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_2. 동행

2.3 동행의 첫 발

by 크렁 아저씨

처음 공황과 동행하면서 가장 두려웠던 것은, 일상생활에서 호흡불편함이 조금이라도 발생될 수 있는 상황이나 장소를 만나는 것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분명 그 상황이 호흡불편을 유발할 어떤 이유도 없음에도, 혹시 나도 모르는 이유로 인해 호흡불편함이 발생해서, 그 대처가 힘들겠다고 여겨지는 모든 상황과 장소였으니, 집을 떠난 모든 외출이 힘이 들었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한적한 길을 따라 하는 산책 역시, 언덕길을 만나 조금이라도 숨이 빨라지게 되거나, 갑작스럽게 맞바람이라도 부는 상황이 되면, 여지없이 호흡불편감이 나타났고, 그 느낌은 바로 공포로 이어졌다.


이전이면, 저녁을 먹고 재미있게 보았던 예능 프로그램은 집중이 되질 않았고, 매일 보던 9시 뉴스 채널도 피하게 되었다. 뉴스에 나오는 사건사고도 나에게 불안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아예 누아르 물은 눈길도 주지 않았지만, 평범한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물에 빠지는 장면이나 병원에서 누군가 호흡기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에도, 마치 나에게 일어난 일처럼 불안이 몰려왔다.


매일 밤 겪어야 하는 잠드는 순간, 눈을 감거나 불이 꺼져서 마치 이 세상에 나 혼자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상황도 너무 공포스러웠다. 특별히 날이 어두워질 때가 되면 그때부터, 불을 끄고, 잠들기 전까지 경험해야 하는 그 어둠을 만나야 하는 순간이 다가와서 밤이 오는 것이 무서웠다.


다른 장소는 내가 의도하면 피할 수 있지만, 유일하게 매주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공간을 가야만 했던 곳이 바로 교회였다. 교회 현관의 계단을 올라, 로비에서 간단한 인사를 하는 순간부터, 예배당 안에서 혹시 내가 겪을지 모를 장면이 떠올라서 예배당으로 바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보통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어떤 사람들은 공황발작 시 나를 도와줄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으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나처럼 공황발작 시 혼자만, 남에게 그런 나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아무도 없는 곳을 찾으려 하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도 더 흩트려짐 없이 절제된 모습을 보여줘야 되는 곳에 나를 보는 많은 눈길이 있던 교회는 더욱더 어려웠다.


이런 일상이 반복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미약하지만 나의 노력도 시작되었다.


굳이 노력을 정신적, 신체적으로 나누어보면, 상담심리학에서 배운 내용 중 불안과 관련된 것들을 찾아 다시 책을 펼쳐서 살펴보았고, 일요일 새벽 2시 한 시간 반가량 진행되었던, 온라인 인지교육에 늦지 않고 매주 참여했다. 그리고, 고관절 수술을 받으면서, 멈췄던 산책과 운동도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실행했다.


동행의 첫 발을 내딘 첫 번째 주에 극복노력과 관련해서 작성한 기록

2023년 01월 12일
오전 10시 30분: 러닝머신 20분(2km)-6km/h로 걷다가 8km/h로 3분간 뜀. 다시 6km/h로 걷다가, 5분간 8km/h로 뜀
오후 02시 40분: 30분간 천천히 산책(중간에 호흡불편함이 올라왔지만, 걷는 속도를 늦추고 깊은 호흡을 함)

2023년 01월 13일
오전 08시: 주치의를 만나는 날이라서, 말할 내용을 미리 생각하는 과정에서, 이전 치과에서 공황발작이 떠올라, 약간 출렁거림
오전 09시: 의사를 만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계단을 오르니 호흡불편함이 느껴지면서, 불안이 올라 옮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불안이 더 올라왔음)

2023년 01월 14일
오전 07시: 양치질을 하는데, 코가 좀 막힌 느낌이 드니, 불안이 올라 옮 (코를 풀고, 시간이 조금 지나니, 코로 숨쉬기가 편해져서 그런지 나아짐)-약간이라도 평소와 다른 호흡상태가 되면, 불안이 발생하는 것 같음
오전 11시: 러닝머신 22분, 6km/h, 8km/h를 반복함(중간중간 숨이 차긴 했지만, 큰 두려움이 느껴지지는 않았음)

2023년 01월 15일
오전 10시: 교회를 가기 위해 준비하고, 차에 오르니 답답함이 느껴짐. 처음에는 이 상태로 교회를 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음악을 들으며 고비를 넘김. 30분간 운전하는 동안 깊은 호흡을 하려 노력함. 교회 도착한 후에도 약간 남아있는 답답함이 마음에 걸렸으나, 내가 느끼는 답답함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속으로 외치면서, 찬송가를 따라서 불렸음(오히려 찬송을 부르니, 호흡이 편해졌음, 군대에서 구보할 때 군가를 부르면 숨이 덜 차게 느껴지 것과 같은 이유일까?)


여전히 모든 것이 암담하고, 나의 일상생활에는 엄청난 제약들로 가득차 있었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하루하루 버티다 보면 괜찮은 날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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