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재해석)_감정 보존의 법칙

by 크렁 아저씨

나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고, 해군사관학교에서 3년간 생도들에게 화학을 가르쳤었다. 이공계 대학생들이면 1학년 때 필수로 배우는 일반화학 내용 중, 화학반응식을 배우고 나면 바로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대해 배운다.


에너지는 생성되거나 소멸되지 않고, 형태만 바뀌거나 다른 곳으로 전달될 뿐, 에너지 총량은 언제나 일정하다는 내용이다. 물에 열(에너지)을 가하면, 수증기로 형태가 바뀌어서 가해진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가, 다시 식히면 그만큼의 열을 밖으로 내놓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황과 동행하면서, 그리고,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어느 날 머릿속에 재미난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이 세상의 모든 감정에도 보존의 법칙이 있진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감정의 합은 원래 제로라면...


폴 에크만이 주장한 6개의 감정을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인간이 선호하는 감정은 (+)로, 선호하지 않는 감정은 (-)로 생각하고, 기쁨(+), 슬픔(-), 공포(-), 놀람(+)(-), 분노(+)(-), 행복(+)을 모두 합하면 그 값은 0이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심리 재해석)_불안의 실체


전지전능하신 신께서 처음 이 세상을 만드실 때, 아주 공평하게 (+)(-) 각 감정의 상대 치를 같게 놓았는데, 그 형태와 감정의 위치만 변화하도록 만드셨다면...


이런 생각에 대한 내가 경험한 증거를 굳이 제시해 본다면...


난 장난치기를 좋아하고, 가끔 아내와 아이들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장난을 자주 한다. 그러면, 아내와 아이들은 내 예상대로 주로 속아주고, 많이 놀래준다. 이때, 아내와 아이들에게는 약간의 공포와 분노, 그리고 아주 많은 놀람이 생긴다면, 그 순간 그들의 반응을 보고 나에게는 기쁨과 행복의 느낌이 드는 것은 모든 감정의 합은 0이다란 증거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내가 전혀 모르는 타인에게 우연히 행한 선한 행동의 예를 들어보자. 내가 뒤에 오는 분을 위해 백화점 문을 잡아준 작은 행동이, 그분에게는 따뜻함으로 전달될 테고, 그 따뜻함은 그분이 집에 도착했을 때, 아파트 단지에 순찰을 돌고 계신 경비아저씨에게 따뜻한 한 마디의 인사로 연결되어, 아저씨 댁에 계신 부인에게까지 전달된다면, 감정은 소유자만 바뀔 뿐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 상황들만으로 감정은 형태만 바뀔 뿐, 그리고, 그 감정의 소유자만 바뀔 뿐, 그 감정의 총합은 늘 같고, 감정은 사라지지도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내가 너무 비약이 심한 것이리라.


우리의 감정의 종류가 6개밖에 없는 것도 아닐 테고, 내가 행한 선행이 중간에 사라지지 않고, 이렇게 잘 전달되는 경우도 너무 이상적이지만, 만약 오늘 우리가 한 작은 배려와 선행이 너무나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에게 어떤 식으로든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감정 사이클의 논리적 비약을 조금이나마 채워주지 않을까 싶다.


내가 기뻐하는 이 순간에도, 어떤 누군가는 슬픈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는 생각을 품고 산다면, 어떠한 자만심도 없을 테고, 자연스레 겸손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 다짐해 본다.


오늘 내가 한 작은 선행들이 없어지지 않고, 잘 전달되어서, 기아와 전쟁, 그리고 생사를 오가는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작은 기쁨으로 연결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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