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샘터"의 부활을 기원하며

by 박사력

월간 "샘터"가 2026년 1월호를 끝으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폐간로 알려지고 있다. 글쓴이가 앞서 게재한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샘터"는 우리 사회에 '토사구팽'이라는 고사성어를 널리 알린 13대 국회의장 김재순(1923~2016, 6.25 후 호적 재정리 때 오기로 실제는 1926년생)이 1970년 4월에 창간한 교양 잡지이다. "샘터"를 창간할 무렵 제3공화국의 부총리를 역임한 한국일보 사주인 장기영(1916~1977)이 "잡지는 돈 없이는 안 됩니다. 전부 벗겨야 됩니다. 요새 벗지 않으면 안 봅니다"라고 조언하자, "벗기는 건 왕초(장기영의 별명)가 벗기시고 나는 입히렵니다"라고 김재순이 위트 있게 답한 에피소드는 지금도 회자된다. 훗날 김재순은 '지식을 입히고 정신적 자양을 주겠다'는 의미였다고 회고했다. 이렇게 '지식과 교양을 주는 잡지'를 만든 덕에 "샘터"는 큰 인기를 누리며 1970년대 중반 발행부수가 50만 부에 도달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도 대학 졸업 후 "샘터"의 편집자로 약 2년 간 근무했다. 또한 교과서에 실린 수필('인연')로 유명한 피천득, 소설가 최인호, 법정 스님, 이해인 수녀, 장영희 교수 등의 쟁쟁한 필진들이 "샘터"의 글밭을 풍요롭게 가꾸었다. 글쓴이도 젊은 시절 애독했던 "샘터"가 사실상 폐간에 이르게 되어 아쉬움을 금할 수 없으며 꼭 부활하기를 기원한다. 아래는 현 "샘터" 발행인 김성구(김재순의 아들)가 2026년 1월호(휴간호)에 남긴 글이다.


선택과 집중

잡지(雜誌)의 잡(雜)은 한자로 '섞여 있다는 뜻입니다. 잡지는 여러 가지 상상, 혹은 체험한 내용들을 시나 소설, 그리고 에세이의 형식을 갖춰 종이나 전자책의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일반적으로 단행본이 한 가지 장르로 돋보이는 것과 다르게 잡지는 무지개처럼 지식, 정보, 지혜 등 다채로운 속살을 보여 줍니다. 그걸 독자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좋아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1990년대까지는 확실히 그랬습니다. 제가 샘터에 입사한 1995년만 해도 잡지는 다를 매체들과 차별화된 개성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잡지를 비롯한 종이책은 그 기능이 바뀔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손바닥만 한 핸드폰은 모든 것을 흡입해 버렸지요. 그런 세상이 올 거라고 이미 많은 선각자가 예고했고, 저 역시 그런 미래를 나름 준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독자들을 찾아가는 샘터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그래도 샘터는 다른 잡지와 달리 55년의 역사가 있고, 추억이 있고, 삶의 지혜와 진리가 있다고 자부해 왔던 게 사실입니다. 지금 이 순간도 이런 자존감(自尊感)은 여전합니다. 경영인으로서의 샘터인은 경제적인 책임이 더 큰 존재입니다. 회사 식구들의 생계가 걸려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안타깝고 또 아쉽지만 2026년 1월호 샘터를 기점으로 휴간(休刊) 코자 합니다. 그렇더라도 잡지가 아닌 단행본의 모습으로 세상의 참 지혜를, 인터넷이나 AI가 쉽게 전할 수 없는 인간다운 콘텐츠를 열심히 찾아 독자들에게 전달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지금 저의 솔직한 기분은 '설렘'입니다. 주변으로부터 수없이 '선택과 집중'이라는 얘기를 들어왔지만 지금처럼 가슴에 와닿은 적은 없었습니다. '잃는 게 있으면 반드시 얻는 것도 있다'는, 제가 체험으로 터득해 온 삶의 진리를 지금껏 샘터를 믿고 아껴주신 독자분들에게 꼭 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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