용을 삼가 달라"는 이야기를 듣자, 나의 머릿속은 하얗게 변하면서, 나의 가슴을 누군가 짓누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머릿속에는 좀 전까지 불편했던 답답함을 없애기 위해 떠올린 모든 생각들은 이미 다 사라져 버렸고, 오로지 "지금 당장 저 문 밖으로 뛰쳐나가지 않으면, 14시간 이상 동안 내리지 못할 테고, 혹시 중간에 무슨 일이 일어나면 비행기를 회항시켜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나 배상 등 모든 책임을 내가 어떻게 질 수 있을까",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라는 조급함이 가득 찼고, 내 눈에는 오로지 앞쪽에 있는 출입문만 보였다. 옆에 앉은 딸이 하는 이야기도, 평소에 이성적으로 나를 지탱했던 그 어떤 기본적인 생각들은 이미 다 나를 떠난 듯했다. 오로지, 내가 느끼는 답답함으로 인한 두려움과 이 상황을 빨리 회피하고 픈 초조함과 눈에 보이는 출입문만이 나의 모든 것이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한층 높아진 답답함으로 인해, "아, 내가 왜 이러지" 하는 생각과 함께, 이젠 답답함이 아니라 숨 쉬기가 불편해짐을 느꼈다. 나도 모르게 마스크를 살짝 올렸지만, 그 불편함은 가시지 않았고, 머릿속은 텅 비어 있는 듯해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젠 내가 느껴지는 불편함이 내 한계를 넘어서 다른 사람들 눈에도 보이는 것 같았다. 딸도 그런 모습을 눈치를 챗은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어떻게라도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해소해 보기 위해서 딸의 통로 쪽 자리로 바꾸어 앉았지만, 이제는 숨을 턱턱 막히는 순간이 몇 차례 이어졌다. 안절부절못하는 나의 모습에 아내 옆에 앉아있던 아들 마저, 자리를 내주었지만, 아까보다도 더 자주 숨이 멋을 것 같은 공포가 몰려왔다. 옆에 있는 아내가 내 상황을 보고, 연신 손을 주물러 주고, 가지고 있던, 냄새를 맡으면 코가 뻥 뚫리는 오일까지 내 손목에 발라주었다. 비행기가 이륙을 하는지 어떤지, 내 몸 밖의 어떤 움직임과 환경도 이제는 더 이상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백 미터를 전력으로 달린 후 처럼, 수영을 하다가 호흡을 놓친 때처럼, 지속되는 호흡 불편함이 주는 공포가 완전히 나를 압도하였다. 이때 느껴진 공포는 마치 내가 죽음의 문턱에 와 있는 듯 만들었다. 숨이 안 쉬어지니 아내가 도움을 주는 행동들도, 나의 어떤 행동도 전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만약에 내가 백 미터 달리기를 하고 난 후였다면, 수영 때문에 호흡이 거칠어져서 그랬다면, 그 원인을 알고 있기에, 지금의 증상은 당연히 나타나는 결과이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해결될 것이기에, 그 순간의 불편함만 견기면 되는데, 지금 이 순간은 정말, 아무런 이유 없이 숨을 쉴 수 없게 되니, 이 상황에 대해 느껴지는 공포는 몇 배가 되었다. 정말이지 그 짧은 순간에 경험한 공황과의 첫 만남은 너무나도 강렬해서, 죽음의 공포 그 자체였다. 그런 숨이 안 쉬어지는 고통의 순간이 얼마나 지속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죽음의 순간을 경험하고 나니, 내 안에 있던 모든 에너지가 빠져나간 듯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순간은 보통 수 분, 길어야 몇십 분 지속된다고 하던데, 그때는 너무나 길게 느껴졌고, 끝이 나에게 찾아올지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에 느꼈던 공포를 온몸으로 받아내지 않고, 일부라도 공황이란 것을 이해하고 조금만 덜 받았더라면, 아마도 공황장애로 이어지지는 않았겠단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심각한 상황에서도 웃겼던 것은 나의 행동들이 남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 하는 염려도 일부 했다는 것이다. 나란 사람은 정말로 타인의 시선을 너무나도 인식하며 사는 사람인 것 같다.


한 차례의 태풍이 지나가고, 나에게 남은 것은 딱 두 가지였다. '이 증상은 무엇이지? 혹시 내 몸에 문제가 있나', '또 오면 이제 어떻게 하지' 라는 것이었다. 왜 이런 증상이 생겼는지도 염려스러웠지만, 더욱더 걱정되고 공포스러웠던 것은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르는 증상이 너무나도 신경이 쓰였다. 나머지 비행시간 동안에는 의자에 녹초가 된 상태로 기대어 앉아서, 또 찾아올지 모르는 두려움에 거의 눈만 껌뻑였던 것 같다.


비행기에서 내리고, 부모님 댁까지 가는 택시 안에서도 여전히 남아있는 답답한 무언가와 또 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지속되었다.


IMG-20250708-WA0008.jpg


작가의 이전글(심리 재해석)_무의식과 의식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