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30대 초반, MBA 유학과 더불어 컨설팅업이 호황을 누리던 때, 나 역시 그 업계에 몸을 담고 있었다. 내 첫 프로젝트는 장충동에 있는 한 유명 호텔의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일이었다. 내 담당 영역은 구매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것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호텔에서 구매하는 목록이 그렇게 많은 줄 알게 되면서, 점점 더 야근하는 날이 많아졌다. 참고로 이때는 결혼을 얼마 앞둔 때였다.
특히, 호텔 내에 있는 유명 레스토랑의 구매 프로세스를 파악하기 위해 계획한 셰프들과의 인터뷰는 약속을 잡기도 어려웠고, 내가 하는 질문에 대해 속 시원하게 대답도 하지 않아서, 마치 무언가를 숨기려는 듯 느껴지기도 했었다.
수많은 재료들을 다양한 회사로부터 공급을 받는데, 대부분의 문제는 호텔 내부 프로세스를 탓하는 것이 아닌, 공급하는 회사의 문제만을 토로했다.
몇 주 후, 그동안 진행한 프로젝트 내용에 대해, 고객에게 중간발표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현재 프로세스에는 이런 문제점들을 찾아냈고, 그 해결 방향을 이렇게 잡는 것이 어떠냐를 확인하는 회의였고, 준비된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되었다.
각 컨설턴트마다 순서대로 맡은 업무 프로세스에 대해 발표를 하던 중에, 갑자기 담당 임원이 우선 구매 프로세스를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벌써 느낌이 싸했다.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앞에 앉아서 경청하고 있던 한 담당 임원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발견했다. 첫 프로젝트를 맡은 신참 컨설턴트인 나도, 무언가 잘못되었구나를 짐작할 수 있었다.
역시,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자마자, 호텔 임원들 중 제일 깐깐해 보이는 분이 가장 먼저 나에게 질문을 했다. 질문이 아니라 약간 질타에 가까웠다. 자기네는 공급업체와 관련된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싶은 게 아니라 오랜 관습으로 바꾸지 않고 그냥 해오고 있는 호텔 내 프로세스를 바꾸고 싶은데 그 부분은 발표 내용 중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면서, 호텔 직원들이 숨기려고 했었던 부분이 바로 그 점이었는데, 내가 핵심을 잡지 못했구나 하는 아쉬움과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 말이 맞았다. 설사 문제점이 공급사에 있다고 해도, 그것을 고치려 애쓰는 것보다는 호텔 내부의 절차를 바꿔서 문제를 해결하는 편이 훨씬 나은 법이니까 말이다. 나에게 질문을 했던 임원은 구조본에서 파견 나온, 구매 부서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였다.
물론, 다시 인터뷰를 잡아서, 무사히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나왔지만, 쉽지 않은 첫 프로젝트를 경험했었다.
모든 문제에는 반드시 핵심이란 것이 존재한다. 문제는 그 문제가 내쪽에 있기보단, 다른 쪽에 있을 경우나, 혹은 양쪽 모두에 문제가 있을 때, 문제 해결 포인트는 바로 나에게 있다는 것이다.
내가 해결하고 바꿀 수 있는 것은 반대편의 사람들이나 환경이 아니라, 나 자신이 바뀌고 변하는 것이 가장 쉬운 문제의 해결 방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것이 나의 생각이나 정서적인 측면의 문제라면 더욱더 그렇다.
이전 심리상담 강의를 들을 때, 설사 못된 상사와의 관계에서 고통을 받는 내담자의 상담에서 조차, 상담의 해결의 포인트는 상사의 태도를 바꾸려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의 생각이나 행동변화에 있다는 것이다.
공황장애 증상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든 것은 나에게 달려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처음 공황이란 것을 촉발하는 것이 외부 환경이었다 해도, 사실 그 후 우리가 느끼는 평소 불안은 특별한 자극도 없는데 나타나서 당황스러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든 것은 내가 만들어낸 것이고, 설사 외부자극이 와도 내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자극의 정도가 커지기도 작아지기도 한다.
나에겐 종종 주위가 어떤 환경이냐가 불안의 주요 요소가 된다. 예를 들어 영화관, 미용실, 음식점 등에서 답답함과 호흡불편함을 경험하곤 한다.
가만히 살펴보면 거기에는 내가 느끼는 호흡불편감을 방해하는 요소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누가 목을 조르는 것도, 산소의 양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결국 호흡은 내가 하는 것이다. 즉, 호흡불편함은 나 스스로 내 안에서 만든 것인데, 상황과 주위를 탓하는 꼴이다.
이제는, 장소가 변하고, 외부의 자극이 오더라도, 내 호흡은 내가 하는 것이지 주위의 다른 것이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고 외치면서, 그 상황을 돌파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