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동행이란 여정은?
아무리 힘들더라도, 일상생활을 유지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공황이란 동행자를 만나고, 위축된 삶을 회복시키며, 포기하지 않고, 긴 시간 함께 동행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 존재한다. 이것은 동행상대에 대한 이해와 세워야 할 규칙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내가 지금껏 놓쳐왔던 삶의 지혜일 수도 있다.
너무 힘들어 모든 것을 놓고 싶더라도,
우리가 일상생활을 꼭 유지해야만 하는 이유는?
증상이 심했을 때, 삶의 일상적인 행동들-움직이는 것, 먹는 것, 자는 것, 심지어 가만히 있는 것- 조차도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잊을 수 없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모든 것들을 놓고 싶은 순간이 찾아왔었다.
그 당시에는 너무 힘들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랐지만, 지나고 나서 보니 그런 와중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삶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왜 필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나는 공황장애는 공황발작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보다 훨씬 이전부터 시작되었지만, 공황발작이 일어나고, 삶이 축소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내가 이해하는 공황장애는 삶의 범위 면에서 공황발작 이전과 이후로 엄청난 차이점이 존재한다.
공황발작 이전에는 내면이 불안하다고 외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단지 그 원인이 외부(신체와 환경)에 있을 것 같은 생각에 빠져, 그 원인을 찾기 위해 병원 쇼핑과 인터넷 서칭을 하면서, 과도한 건강염려의 누를 범하면서 살아간다. 점점 더 내면의 불만의 소리는 커져만 가는데, 여전히 그 원인을 다른 곳에서만 찾다가 악화시키는 과정을 겪게 된다.
결국, 어느 순간 공황발작이라는 것으로 폭발해 버리고, 그 이후의 상황은 그 이전의 상황보다 몇십 배, 몇 백 배 더 힘들게 변하게 된다.
공황발작 순간에 겪은 사건은 그 당시 느꼈던 불안의 느낌, 신체증상과 공포를 한 덩어리 묶어서, 그동안 아무리 소리쳐도 들어주지 않았던, 내면의 불만은 거대한 회오리로 변해서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다.
이 순간 이후로는 아주 작은 신체적, 감정적 변화에도 불안, 신체증상, 공포를 한 번에 불러일으켜서, 그 이전의 모든 삶을 종이장처럼 쪼그라들게 만들고, 정말이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바로 공황장애이다.
이 상황이 되면, 먹지도 자지도 움직이지도 못해, 나한테 에너지란 것이 과연 남아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된다. 공황 이전, 내가 가지고 있던 에너지의 10%에도 못 미치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불안이 또 언제 올까 하는 경계를 하는데 다 쓰고 만다.
즉, 내가 삶을 위해 쓸 에너지는 거의 없는 셈이 된다.
공황장애가 시작이 되면, 내가 가진 관심과 주의(모든 에너지)를 오로지 내 몸에 나타나는 증상의 변화에 두고, 나타난 두려움을 줄이는데 다 써버리게 된다. 그리고, 나의 삶은 질적으로 양적으로 피폐해지고, 수축되어 감에 따라, 더 불안한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
위축된 삶에서 나는 늘 힘이 없고, 점점 더 에너지가 고갈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된다.
내가 가지고 있던 활력 및 에너지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외부로 건강하게 써야 하는 나의 에너지는 매 순간 느껴지는 공포와 두려움을 방어하기 위해 나의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나의 내부로 향해 쓰게 된 결과일 것이다.
결국, 이런 양상은 내 활동 영역이 줄어들도록 만들고 이에 따른 무력감과 우울감은 점점 에너지를 사라지게 만든다. 물론, 이 잘못된 에너지 사용 방향을 돌리고 줄어든 에너지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근본적인 해결방안(두려움에 대한 직면과 극복)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매 순간이 고통스러운 우리에게 있어서는, 극복노력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에너지조차도 없기에, 점점 더 무력감에 빠져지게 된다. 이렇게 사라져 버리는 에너지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래서, 힘들더라도 일상생활을 유지해야 한다. 일상생활을 유지한다는 것은 불안 자체를 줄이는 노력의 일환일 수도 있겠지만, 포기했던 삶에 다시 다가가기 위한 노력에 필요한 활력, 에너지 입장에서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은 점점 활동영역을 줄어들도록 만들고, 고립시킴으로써, 결국 우리를 꼼짝 못 하게 만든다. 이 상태가 되면 극복을 위한 에너지(여유)가 전혀 없게 돼버리고 만다. 이런 상태로는 에너지가 없기에 극복노력을 하기가 정말로 어렵게 된다.
이 순간에는 내게 아주 조그마한 에너지만 있다면, 움직일 수 있는데 하는 절실한 마음이 드는 시점이 된다.
힘들더라도 일상생활을 하는 연습이 꼭 필요하다.
처음엔 힘들겠지만 하루하루 묵묵히 해나가다 보면, 삶의 영역을 지켜서 에너지가 사라지는 것도 막을 수 있으며, 어쩌면 내부로만 향했던 에너지를 외부로 향하게 만들 수도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건강할 때처럼, 외부로 사용된 에너지는 삶의 동력이 되어 다시 나에게 되돌아오게 될 것이다. 그 첫발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일상생활을 유지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