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문장부터 고쳐라"를 읽고

by 박사력

개요

"잘못된 문장부터 고쳐라"(박찬영, 2021년 출간)를 인상 깊게 읽었다. 특히 저자가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작가들(박경리, 조정래, 이문열, 이외수, 공지영, 유흥준, 유시민, 강원국, 고종석 등)의 글을 예문(例文) 삼아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 등을 제대로 고친 것은 평가할 만한다. 그런데 특정 작가의 글을 폄하하고(저자가 보수매체 기자 출신이라 진보 성향인 유시민 작가의 글을 폄하했다는 의견), 우리 문단의 거장인 박경리, 조정래 선생의 작품마저도 함부로 재단했다는 논란과 비판이 있다. 글쓴이도 저자의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할 수 없어 아래와 같은 별도 의견을 달았다. 그럼에도 글쓴이가 그간 읽어 본 여러 '문장 고치기' 책 중에서는 단연 돋보여 글쓰기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자 주요 부분을 인용해 소개한다. 다만 글쓴이의 선의(善意)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본 게재 글을 마뜩잖아하면 바로 내리도록 하겠다. 덧붙여 제삼자가 본 게재 글을 임의로 복사, 링크, 퍼 가지 말 것도 당부드린다.


"나의 한국 현대사"(유시민)

예문: 보증금 10만 원에 월세 2만 원짜리 봉천동 달동네 자취방은 블록 벽돌로 지은 집이었다.

【저자 고침】

보증금 10만 원에 월세 2만 원짜리 봉천동 달동네 자취방은 블록벽돌로 지어졌다.

【저자 해설】

◉ '방=집'의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별도 의견】

저자의 고침도 맞지 않다. 즉 블록벽돌로 지어진 것은 집이지 방이 아니다. 방은 마루, 부엌, 굴뚝 등과 같이 집을 구성하고 있는 일부분이다. 따라서 봉천동 달동네 블록벽돌로 지어진 집의 자취방은 보증금 10만 원에 월세 2만 원짜리였다.라고 고쳐야 적절하다.


"잘못된 문장부터 고쳐라"(103쪽 22째 줄)(박찬영)

◉ '그리고'와 같이 있으나 마나 한 접속어는 쓰지 않는 게 좋다.

【별도 의견】

저자가 쓴 부사 '같이'가 아니라 형용사 '같은'을 써야 한다. 즉 '접속어'라는 명사를 꾸미는 데는 형용사('같은')를 써야 하고 부사('같이')를 쓰면 안 된다. 따라서 '그리고'와 같은 있으나 마나 한 접속어는 쓰지 않는 게 좋다.라고 고쳤다.


"토지"(박경리)

예문: 행랑은 행랑대로 먼 곳 가까운 곳에서 모여 온 마름과 작인들이 득실득실 판을 치고 있었으며 그들을 위해 큰 가마솥은 쉴 새 없이 밥을 삶아 내야만 했다.

저자 고침

먼 곳, 가까운 곳에서 모여든 마름들과 작인들이 행랑에서 득실득실 판을 치고 있었다. 그들을 위해 큰 가마솥은 쉴 새 없이 밥을 삶아 내야만 했다.

【별도 의견】

저자가 고친 '마름들과 작인들'에서 '과'와 같은 동격조사를 쓰는 두 단어에 각각 복수형을 쓰는 것은 어색하다. 중복 씀(마름들, 작인들, 그들)을 기피하는 우리말 특성에도 맞지 않다. 따라서 원문에 쓰인 '마름과 작인들'이 적절하다.


'2014년 7월 8일 '국민총리 담화문'

예문: 그동안 육상에서의 사회 재난과 자연 재난을 관장하는 부서가 각각 본부 조직과 외청으로 이원화되어 있고, 해상에서의 재난은 해수부와 해경으로 분산되어 있어 재난 안전을 통합적으로 기획하고 관리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육상과 해상의 재난, 사회 재난과 자연 재난을 모두 통합하여 국가안전처로 일원화하여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철저히 책임 행정으로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안전처가 하루라도 빨리 출범해야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를 위한 획기적 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 고침】

그동안 육지의 사회 재난과 자연 재난을 책임지는 부서가 안전행정부와 소방방재청으로 나뉘고 있고 바다의 재난 대처는 해수부와 해경으로 갈라져 있어서 정부가 재난 안전을 제대로 기획 관리하지 못했습니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예문: 이제는 책임과 권한 모두 국가안전처 한 곳에 모아 육지와 바다의 재난, 사회 재난과 자연 재난 모두에 더 잘 대처하고 철저하게 책임지는 행정을 하겠습니다. 국가안전처를 하루라도 빨리 출범시켜 획기적 변화를 시작함으로써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더 확실하게 보호하겠습니다.

저자 고침

육지의 재난을 관장하는 부서는 안전행정부와 소방방재청으로 나뉘어 있고, 바다의 재난을 관장하는 부서는 해수부와 해경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재난 안전을 통합적으로 기획하고 관리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육지와 바다의 사회 재난과 자연 재난을 모두 국가안전처가 맡도록 하여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철저히 책임지는 행정을 구현하겠습니다. 국가안전처를 하루라도 빨리 출범시켜 국민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획기적 변화를 꾀하겠습니다.

【저자 해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고친 예문은 '국무총리 담화문'의 의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 같다. 새로 작문한 느낌을 준다(당사자에게는 모욕적으로 들릴만한 비평이다). 담화문은 나름의 형식과 격조를 갖추어야 한다. 너무 쉬운 말로 풀어쓰면 담화문의 권위가 떨어지고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예컨대 재난 안전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다른 의미를 지닌다.

◉ 관청에서 쓰는 '육상, 해상'이라는 용어는 수정해야 한다. 정부는 육상과 해상의 재난은 물론 지하와 해저의 재난도 관리해야 하므로 '육상과 해상'은 '육지와 바다'로 바꿨다.

◉ 격식을 갖춘 글은 정확하게 대구를 이루는 편이 좋다. '육지의 재난을 책임지는 부서'라고 표현했으면, "해상에서의 재난"은 대구를 맞추어 '바다의 재난을 책임지는 부서'로 고쳐야 한다.

【별도 의견】

"담화문은 너무 쉬운 말로 풀어쓰면 권위가 떨어지고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없다"라는 저자의 해설은 납득할 수 없다. 즉 '쉬운 말이 권위가 떨어진다는 것'은 지적 오만과 과시(조선시대 양반들의 사고)에 가깝고,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한다는 견해도 편견이다(오히려 쉬운 말은 읽는 사람들에게 정확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또한 어려운 법률 용어나 관공서의 문안 등도 쉬운 말로 대체하는 요즈음 추세에도 맞지 않다).


"잘못된 문장부터 고쳐라"(서문)

"문학과 일반글은 다르다는 게 주된 비판이다. 글쓰기 책도 수필의 일종으로 문학 글이라고 주장한다.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문장 오류를 문학이라고 강변할 수는 없다. 문학에 문장 오류를 허용하는 특권이 부여된 것도 아니다."

【별도 의견】

문학에 문장 오류를 허용하는 특권이 부여된 것이 아니라는 저자의 견해가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전적으로 동의할 수도 없다. 즉 시(詩)나 운문(韻文) 같은 문학 작품은 운율을 살리거나 함축적인 은유 등으로 어법에 맞지 않게 표현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다면 소설, 희곡 같은 문학은 어법에 맞추어야 하고 시, 운문은 예외인지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아래는 2007년 ‘시인세계’가 우리나라 시인 109명을 대상으로 “벼락 치듯 나를 전율시킨 최고의 시구가 뭐냐”라고 물었을 때 최고의 시인으로 뽑힌 김수영(2위: 서정주, 3위: 정지용, 4위: 이상, 백석, 5위: 윤동주, 김종삼, 6위: 김소월, 한용운, 이성복)의 대표작 '풀'이다. 저자의 잣대로면 '풀'은 비문 투성이다('바람보다 더 빨리 풀이 누울 수 없다', '날이 흐리다고 풀이 누울 수 없다', '날 흐림과 풀뿌리 눕는 것'의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등).


“풀이 눕는다 /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 풀은 눕고 / 드디어 울었다 /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 다시 누웠다 // 풀이 눕는다 /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 발목까지 / 발밑까지 눕는다 /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풀’ 전문)


"태백산맥"(조정래)

예문 1: 갈숲이 희디흰 꽃더미로 나부끼고, 그 속에 기러기며 또 다른 철새가 깃들이면 어느덧 가을은 깊어져 있었다.

【저자 고침】

갈대숲에 희디흰 꽃 더미가 나부끼고, 기러기나 또 다른 철새가 깃들이면 어느덧 가을은 깊어 갔다.

【저자 해설】

◉ 연결 어미 '-고' 앞뒤는 대구를 이루어야 한다. "기러기나 또 다른 철새가 깃들이다."는 "희디흰 꽃 더미가 나부끼다.'와 대구를 이룬다.

【별도 의견】

"태백산맥"의 원문이 훨씬 리듬감 있고 은유적이다. 어법을 이유로 함부로 고치면, 그것은 문학이 아니라 딱딱한 글의 나열이 될 뿐이다. '갈숲'을 굳이 '갈대숲'이라는 표준어로 고친 것도 사족이다. 소설, 시와 같은 문학에서는 정서, 운율 등을 살리기 위해 비표준어, 방언, 사투리 등을 흔히 사용한다. 예를 들어 김소월의 명시 '진달래꽃'에 나오는 '즈려밟고'도 비표준어다('지르밟고'가 표준어). 그럼에도 교과서 등에서 '시적 표현'으로 인정하고 고치지 않는다(다만 일반 글에서는 표준어 사용이 원칙이다).

예문 2: 이 사람은 어젯밤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새벽녘에 들이닥친 것으로 보아 사람의 눈을 피해 밤새껏 먼 길을 걸어온 것이 분명했다. 그렇소, 제대로 맞췄고, 내가 바로 빨갱이오' 서슴없이 말하던 그의 목소리가 다시 귀를 쟁쟁하게 울려왔다. 그는 왜 좌익을 하는 것일까.

【저자 고침】

이 사람은 어젯밤 어디서 온 것일까. 새벽녘에 들이닥친 것으로 보아 사람의 눈을 피해 밤새껏 먼 길을 걸어온 것이 분명했다. '그렇소, 제대로 맞췄소, 내가 바로 빨갱이오' 서슴없이 말하던 그의 목소리가 다시 귀에 쟁쟁하게 울려왔다. 그는 왜 좌익 활동을 하는 것일까.

【저자 해설】

◉ '-고' 앞뒤 주어가 다르면 문장을 나누는 게 좋다. 그래야 문장의 리듬감과 속도감이 살아난다. 더구나 구어체에서는 대체로 '-고'를 사용하지 않는다. "제대로 맞췄고"를 '제대로 맞췄소.'로 고쳤다.

◉ '귀를 울린다.'는 표현은 '귀 자체를 울린다.'는 의미를 지닌다. 예문에서는 '귀에 울린다.'라고 표현해야 한다.

◉ '좌익을 하다.'는 좌익 활동을 하다.로 고쳤다.

【별도 의견】

좌익을 굳이 좌익 활동으로 고쳐야 한다는 것에 대해 선뜻 납득할 수 없다. 소설에서 함축적인 표현(좌익은 좌익 사상, 활동 등을 포괄하는 뜻)은 흔하다.

예문 3: 정하섭은 두 팔을 휘저으며 울음도 비명도 아닌 소리를 다급하게 지르고 있었다. 흉악한 꿈에 쫓기고 있거나 가위가 눌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녀는 그를 깨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팔을 뻗쳤다. 그러나 그녀의 손은 그의 몸 가까이에서 멈춰지고 말았다. 감히 그의 몸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그가 맨몸이어서가 아니었다. 그는 계속 괴로운 몸부림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은 허공만을 자꾸 잡아 쥐며 가늘게 떨렸다.

【저자 고침】

정하섭은 두 팔을 휘저으며 울음도 비명도 아닌 소리를 다급하게 지르고 있었다. 꿈속에서 흉악한 사람에게 쫓기고 있거나 가위가 눌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소화는 깨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팔을 뻗쳤으나 손은 정하섭의 몸 가까이에서 멈추고 말았다. 감히 몸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맨몸이어서가 아니었다. 정하섭은 계속 괴로운 몸부림을 하고 있었다. 소화의 손은 허공만을 자꾸 잡아 쥐며 가늘게 떨렸다.

【저자 해설】

◉ 다친 정하섭과 무당 딸인 소화가 함께 있는 장면이다. '그와' '그녀'를 자주 사용해 상황 파악이 바로 되지 않는다. 삼인칭 대명사 대신 구체적인 이름을 사용했고, 반복되는 삼인칭 대명사는 생략했다.

【별도 의견】

정하섭과 소화만 있는 장면에서 '그와' '그녀'를 자주 사용해 상황 파악이 바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은 억지이다. 삼인칭 대명사 대신 구체적인 이름을 사용했고, 반복되는 삼인칭 대명사는 생략했다는 고침도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소설, 희곡, 수필, 시와 같은 문학에서는 작가의 독특한 습성("남한산성", "흑산"의 저자 김훈은 3인칭 대명사, 주격 조사, 접속 부사 쓰기를 기피)이 아니면 3인칭 대명사를 흔히 사용한다.


"토지"(박경리)

예문 1: 어떤 일에도 감동되지 않을 눈빛, 철저하게 스스로를 소외시키면서 인간과의 교류를 거부하는 눈빛, 눈빛에서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뼈만 남은 몸 전체가 거부로써 남을 학대하는 분위기의 응결이었다.

저자 고침

어떤 일에도 감동받지 않을 눈 빛, 철저하게 스스로를 소외시키면서 인간과의 교류를 거부하는 눈빛, 눈빛에서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뼈만 남은 몸 전체가 거부로써 남을 학대하는 분위기의 응결체였다.

【저자 해설】

◉ '몸 전체=응결'의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응결'은 '한데 엉기어 뭉침'을 뜻한다. 몸 전체는 뭉치는 현상이 아니라 뭉쳐진 물체다. 그래서 '응결'을 '응결체'로 고쳤다.

【별도 의견】

'몸 전체가 거부'와 '남을 학대하는 분위기의 응결'은 남을 학대하는 분위기를 강조하는 표현이다. 그것을 굳이 몸 전체=응결의 등식으로 치환해 '응결체'로 고치다 보니 '몸 전체가 거부로써 남을 학대하는 분위기의 응결체'라는 어색한 문장이 되었다. "토지"의 원문이 훨씬 더 아름답다.

예문 2: 냉담한 귀녀의 눈이 구천이의 옆모습을 따라가다가 눈길을 거두며 실뱀이 꼬리를 치는 것 같은 미미한 웃음을 머금는다.

【저자 고침】

냉담한 귀녀가 지나가는 구천이의 옆모습을 지켜보다가 눈길을 거두며 실뱀이 꼬리를 치는 것 같은 미미한 웃음을 머금는다.

【저자 해설】

◉ 귀녀가 거둘 수는 있어도 '귀녀의 눈'이 눈길을 거둘 수는 없다.

【별도 의견】

원문의 "냉담한"과 "실뱀이 꼬리를 치는 것 같은 미미한 웃음을 머금는(눈웃음)" 주체는 귀녀의 눈으로 보이는데, 저자의 고침은 그런 느낌이 살지 않는다.


PART 1

응답하라, 문장 요소!

(호응하는 법칙)

세상은 함께 어우러질 때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다. 문장도 마찬가지다. 주어, 목적어, 부사어, 서술어 등이 잘 어우러질 때 문장도 아름답게 춤춘다. 문장을 길게 쓰다 보면 흐름을 놓쳐 문장 성분들이 호응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먼저 문장의 뼈대를 이루는 주어를 살펴보자. 영어에서는 주어를 생략할 수 없으나 우리말에서는 주어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주어가 드러나지 않다 보니 주어가 빠지거나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지 않아도 무심코 지나가기 쉽다. 주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대체로 비문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문장을 길게 쓰다 보면 목적어나 서술어가 빠져 있는 경우도 종종 나타난다. 특히 신문 기사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많은 정보를 담는 데 치중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실수다. 목적어나 서술어를 넣어 서로 호응하도록 해야 한다.


1장 주어가 변주하다!(주어)

1. 숨은 주어를 찾아라

주격 조사 '이, 가, (혼자)서, 에서, 께서'와 보조사 '은, 는' 앞에 쓰이는 주어는 문장의 기둥 역할을 한다. 보조사는 주어, 목적어, 보어에 특별한 의미를 더 해 준다. "나는 선생님을 좋아하는데 선생님은 왜 나를 싫어하시지?"에서 대조를 의미하는 '는', '은'이 보조사다. "선생님이 다른 아이들은 좋아하시면서 왜 나는 싫어하시지?"에서 '는'은 목적어에 특별한 의미를 더해주는 보조사다. 우리말에서는 주어가 흔히 생략된다. 하지만 영어는 우리말과는 달리 주어가 강조되는 언어다. 주어를 강조하다 보니 영어에서는 동사가 발달했다. 특히 'be 동사' 덕분에 영어에서는 주어가 자연스럽게 부각된다. 주어를 생략할 수도 없다. 'is', 'are'와 같은 be 동사 뒤에 오는 말이 보어인데, 'be 동사+보어'는 우리말의 서술어에 해당한다. 우리말의 서술격 조사 '이다'에 해당하는 'is, are'가 당당히 동사로 사용된다. 이처럼 영어와 우리말은 발상부터 다르다. 문장에는 전체를 꿰는 끈이 있다. 그 끈이 주어다. 주어는 인체에 비유하면 척추이고, 집에 비유하면 대들보다. 그런 주어를 소홀히 다루다 보니 주어와 서술어가 서로 호응하지 않거나 대구가 이루어지지 않는 표현을 남발한다. 문단에도 주어가 있고, 전체 글에도 주어가 있다. 이때 주어는 '키워드'에 해당한다. 계속 이어서 나오는 단어, 그래서 자주 생략되는 단어가 바로 키워드다. 키워드를 포함해 하나의 명제를 만들면 그게 주제문이 된다. 주제문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사례, 통계자료, 인용문 등을 제시해야 한다. 주제문을 논리적으로 받쳐주는 문장을 뒷받침 문장이라고 한다. 지금 읽고 있는 이 글의 전체 주어 격인 주제는 무엇일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인 '주어'가 주제어이자 키워드다. 이 글의 주제문은 무엇일까? '주어는 문장 전체를 꿰는 끈이다'가 주제문이다. 글의 제목이 주제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주제문은 글이나 문단의 첫머리에 올 수도 있고(두괄식), 첫머리와 끝 부분에 모두 올 수도 있다(양괄식). 이 가운데 두괄식이 가장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이 글은 어떤 형식을 띠고 있을까? 첫째 문단에 주제문이 드러나 있으므로 두괄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이 양괄식이 되도록 한 번 더 강조하겠다. '주어는 문장 전체를 꿰는 끈이다!', '문장이 엉키면 숨은 주어를 찾아라!' 다음으로 주어를 받쳐주는 문장 성분을 알아보자. 주성분 가운데서도 으뜸 성분인 주어가 우리말에서는 가능한 뒤에 숨어 있으려 한다. 그래서 주어가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반 주어는 거의 생략된다. 예를 하나 들어 보겠다. "접속어, 연결 어미, 군더더기 등만 절제해도 읽기 쉬운 깔끔한 문장을 구사할 수 있다." 이 문장에서는 '절제하다, 읽다, 구사하다'의 주어가 일반 주어여서 모두 생략했다. 서구에는 넓은 광장이 많다. 정원도 넓게 펼쳐져 있다. 그만큼 자신을 드러내려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에는 나무에 가려진 정원이 많다. 젊잖은 양반은 자신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법이다. 정적(政敵)의 표적이 되지 않으려고 은둔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문화적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영어에서는 주어를 생략할 수 없으나 우리말에서는 주어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그 주어를 찾는 연습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문장이 엉키면 해당 서술어의 주어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문장의 오류가 드러낸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 편 3, 교토의 역사"(유흥준)

예문: 교토는 일본 역사에서 1천 년간 수도의 지위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 문화의 진수가 여기에 다 있고, 일본미의 꽃이 여기에서 활짝 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토는 1천 년간 수도였기 때문에 '일본 문화의 진수가 여기에 다 있고, 일본미의 꽃이 여기에서 활짝 피었다.'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교토는 1천 년 이상 일본의 수도였다. '일본 문화의 진수가 여기에 다 있고, 일본미의 꽃이 여기에서 활짝 피었다.'라고 (누군가가) 말해도 (그 말은) 과언이 아니다.

【해설】

◉ 예문에서 주어는 무엇일까? '과언이'는 주어가 아니라 불완전한 문장을 보충하는 보어다. "~활짝 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에는 주어 '그 말은'이 생략되어 있다. '말해도'의 주어는 일반 사람이어서 생략되었다.

◉ "일본 역사에서", "지위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말이다. 깔끔한 문장을 위해 이런 군더더기는 없애는 게 좋다. 글을 긴밀하게 연결할 자신이 없을 때 긴 문장이나 군더더기 표현을 쓰는 경향이 강하다.

◉ 간접 인용문을 직접 인용문으로 바꾸면 문장을 정확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본 문화의 진수가 여기에 다 있다고 말했다.→간접 인용문, "일본 문화의 진수가 여기에 다 있다."라고 말했다.→직접 인용문

◉ "교토는 1천 년간 수도였기 때문에"는 여기에 다 있고'와 활짝 피었다'를 동시에 수식한다. "일본 문화의 진수가 ~ 활짝 피었다라고 말해도"는 '과언은 아니다'를 수식한다. 부사절이 두 개나 있어 문장이 혼란스럽다. 앞의 부사절은 '교토는 1천 년 이상 일본의 수도였다'로 분리했다. '때문에'가 없어도 문맥으로 문장이 이어진다.

※ 794년 간무 천황이 세운 '헤이안코'(平安京, 평화와 안정의 수도)는 이후 교토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교토는 메이지 천황이 1868년 황궁을 도쿄로 이전하기까지 천 년 이상 일본의 수도 역할을 했다.

예문: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된 사찰이 13곳, 신사가 3곳, 성이 1곳으로 모두 17곳이나 된다. 그것을 보기 위해 해마다 국내외에서 8백만 명이 찾아오는 세계적인 역사 관광 도시이다.

→교토에서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된 곳은 사찰 13곳, 신사 3곳, 성 1곳 등 모두 17곳이다. 이 세계 유산을 보기 위해 해마다 국내외에서 8백만 명이 세계적인 역사 관광 도시 교토를 찾아온다.

【해설】

◉ 문맥으로 볼 때 예문의 주어는 교토다. 주어를 넣고 지시어 '그것'의 내용을 밝히면 다음과 같다. '교토는 유네스코 세계 유산 17곳을 보기 위해 해마다 국내외에서 8백만 명이 찾아오는 세계적인 역사 관광 도시이다.' 관형절이 너무 길어 '8백만 명'을 주어로 내세웠다.


"기자의 글쓰기"(박종인)

예문: 1995년 봄날이었다. 내가 신문기자가 된 지 3년 되던 해였다. 그때 나는 조선일보 스포츠레제부에서 어린 여행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었다. 팀장은 오태진이었다. 오태진은 지금 조선일보 수석 논설위원이다.

→1995년 봄날이었다. 내가 신문 기자가 된 지 3년 되던 해였다. 그때 조선일보 스포츠레저부에서 여행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었다. 팀장은 오태진이었다. 지금 조선일보 수석 논설위원이다.

【해설】

◉ 밑줄 친 '나는'과' '오태진'은 중복 표현이다. 삭제한 문장이 훨씬 리듬감이 있다.

◉ 3년 차 기자에게 '어린 기자'는 표현을 쓰는 것은 적절치 않다. 역시 삭제했다.


"글쓰기의 공중부양"(이외수)

예문: 어떤 놈이 나쁜 놈일까? 바로 나뿐인 부류다. 개인적으로 나뿐인 놈이 음운학적인 변천 과정을 거쳐 나쁜 놈이 되었다는 생각이다.

→어떤 놈이 나쁜 놈일까? 바로 나뿐인 부류다. 개인적으로 나뿐인 놈이 음운학적인 변천 과정을 거쳐 나쁜 놈이 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해설】

◉ 재미있는 발상이다. 그런데 '생각이다'의 주어는 무엇일까? 주어가 실종되었다. 그래서 '되었다는 생각이다."를 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로 고쳤다. 명사인 '생각'을 동사인 '생각한다'로 바꾸면 주어가 드러난다.


"태백산맥"

예문: 정하섭은 묵묵히 명령을 수령하는 자세를 지켰다. 명령 앞에서는 그 어떤 이의 제기나 회의적 질문이 용납될 수 없다는 불문율 때문이 아니었다.

→정하섭은 묵묵히 명령을 수행하는 자세를 지켰다. 명령 앞에서는 그 어떤 이의 제기나 회의적 질문이 용납될 수 없다는 불문율 때문에 (정하섭) 그렇게 한 것은 아니었다.

【해설】

◉ 예문의 두 번째 문장에서 주어는 무엇일까? '불문율'도 '때문'도 아니다. 바로 '정하섭'이다. 따라서 '불문율 때문이 아니었다."는 불문율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은 아니었다'로 고칠 수 있다.


"조선일보"(만물상)

예문: 음식에는 '당(糖) 지수'가 있다. 소화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빠른 속도로 포도당으로 전환돼 혈당 농도를 높이는가를 표시한 수치다. 높을수록 혈당을 빨리 올려 이를 분해하는 인슐린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된다. 과다한 인슐린은 다시 저혈당을 일으킨다.

→음식에는 '당(糖) 지수'가 있다. (당 지수는) 음식물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빠른 속도로 포도당으로 전환돼 혈당 농도를 높이는가를 표시한 수치다. 당 지수가 높은 음식일수록 혈당을 빨리 올려 이를 분해하는 인슐린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된다. 과다한 인슐린은 다시 저혈당을 일으킨다.

【해설】

◉ "높을수록 혈당을 빨리 올려"에서 무엇이 혈당을 올리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높을수록'을 당 지수가 높은 음식일수록'으로 고쳤다.

◉ "저혈당을 일으킨다"는 '저혈당증을 일으킨다'로 고쳐야 한다.

예문: 헌법 재판소는 26일 간통죄에 대해 재판관 9명 중 7명의 찬성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26일 간통죄에 대해 헌법 재판소 재판관 9명 중 7명이 찬성 의견을 내 위헌 결정이 내렸다.

【해설】

◉ 위헌 결정을 내린 주체는 헌법 재판소가 아니라 헌법 재판소 재판관이다. 물론 헌법 재판소는 헌법 재판소 헌법 재판소 재판관을 의미할 것이다. 그럴 경우 '헌법 재판소 재판관은 간통죄에 대해 재판관 9명 중 7명의 찬성 의견으로 ~'라는 우스꽝스러운 문장이 된다. 조사 '~의'는 주어나 목적어로 풀어 주는 게 자연스럽다. 그래서 "7명의 찬성 의견으로"는 '7명이 찬성 의견을 내'로 고쳤다.

예문: 1953년 형법에 간통죄가 도입된 이후 62년 만이다.

→(위헌 결정은) 1953년 형법에 간통죄가 도입된 이후 62년 만의 일이다.

【해설】

◉ "62년 만이다."의 주어는 '위헌 결정'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위헌 결정=62년 만'의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서 '위헌 결정은 ~ 62년 만의 일이다'로 고쳤다.


2. 등식이 성립하는지를 확인하라

'A는 B다'에서 주어 A와 B는 긴밀히 관련되어 있어 근본적인 뜻이나 중요함이 서로 같음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을 때는 표현을 바꾸어야 한다. 글을 읽다 보면 비논리적인 등식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비논리적이거나 단어의 뜻이 적확하지 않은 경우에 흔히 잘못된 등식관계가 형성된다. 평소에 사전을 찾아보는 습관을 들이면 잘못된 등식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일보"(김영희 칼럼: 품격 잃은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

예문: 2009년 10월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북한 통일전선부 부장 김양건이 싱가포르에서 만나 비밀 협상을 벌인 부분의 묘사는 특히 "사려 깊지 못한 이명박"의 면모를 보여 주는 사례다.

→2009년 10월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북한 통일전선부 부장 김양건이 싱가포르에서 만나 비밀 협상을 벌인 대목에서는 특히 "사려 깊지 못한 이명박'의 면모가 잘 묘사되어 있다.

【해설】

◉ '묘사=사례'의 등식은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대목에는 이명박의 면모가 잘 묘사되어 있다.'라고 표현하면 된다. 어느 쪽이 더 이해하기 쉬운가? 글은 쉽게 써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문열)

예문: 자유당 정권이 그 마지막 기승을 부리고 있던 그해 3월 중순, 나는 자랑스레 다니던 서울의 명문 초등학교를 떠나 시골의 한 작은 읍내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공무원인 아버지가 한직으로 밀려나게 되자 우리 가족 모두가 이사를 가게 된 까닭이었는데, 그때 나는 열두 살로 이제 막 5학년이 된 참이었다.

→자유당 정권이 마지막 기승을 부리고 있던 그해 3월 중순, 나는 자랑스레 다니던 서울의 명문 초등학교를 떠나 시골의 한 작은 읍내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공무원인 아버지가 한직으로 밀려나게 된 것이 우리 가족 모두가 이사를 가게 된 까닭이었는데, 그때 나는 열두 살로 이제 막 5학년이 된 참이었다.

【해설】

◉ "그 마지막 기승"에서 '그'는 영어의 영향을 받은 군더더기다.

◉ 아버지가 한직으로 밀려난 것이 이사를 가게 된 원인이다. '한직으로 밀려난 것=까닭'의 등식이 성립해야 한다. '한직으로 밀려나게 되자 ~ 까닭이다'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아버지가 한직으로 밀려나게 된 것이 우리 가족 모두가 이사를 가게 된 까닭이다'라고 표현해야 한다.

예문: 공부는 잘하는가, 힘은 센가, 집은 잘 사는가 따위로 말하자면 나중 그 아이와 맺게 될 관계의 기초 자료를 모으는 셈이었다.

→공부는 잘하는가, 힘은 센가, 집은 잘 사는가 따위로 말하자면 나중에 그 아이와 맺게 될 관계를 위한 기초자료에 해당하는 셈이었다.

→공부는 잘하는가, 힘은 센가, 집은 잘 사는가 따위를 묻는 것은 나중에 그 아이와 맺게 될 관계를 위한 기초자료를 모으는 셈이었다.

【해설】

◉ 반 아이들 입장에서는 "공부는 잘하는가, 힘은 센가, 집은 잘 사는가" 등이 기초 자료에 해당하는 것이지, 기초 자료를 모으는 것은 아니다. '묻는 것=모으는 것'의 등식은 성립한다.

◉ "관계의 기초 자료"에서 조사 '의'는 애매모호한 일본식 표현이다. '관계를 위한 기초 자료'로 바꾸었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예문: 이번 책은 논리적 글쓰기 일반론이다. …… 다음 책은 논술 시험 안내서다.

→이번 은 논리적 글쓰기 일반서다. …… 다음 책은 논술 시험 안내서다.

【해설】

◉ '이번 책=일반론'의 등식이 부자연스럽다. 그래서 '일반론'을 '일반서'로 바꾸었다. '이번 책=일반서'의 등식은 성립한다.


"대통령의 글쓰기"(강원국)

예문: 야구 선수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공을 칠 수 없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도 딱 하나다. 욕심 때문이다. 잘 쓰려는 욕심이 글쓰기를 어렵게 만든다.

→야구 선수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공을 제대로 칠 수 없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도 비슷하다. 잘 쓰려고 욕심을 부리면 글을 쉽게 쓸 수 없다.

【해설】

◉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가 어찌 딱 하나만 있겠는가. '딱'이란 표현을 쓸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잘 쓰려는 욕심이 글쓰기를 어렵게 만든다."라는 문장은 마치 영어 문장(Your desire to write well makes writing difficult.)을 번역한 것 같다. 원래 우리말 표현이 아니다. '잘 쓰려고 욕심을 부리면 글을 쉽게 쓸 수 없다. 이게 우리말다운 표현이다. 사실 글쓰기에 욕심이 없으면 좋은 글을 쓰기 힘들다. 다만 어깨에 힘을 빼는 연습은 부단히 해야 한다.


"태백산맥"

예문: 나는 작가 생활을 시작한 이후 "청산댁", "황토", "유형의 땅", "불놀이" 등을 통해서 우리 민족이 겪은 역사적 수난과 아픔을 쓰고자 했다. 그러나 내 의식의 허기는 채워지지 않았고 가셔지지 않았다. 의문과 회의와 질문이 많았던 때문일 것이다. 그것들을 올올이 간추리고 엮어 베를 짜기로 한 것이 "태백산맥"이다.

→나는 작가 생활을 시작한 이후 "청산댁", "황토", "유형의 땅", "불놀이" 등을 통해서 우리 민족이 겪은 역사적 수난과 아픔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내 의식의 허기는 채워지지 않았고 가셔지지 않았다. 의문과 회의와 질문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올올이 간추리고 엮어 베를 짜기로 했다. 그 결과물이 "태백산맥"이다.

【해설】

◉ '작품을 통해서'와 '쓰고자 했다.'는 서로 호응하지 않는다. 그래서 '작품을 통해서 표현하고자 했다.'로 고쳤다.

◉ 베를 짜기로 한 것="태백산맥"의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서 베를 짜기로 헸다. 그 결과물이 "태백신맥"이다'로 고쳤다. '결과물="태백산맥"의 등식은 성립한다.


"작가의 문장 수업"(고가 후미타케)

예문: 글쓰기에 자신 없는 사람의 고민은 '말은 할 수 있는데 글은 못 쓰겠어!라는 데서 오는 답답함이다.

→글쓰기에 자신 없는 사람은 '말은 할 수 있는데 글은 못 쓰겠어!라는 데서 오는 답답함을 토로한다.

【해설】

◉ '고민=답답함'이라는 등식은 부자연스럽다. '사람의 고민은'을 '사람은 답답함을 토로한다.'로 고쳤다. '-의'를 주어나 목적어로 바꾸면 문장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2장 서술어와 살다!(서술어, 조사, 피동문)

1. 주어는 서술어와 호응해야 한다

주어는 우리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말 그대로 문장의 주인이다. 하지만 우리말은 주어 없이도 뜻이 통하는 말이어서 그런지 주어를 의식하면서 글을 쓰는 사람이 별로 없다. 긴 문장이나 복잡한 문장을 쓸 때 주어와 서술어가 서로 호응하지 않는 경우도 흔히 나타난다. "나는 혼자 학교까지 걸어서 갔다."라는 문장에서 주어인 '나는'은 서술어 '갔다'와 연결된다. '혼자', '학교까지', '걸어서' 등 3개의 부사어도 '갔다'와 연결된다. '나는 갔다', '나는 혼자 갔다', 나는 학교까지 갔다', 나는 걸어서 갔다'처럼 4개 문장 성분이 모두 '갔다'와 호응한다. 주어와 부사어는 서술어와 동시에 호응한다. 언어의 기본 구조는 '-가 ~하다'이다."

글쓰는 이가 바른 문장을 쓰려면 '주어와 서술어'가 서로 호응하는지 (글쓴이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문장에는 주어가 4개 있다. 문장 전체의 주어는 '확인하는 것이다.', '글 쓰는 이가 바른 문장을 쓰다.', '주어와 서술어가 서로 호응하다.' '글 쓰는 이가 확인하다.',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장이 아무리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도 '주어와 서술어'라는 기본 개념이 결합되어 있는 것에 불과하다. '-가 ~하다'라는 기본 개념들이 호응할 수 있도록 유의하면 누구나 바른 문장을 쓸 수 있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

예문: 이것은 그리하여 깊은 수렁에 빠진 여자가 그 깊은 구렁의 가장 낮은 곳에서, 보이는 것은 오직 바늘 끝만 한 하늘뿐이어서 처음으로 하늘을 향해 소리쳤는데 그때 갑자기 모든 대륙이 뒤집어지고 시간이 멈추고 거대한 해일이 일어나면서 죽음과 절망과 비탄의 검은 바다에서 불 뿜는 화산이 분출하듯 새로운 땅이 돋아난 이야기다.

→깊은 구렁에 빠진 여자가 그 깊은 구렁의 가장 낮은 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바늘 끝만 한 하늘뿐이어서 처음으로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그때 갑자기 모든 대륙이 뒤집어지고 시간이 멈추고 거대한 해일이 일어나면서 죽음과 절망과 비탄의 검은 바다에서 화산이 불을 뿜듯 새로운 땅이 돋아난 이야기를 (내가) 하려 한다.

【해설】

◉ "깊은 구렁에 빠진 여자가 그 깊은 구렁의 가장 낮은 곳에서, 보이는 것은 오직 바늘 끝만 한 하늘뿐이어서 처음으로 하늘을 향해 소리쳤는데"에서 주어는 '여자가'이므로 "보이는 것은"을 '볼 수 있는 것은'으로 고쳤다.

◉ 예문 전체의 주어는 무엇일까? 서술어는 '이야기'이다. '이것은'부터 '돋아난'까지 긴 구절이 '이야기'를 수식한다. 굳이 주어를 상정한다면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정도가 될 것이다. 예문의 골격은 다음과 같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땅이 돋아난 이야기다.' '이야기다'는 '이야기를 하려 한다.'로 고쳤다. 뒤 문장의 주어는 '나'다.

◉ 문장이 너무 길면 이해하기 힘들다. 문장을 나누기 위해 "소리쳤는데 그때"를 '소리쳤다. 그때'로 고쳤다.

◉ "불 뿜는 화산이 분출하듯"은 비문이다. '화산이 불을 뿜듯' 혹은 '화산이 불을 분출하듯'으로 고쳐야 한다.


2. 부사어도 서술어와 호응해야 한다

문장을 길게 쓰면 부사어가 어느 서술어에 연결되는지 모호해질 때가 있다. 글의 흐름을 놓쳐서 서술어가 실종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주어가 서술어와 호응해야 하듯, 부사어도 서술어와 호응해야 한다. 글이 글쓴이의 머릿속에서만 맴돌아서는 안 된다. 글을 쓸 때는 문장의 필수 요소가 잘 어우러지도록 유의해야 한다. 부사어는 서술어뿐만 아니라 용언으로 된 주어, 관형어, 부사어의 뜻을 한정하기도 한다. 문장 속에서 용언이면 모두 부사어가 꾸미는 대상이 된다. "크게 이름을 떨침이 그의 소망이다."에서 '크게'가 주어 '떨침'을. "빨갛게 핀 꽃은 장미이다."에서는 '빨갛게'가 관형어 '핀'을, "건물이 높게 지어졌다."에서는 '매우'가 부사어 '높게'를 꾸민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

예문: 신부님의 숙소에서 공항까지는 한 시간, 여기서 다시 오틸리엔 수도원까지는 한 시간이 걸린다고 하셨다.

→신부님은 "숙소에서 공항까지 가는 데 한 시간, 공항에서 오틸리엔 수도원까지 가는 데도 한 시간이 걸린다."라고 말씀하셨다.

【해설】

◉ 예문의 주어는 '신부님은'이다. 주어를 넣으면 '신부님은 신부님의 숙소에서 ~'가 되어 '신부님'이 중복된다. 여기서 '신부님'의를 빼면 문장이 자연스러워진다.

◉ "여기서"는 '공항에서'로 고쳤다. 지시어는 가독성을 위해 가능한 구체적으로 밝혀주는 게 좋다.

◉ '다시'는 '하던 것을 되풀이해서는'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예문에서는 수도원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므로 '다시'라는 단어를 써야 할 필요가 없다.

◉ 부사어 '공항까지'가 수식하는 서술어가 빠져 있다. 그래서 '공항까지는'을 공항까지 가는 데도'로 고쳤다.

◉ 간접 인용문을 직접 인용문으로 바꾸면 문장을 정확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가는 데 한 시간이 걸린다고 말씀하셨다.→간접 인용문

"~가는 데 한 시간이 걸린다."라고 말씀하셨다.→직접 인용문


"나의 한국현대사"

예문: 돈이나 권력보다는 지성과 지식을 가진 이를 우러러보며 내가 남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한, 사회든 국가든 그 누구든 그 누구도 내 자유를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

→돈이나 권력보다는 지성과 지식을 가진 이를 우러러보며 살고 남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한, 사회든 국가든 그 누구든 그 누구도 내 자유를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

【해설】

◉ 부사어 '우러러보며'는 무엇을 수식하는가? 연결되는 서술어가 없다. '우러러보고' 혹은 '우러러보며 살고'로 바꾸면 된다. '우러러보며'는 '살고'를 꾸민다.

◉ '우러러보며' 뒤에 있는 '내가'는 어정쩡한 위치에 있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하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예문: 빗질도 안 해 부스스한 머리에, 그날 아침 세수를 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얼굴로 어머님의 말씀을 듣는 둥 마는 등 하고 있는 그 사람이 담임 선생님이라는 게 솔직히 그렇게 실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빗질도 안 해 부스스한 머리에, 그날 아침 세수를 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얼굴을 한 채 어머니의 말씀을 듣는 둥 마는 등 하고 있는 그 사람이 담임 선생님이라는 게 솔직히 그렇게 실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해설】

◉ 부사인 '얼굴로'는 동사 '듣다'와 연결되어야 한다. 얼굴로 말씀을 듣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얼굴을 한 채'로 고쳤다. '체'는 이미 있는 상태 그대로 있는 것을 나타낸다.


"태백산맥"

예문: 분단에 대해서, 민족에 대해서, 역사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을 쓰고자 함에 대하여, 무엇을 쓰느냐에 대하여,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하여 질문은 무성했다.

→분단에 대해서, 민족에 대해서, 역사에 대해서, 그리고 굳이 그것을 쓰고자 함에 대하여, 무엇을 쓰느냐에 대하여,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하여 무수히 질문을 던졌다.

【해설】

◉ 부사어 '~대하여'가 수식할 수 있는 서술어는 '무성했다'뿐이다. 하지만 '~대하여 무성했다'라는 표현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하여 무수히 질문을 던졌다.'로 고쳤다.

예문: 달빛과 어둠은 서로를 반반씩 섞어 묽은 안개가 자욱이 퍼진 것 같은 미명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아슴푸레함 속으로 바닷물이 실려있는 포구와 햇솜 같은 흰 꽃의 무리를 이루고 있는 갈대밭이 아득히 멀었다.

→달빛과 어둠은 서로를 반반씩 섞어 묽은 안개가 자욱이 퍼진 것 같은 미명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 아슴푸레함 속으로 바닷물이 실려있는 포구와 햇솜 같은 흰 꽃이 무리를 이루고 있는 갈대밭이 빨려 들어갔다.

【해설】

◉ "그 아슴푸레함 속으로"는 어떤 서술어와 연결되는가? '아슴푸레'는 빛이 약하거나 멀어서 조금 어둑하고 희미한 모양'을 말하는 부사다. 부사는 서술어의 기능을 하는 동사와 형용사를 수식한다. 예문에서는 "그 아슴푸레함 속으로"가 수식하는 동사나 형용사를 찾을 수 없다. 굳이 찾는다면 "아득히 멀었다."가 피수식어가 되어야 하는데, 그럴 경우 '그 아슴푸레함 속으로 ~ 아득히 멀었다.'라는 이상한 문장이 된다. 게다가 '어슴푸레함'과 '아득히 멀었다'"는 사실상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그 아슴푸레함 속으로 포구와 갈대밭이 빨려 들어갔다.'로 고쳤다. 표현은 문맥에 따라 달라진다.

◉ "흰 꽃의 무리를 이루고 있는 갈대밭"은 어색한 표현이다. 갈대밭이 희 ㄴ꽃의 무리에 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갈대밭에서 갈대의 흰 꽃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흰 꽃의 무리를 이루고 있는 갈대밭"을 흰 꽃이 무리를 이루고 있는 갈대밭'으로 고쳐야 한다. 이렇게 조사 한 자가 문장의 의미를 좌우한다.


"토지"

예문: 최 참판 댁에서 섭섭잖게 전곡이 나갔고, 풍년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실한 평작임엔 틀림이 없을 것인즉 모처럼 허리끈을 풀어놓고 쌀밥에 식구들은 배를 두드렸을 테니 하루의 근심은 잊을 만했을 것이다.

→풍년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실한 평작임엔 틀림이 없을 것이고, 최참판 댁에서는 섭섭잖게 전곡이 나갔을 것인즉, 식구들은 허리끈을 풀어놓고 모처럼 쌀밥을 먹으며 배를 두드렸을 테니 하루의 근심은 잊을만했을 것이다.

【해설】

◉ 전곡이 나갔고, 농사는 실한 평작이다'보다는 '농사가 실한 평작이어서 전곡이 나갔다'가 논리적으로 맞는 표현이다. 그래서 '풍년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실한 평작임엔 틀림이 없을 것이고'를 문장 첫머리에 두었다.

◉ '쌀밥에'가 어디로 연결되는지 명확하지 않다. '쌀밥에'라는 표현은 '쌀밥에 고깃국을 먹다.'처럼 쌀밥과 다른 음식을 함께 먹는 상황에서 쓰는 게 일반적이다.

예문: 아낙들은 노인들 아이들 틈새에서 제 남편 노는 꼴을 반쯤은 부끄럽고 반쯤은 자랑스러워 콧물을 홀짝일 것이다.

→아낙들은 노인들 아이들 틈새에서 제 남편 노는 꼴을 보면서 반쯤은 부끄러워하고, 반쯤은 자랑스러워하며 콧물을 홀짝일 것이다.

【해설】

◉ 부사어 '틈새에서'가 수식하는 서술어가 없다. 그래서 "노는 꼴을" 뒤에 '보면서'를 집어넣었다.

◉ 아낙들은 남편이 자랑스러워 콧물을 홀짝이는 게 아니라 자랑스러워하며 콧물을 홀짝이고 있다. 원인과 결과가 아니라 '동시 동작'을 나타낸다.

◉ '-고'로 어구를 나열할 때는 대구를 이루어야 한다. 그래서 '부끄러워하다', '자랑스러워하다'로 고쳤다.


3. 목적어도 서술어와 호응해야 한다

목적어는 일반적으로 서술어 앞에 오기 때문에 잘못 쓰는 경우가 적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목적어와 서술어가 서로 적절히 호응하는지 주의를 기울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목적어가 두 개 이상일 때 목적어마다 어울리는 서술어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즉 침이나 담배꽁초를 버리지 마세요.는 침을 뱉거나 담배꽁초를 버리지 마세요.처럼 서술어를 구분해 써야 한다. 둘째, 긴 문장에서 목적어나 서술어가 빠져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많은 정보를 담으려는 신문 기사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려진다. 실종된 목적어나 서술어를 넣어 서로 호응하도록 해야 한다. 주어, 부사어, 목적어가 서술어와 호응하지 못하는 문장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글쓴이가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글을 길게 쓰다 보면 문장 구조가 복합해져 글의 흐름을 놓치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문장을 길게 써야 할 경우에는 주어, 부사어, 목적어가 서술어와 호응하는지 따져 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예문: 우리나라는 지난 20년간 13만 8,000ha의 산림 면적이 감소되었다. 숲을 파괴하고 그 자리에 도로나 아파트를 지었기 때문이다. 이런 무분별한 파괴는 곧 인간에게 재앙으로 다가온다.

→지난 20년간 13만 8,000ha의 우리나라 산림 면적이 감소되었다. 숲을 파괴하고 그 자리에 도로를 깔거나 아파트를 지었기 때문이다. 이런 무분별한 파괴는 곧 인간에게 재앙으로 다가온다.

【해설】

◉ "우리나라는 ~ 산림 면적이 감소되었다."에는 두 개의 주어가 있다. 이중 주어는 국문법에서 허용하고 있으나 절제해야 할 항목이다. 주술 관계의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문장을 부자연스럽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나라 산림 면적이 감소되었다.'라고 고쳤다. '도로나 아파트를 짓다'는 '도로를 짓다'와 아파트를 짓다'로 나눌 수 있다. 목적어 '도로를'은 '건설하다' 혹은 '깔다'와 호응하지 '짓다'와 호응하지는 않는다.


4. '-의'가 주어, 목적어로 변신하다.

관형격 조사 '의'는 소유, 주체(주어), 대상(목적어)을 나타낸다. 영어 'of'가 우리말 '의'에 해당한다. 'of' 뒤의 명사가 주어나 목적어의 의미를 지니듯이 '의' 뒤의 명사도 주어나 목적어의 의미를 지닌다. I am well aware of my want of ability. 이 문장은 '(나는) 나의 능력의 부족의 상태를 잘 안다.'로 직역할 수 있다. 의역하면 '나는 (나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이다. 'of ability'에서 of는 주격 조사 '이'에 해당하고 'of my want'에서 'of'는 목적격 조사'를(를)'에 해당한다. 'a photo of my dog'에서 'of'는 목적격 조사 '을(를)'에 해당한다. 직역하면 '나의 개의 사진'이 되고, 의역하면 '내 개(를 찍은) 사진'이 된다. 'the arrival of the police'는 '경찰이 도착한 것을 의미하므로 'of'는 주격 조사 '이'에 해당하고, criticism of the police'는 '경찰을 비판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of'는 목적격 조사'을(를)'에 해당한다. 영어나 일본어의 영향을 받아 부자연스러운 조사 '의'가 남발되고 있다. '의'를 없애거나 '의'를 주어나 목적어 혹은 부사로 풀어 주는 게 좋다. 우리말다운 글을 쓸 때 아름다운 우리말을 지키고 가꾸어 나갈 수 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3(말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

예문: 그러나 나의 학생들은 극락보전의 낮은 목소리를 못 듣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인솔한 학생들은 극락보전의 낮은 목소리를 못 듣는 것 같았다.

【해설】

◉ "나의 학생들"에서 '의'는 소유를 의미한다. 곧이곧대로 옮기면 '내가 소유한 학생들'이 된다. '내가 인솔한 학생들'로 고쳤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혜민)

예문: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나아가 다른 사람도 껴안을 수 있게 되도록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나아가 다른 사람도 껴안을 수 있도록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다.

【해설】

◉ 영어식 표현인 '명사+의(조사)+명사'는 가능하면 절제하고, '이(가) 어떠하다'는 식으로 풀어 주는 게 좋다.


5. 가능한 피동문은 능동문으로 바꾸어라

언어도 사회의 영향을 받는다. 자신을 드러내는 광장 문화의 영향을 받아 영어에서는 행위의 주체에 따라 능동문과 피동문이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된다. 주어가 무생물인 경우도 흔하다. 반면 우리나라 문화는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언어를 사용할 때도 주어를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영어의 영향까지 받아 진짜 주어를 숨기는 피동문을 쓰는 경향이 강해지기도 했다. 피동형을 이중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 피동문은 다음 두 가지 경우에 흔히 쓰인다. 첫째, 행위의 주체가 불분명할 때다. 둘째, 행위의 주체를 감추고 싶거나 책임을 피하고 싶을 때다. 특히 80년대 군부 독재 시절에 언론사에서 피동문을 자주 사용했다. 피동문에는 주어가 숨어 있어 책임 소재를 밝히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어를 숨겨야 할 경우와 대구를 이루도록 할 경우에는 피동문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말에서는 피동문이 부자연스럽다. 무엇보다 피동문은 이해하기 어렵다. 완곡하게 표현하기 위해 피동문을 쓰는 경우도 있으나 피동문을 쓰면 오히려 독자의 신뢰를 얻기 어려워진다. 주장을 명확하게 드러내려면 가능한 피동문은 능동문으로 바꾸는 게 좋다.


"글쓰기의 공중 부양"

예문: 그대가 만약 이 책을 충분히 숙지하고, 노력하거나 미치거나 즐길 수만 있다면, 그대에게도 '떴어요'라고 표현될 수 있는 공중 부양의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

→(그대가) 만약 이 책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노력하고, 즐기고, 미칠 수만 있다면, 그대에게도 '떴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공중 부양의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

【해설】

◉ '숙지하다'는 '충분히 알다'를 의미하므로 "충분히 숙지하고"에서 '충분히'는 삭제해야 한다.

◉ '그대가'라는 주어는 불필요하다. 독자가 주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뒤에 '그대에게도'라는 말이 나오므로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생략하는 게 좋다.

◉ 예문에서는 공중 부양을 할 수 있는 조건으로 이 책을 숙지하는 것, 노력하는 것, 미치는 것, 즐기는 것이 제시되었다. '-거나'는 나열된 동작이나 상태, 대상들 중에서 어느 것이든 선택될 수 있음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다. 공중 부양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조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네 가지 모두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따라서 '-거나'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 문장 전체가 능동문으로 표현되어 있으므로 '표현될 수 있는'은 '말할 수 있는'으로 고쳤다.

예문: 글은 충동과 의욕에 의해서 쓰여지는 것이다. 그리고 충동과 의욕은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의해서 고개를 쳐드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글은 충동과 의욕에 의해서 쓰이는 것이다. 충동과 의욕은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으면 고개를 쳐드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해설】

◉ '쓰여지는'은 이중 피동형이므로 '쓰이는'으로 고쳤다. '그리고'는 단어, 구, 절, 문장 등을 병렬적으로 연결할 때 쓰는 접속어다. '그리고' 뒤에 있는 "충동과 의욕"이 앞 문장에서도 이미 언급되었으므로 '그리고'라는 접속어가 필요 없다.

◉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의해서"는 영어식 표현이어서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으면'으로 고쳤다.


3장 부사를 사랑하다!(부사, 형용사, 동사)

1. 형용사는 부사로, 명사는 동사로 풀어 주어라

영어에서는 주어와 목적어가 발달하다 보니 이들을 꾸미거나 연결하는 형용사와 접속어도 발달했다. 반면에 우리말에서는 주어가 생략되는 경우가 많아 자연히 동사와 부사가 발달하게 되었다. 명사는 멈춰 있으려는 속성이 강해 변화가 적다. 반면에 동사나 동사를 수식하는 부사는 움직이려는 속성이 강해 변화가 많다. 영어식으로 표현한 '형용사+명사'가 부자연스러울 경우 '부사+동사'로 바꾸는 게 좋다. 동사는 인간 사고의 기본 개념인 '누가 ~하다'에서 '~하다'에 해당한다. 명사를 동사로, 형용사를 부사로 바꾸면 문장을 생기 있게 풀어쓰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예를 들어 보겠다. 'It is our obligation that this nation shall have a new birth of generation'은 '이 나라가 세대의 새로운 탄생을 가지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로 직역할 수 있다. 위 영문은 다음처럼 의역할 수 있다. '이 나라에서 우리 뒤 세대가 새롭게 태어나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우리말은 동사와 부사가 발달했으므로 형용사는 부사로, 명사는 동사로 바꾸었고 사물 주어는 부사어로 바꾸었다.


"글쓰기의 공중부양"

예문: 일반 사람들이 재능을 타고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피눈물 나는 노력에 의해 그런 경지에 도달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 사람들이 재능을 타고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피눈물 나게 노력해 그런 경지에 도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설】

◉ "노력에 의해"는 영어식 표현이다. '~에 의해"는 영어의 'by'에 해당한다. 우리말답게 표현하려면 명사를 동사로 바꾸면 된다.


2. 꾸미는 말은 꾸밈을 받는 말 앞에 두어라

문장에서 부사의 위치는 중요하다. 문장 부사어는 문장의 앞에 오는 게 자연스럽지만 일반 부사어는 가능한 주어 뒤, 서술어 바로 앞에 오는 게 자연스럽다. '주어+목적+부사어+서술어'의 순서로 된 우리말은 안정감을 준다. 문장 부사는 문장 전체를 꾸미는 부사다. 화자(話者)의 태도를 나타내는 양태 부사와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을 이어 주는 접속어로 나뉜다. 양태 부사로는 '과연', '설마', '제발', '정말', '결코', '모름지기', '응당', '어찌', '아마', '정녕', '아무쪼록', '하물며' 등이 있고, 접속어로는 '그리고', '그러나', '그러므로', '즉', '곧', '및', '혹은', '또는' 등이 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예문: 나는 그들에게 법회를 통해, 그리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블로그와 같은 온라인상에서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나는 법회에서, 트위터·페이스북·블로그와 같은 온라인상에서 그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나는 법회나 트위터·페이스북·블로그와 같은 온라인상에서 그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해설】

◉ '그들에게'를 '말을 걸기 시작했다."바로 앞에 두었다.

◉ '법회에서'와 '온라인상에서'는 대구를 이룬다. '~를 통해'는 번역투의 표현이다. 굳이 '법회를 통해'라는 표현을 쓰고 싶으면 '온라인상에서' 대신 '온라인을 통해'라고 쓰는 게 좋다.

◉ '그리고'와 같은 있으나 마나 한 접속어는 쓰지 않는 게 좋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나는 아무래도 그 새로운 환경과 질서에 그대로 편입될 수는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껏 내가 길들여 온 원리(어른들 식으로 말하면 합리와 자유)에 너무도 그것들이 어긋나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무래도 그 새로운 환경과 질서에 그대로 편입될 수는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껏 내가 길들여 온 원리, 어른들 식으로 말하면 합리와 자유에 그것들이 너무도 어긋나기 때문이었다.

【해설】

◉ 괄호 안의 "어른들 식으로 말하면 합리와 자유"는 동격으로 처리하는 게 좋다. '원리=합리와 자유'의 등식이 성립한다.

◉ '너무도'는 '어긋난다'를 수식하므로 피수식어 바로 앞에 두었다.


3. 사물 주어는 부사어로 바꾸어라

우리말에서는 의인화하지 않은 사물 주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영어에서는 사물도 얼마든지 주어로 쓰일 수 있다. 영어에서 사물 주어가 흔히 쓰이는 것은 물질문명을 발전시킨 서구 문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영문법의 영향을 받은 우리말의 사물 주어는 부사어로 바꾸어 주는 게 좋다. 그래야 우리말이 우리말다워진다. 예를 들어 보겠다. "한 단어는 여러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다."에서 주어로 쓰인 명사 '단어'나 동사 '가지고 있다'는 물질문명이 발달한 서구 문화의 특징을 잘 보여 준다. 사물 주어를 부사어로 바꿔 '한 단어에는 여러 가지 속성이 있다'로 고치는 게 바람직하다.


"중앙일보"(김영희 칼럼: 품격 잃은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

예문: 대통령의 시간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남북한이 벌인 비밀 협상의 내용을 무용담처럼 나열하고 있다.

→"대통령의 시간"에는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남북한이 벌인 비밀 협상의 내용이 무용담처럼 나열되어 있다.

【해설】

◉ 책은 나열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영어에서는 사물 주어를 흔히 사용하지만, 우리말에서는 사물 주어를 사용하면 문장이 어색해진다. 우리말에서는 사물 주어를 사용하면 문장이 어색해진다. 자연스럽게 의인화된 경우가 아니면 가능한 한 사물 주어를 피해야 한다. 지면 사정으로 신문에는 사물 주어가 흔히 사용된다. 하지만 사물 주어를 쓴다고 해서 글자 수가 많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예문: 김양건에 대한 언급은 특히 위태롭다. 김양건은 북한 권력층 내부의 대표적인 대화파다. "대통령의 시간"은 그가 임태희 장관에게 "합의문 없이 돌아가면 나는 죽는다."라고 하소연했다고 썼다.

→김양건에 관한 언급은 특히 위태롭다. 김양건은 북한 권력층 내부의 대표적인 대화파다. "대통령의 시간"에는 김양건이 임태희 장관에게 "합의문 없이 돌아가면 나는 죽는다."라고 하소연했다고 쓰여 있다.

【해설】

◉ 책이 글을 쓸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의 저자"의 저자는 ~ 하소연했다고 썼다'라고 쓰는 것도 어색하다. 그래서 "대통령의 시간"에는 ~ 하소연했다고 쓰여 있다'로 고쳤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말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

예문: 길가에는 국보 제13호라는 큰 글씨와 이발소 그림풍의 관음보살상 입간판이 오른쪽으로 화살표를 해 놓고 있다.

→국보 제13호라는 큰 글씨와 이발소 그림풍의 관음보살상으로 채워진 입간판에는 오른쪽으로 향하는 화살표가 표시되어 있다.

【해설】

◉ "입간판이 오른쪽으로 화살표를 해 놓고 있다."에는 영어식 표현인 사물 주어가 사용되었다. 의인화했다고 볼 수도 없다. 입간판에 이미 화살표가 그려져 있으므로 논리적으로 부자연스럽다. 이럴 때는 사물 주어를 부사어로 바꾸면 된다. '입간판에는 오른쪽으로 향하는 화살표가 표시되어 있다'로 고쳤다.

◉ '길가에는'과 호응하는 단어가 없다. 입간판은 당연히 길가에 있으므로 필요도 없는 부사다.

예문: 교토의 관광 안내서들을 보면 낙중과 낙외의 명소를 구역별로 소개하고 있다.

→교토의 관광 안내서들에는 낙중과 낙외의 명소가 구역별로 소개되어 있다.

【해설】

◉ 누가 소개하고 있는 것일까. 관관 안내서가? 안내원이? 예문은 '관광 안내서들에는 ~소개되어 있다'로 고쳐야 한다.


"중앙일보"(사설: 국정 난맥 이토록 심각한데 전·현직 대통령이 다툴 땐가)

예문: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발간(2월 2일)이 박근혜-이명박 정부 간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월 2일에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발간해 발간해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해설】

◉ '발간=양상'의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사물 주어는 부사어로 바꾸는 게 좋다.

◉ 괄호를 남발하면 보기에도 좋지 않고 읽기에도 좋지 않아 괄호를 벗겼다.

◉ 갈등은 '두 가지 이상의 상반되는 상황에 직면하였을 때 선택을 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상태'를 의미하고 양상은 '사물의 상태'를 의미한다. "갈등 양상"에는 상태라는 의미가 중첩되어 있다.


"동양 철학사를 보다"(강성률)

예문: 1세기 무렵 불교가 전파 된 후, 중국은 불교와 도가를 합쳐 중국 특유의 선종을 형성하였다.

→1세기 무렵 불교가 전파된 후, 중국에서는 불교와 도가가 합쳐져 중국 특유의 선종이 형성되었다.

【해설】

◉ '중국'은 무생물 주어이므로 주도적 행위를 할 수 없다. '중국에서는'으로 고치면 '선종이'가 주어가 된다. 물론 '중국 사람이 불교와 도가를 합쳐 중국 특유의 선종을 형성하였다.'라고 고칠 수도 있으나 중국 사람은 일반적인 사람이므로 선종을 주어로 내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PART 2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장 행진!

(잇는 법칙)

글 쓰는 데 가장 중요한 원칙은 '꼬리 물기'다. 다른 원칙은 이 원칙에 수렴한다. 글은 앞과 뒤가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 이 생각, 저 생각을 원칙 없이 나열해서는 안 된다. 문장들이 긴밀하게 연결되면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문단이 된다. 문단은 가능한 짧은 게 좋다. 문단이 길면 생각이 엉킬 뿐 아니라 가독성도 떨어진다. 단락은 긴 글을 내용에 따라 나눌 때 하나하나의 짧은 이야기 토막이다. 문장과 문장은 물론 문단과 문단, 작은 제목과 작은 제목, 큰 제목과 큰 제목도 가능한 논리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꼬리 물기의 잣대만 들이대더라도 어떤 글이 비문인지 아닌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문장과 문장을 연결할 때는 접속사 남용을 피해야 한다. 보조사, 공통어, 지시어, 리듬으로 자연스럽게 문장을 잇는 게 좋다.


1장 '-고', '-며', '-는데'를 구별하라(연결 어미)

'-고'와 '-며'의 용법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면 문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다. '-고'와 '-며'를 구분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문장이 꼬일 뿐만 아니라 부자연스러워진다. 이럴 때는 문장을 나누어 주는 게 좋다. '-며'는 주로 다음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첫째, '-며'는 두 가지 이상의 동작이나 상태 따위를 나열할 때 쓰는 연결 어미이다. 일반적으로 '-고'는 유사한 요소를 나열할 때 사용하고, '-며'는 다른 성격의 내용을 연결할 때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예를 들어 "이것은 감이며, 저것은 사과이다."는 '이것은 감이고 저것은 사과이다."로 쓰는 것이 좋다. '-고'를 사용하다가 변화를 주려고 억지로 '-며'를 끼워 쓰는 경향이 있다. '-며'는 성격이 다른 것을 구분할 때 사용하는 것이 좋다. 둘째,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다."에서처럼 '-며'는 '-면서'와 같이 동시 동작을 의미한다.


"잘못된 문장부터 고쳐라"(박찬영)

예문: 4편의 연극 무대의 배우로 서고, 3편의 연극을 기획했으며, 1편의 연극의 연출을 역임했습니다.

→저는 4편의 연극 무대에 배우로 섰습니다. 3편의 연극을 기획하고 1편의 연극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해설】

◉ '-고'와 '-며'가 원칙 없이 뒤섞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예문의 경우에는 두 문장으로 나누어 배우 활동과 기획·연출 경험을 대비하는 것이 좋다.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공지영)

예문: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가 하고 있는 걱정의 80퍼센트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고, 나머지 20퍼센트 중에서도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대부분이며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2퍼센트도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걱정의 80퍼센트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고, 나머지 20퍼센트는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2퍼센트도 안 된다는 것이다.

【해설】

◉ '-며'가 두 번이나 무분별하게 사용되어 문장이 부자연스럽다. 내용을 구분하기 위해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앞에서 문장을 나누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은 군더더기 표현이다. 전문가를 구체적으로 밝혀 줄 수 없다면 '~라고 한다.'정도로 처리하는 게 좋다.


"토지"

예문: 농부들은 지금 꽃 달린 고깔을 흔들면서 신명을 내고 괴롭고 한스러운 일상을 잊으며 굿 놀이에 열중하고 있을 것이다.

→농부들은 괴롭고 한스러운 일상을 잊으려 지금 꽃 달린 고깔을 흔들면서 굿 놀이에 신명을 내고 있을 것이다.

【해설】

◉ 굿 놀이를 하는 부분과 일상을 잊는 부분을 구분해 주는 게 좋다. 의미에 따라 구분하면 가독성이 한결 높아진다. '신명을 내는 것'과 '열중하는 것'은 비슷한 의미로 보아 '열중하고'를 생략했다. 비슷한 의미의 표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제시되다 보니 문장이 정리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


2. 연결 어미 '-고'는, '-는데'를 구별하라

'-고'와 '-는데'를 혼동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고'는 유사한 요소를 나열할 때 사용하고, '-는데'는 앞의 내용을 뒤에서 부가적으로 설명할 때 사용한다. '-는데' 앞에는 상황이 미리 설정되고, 뒤에는 부가적 설명이 이어진다. '-는데' 바로 뒤에서 앞의 말을 받거나 지시어를 사용할 때는 숨을 고르는 의미에서 '-는데' 뒤에 쉼표를 붙여 주는 게 좋다. '-는데'는 대체로 다음 4가지 경우에 사용한다.

첫째, 부가 설명

◉ 길목에 돌무지가 세워져 있는데, 여기는 원래 백암사 터다.

둘째, 미리 상황을 설정

◉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셋째, 대조

◉ 그 애는 노래는 잘 부르는데 춤은 잘 못 춰.

넷째, 그런데도

◉ 눈이 오는데(그런데도) 차를 몰고 나가도 될까?


"잘못된 문장부터 고쳐라"

예문: '공부에 불이 붙는다'는 카피를 동료들과 협력해서 만들고 그것이 전파를 탈 때 느꼈던 감동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공부에 불이 붙는다.'라는 카피를 동료들과 협력해서 만들었는데, 그 카피가 전파를 탔을 때 느꼈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해설】

◉ "만들고 그것이"를 '만들었는데, 그 카피가'로 고쳤다. '-는데' 뒤에는 앞의 내용을 부가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이 나온다.

예문: 아주 엉성하게 지어진 오두막이 한 채가 있었고 그 주변에는 야생 사과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엉성하게 지어진 오두막이 한 채 있었는데, 그 주변에는 야생 사과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해설】

◉ "있었고"를 '있었는데, '로 고쳤다. '-는데' 뒤에는 앞에서 언급한 오두막의 주변에 대한 묘사가 이어진다.


"토지"

예문 1: 서희는 어머니인 별당 아씨를 닮았다고들 했으며 할머니 모습도 있다 했다.

→사람들은 서희가 어머니인 별당 아씨를 닮았다고들 말했는데, 할머니를 닮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설】

◉ '-고'나 '-며' 앞뒤는 서로 대구를 이루어야 한다. '서희가 별당 아씨를 닮았다.'는 '서희가 할머니를 닮았다.'와 대구를 이룬다.

◉ '할머니를 닮았다.'는 앞의 내용을 보충 설명하는 것이므로 '-며' 대신 '-는데'를 사용하는 게 좋다.

예문 2: 일단 방에 들어온 뒤에는 나가도 좋다는 말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서희는 일어설 수 없다. 숨소리를 죽이며, 그래서 가냘픈 가슴이 더 뛰고 야어깨로 숨을 쉴 수밖에 없었는데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은 어린것에게 얼마나 큰 고통인가.

→일단 방에 들어온 뒤에는 나가도 좋다는 말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서희는 일어설 수 없었다. 숨소리를 죽이느라 가냘픈 가슴이 더 뛰어 양어깨로 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은 어린것에게 얼마나 큰 고통인가.

【해설】

◉ '그래서'와 같은 접속어는 가능하면 문장 속에서 녹이는 게 좋다. "죽이며, 그래서"를 '죽이느라'로 고쳤다.

◉ "가슴이 더 뛰고 야어깨로 숨을 쉴 수밖에 없었는데"라는 표현이 매끄럽지 않다. '뛰고' 앞 뒤가 원인과 결과를 나타내므로 '뛰고"를 '뛰어'로 고쳤다.

◉ '없었는데'에서 문장을 나누었다. 연결 어미 앞뒤 주어와 문장 구조가 다르면 가독성을 위해 문장을 나누는

게 좋다.


2장 접속사가 없어졌어요!(접속사, 보조사, 지시어)

1. 접속어를 남용하지 말라.

문장을 연결하는 것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접속어다. '그리고, 그러나, 그래서' 등의 접속어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우리말에서는 그 뜻 속에 접속어의 의미가 내포된 경우가 많다. 문장과 문장은 접속어로 연결되는 게 아니라 문맥, 리듬, 논리 전개 등으로 연결된다. 문장과 문장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 접속어가 필요 없다. 그런데도 접속어를 집어넣는다면, 그건 군더더기다. 흔히 문장의 앞뒤를 논리적으로 연결할 자신이 없을 때 접속어를 사용한다.


"글쓰기의 공중부양"

예문: 문학은 예술이다. 그러나 글쓰기를 통하지 않고서는 도달할 수 없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예술이 아름다움을 궁극으로 한다면 문학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글쓰기는 아름다움의 모색으로부터 출발한다.

→문학은 예술이다. 문학은 글쓰기를 통하지 않고서는 예술에 도달할 수 없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예술이 아름다움을 궁극적으로 추구한다면 문학도 예외는 아니다. 글쓰기도 아름다움을 모색하는 데서 출발한다.

→문학은 글쓰기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예술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문학도 마찬가지다. 글을 쓸 때도 아름다움을 모색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해설】

◉ '그러나'는 앞 내용과 뒤 내용이 상반될 때 쓰는 접속어다. "문학은 예술이다."와 "글쓰기를 통하지 않고서는 도달할 수 없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상반된 내용이 아니다. 불필요한 접속사는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로 고쳤다. '가지고 있다.'는 서구의 자본주의 사고방식을 반영하는 영어식 표현이다. 예문에서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가 더 자연스럽다.

◉ "예술이 아름다움을 궁극으로 한다면"은 '예술이 아름다움을 궁극적으로 추구한다면'으로 고쳤다.

◉ 영문법의 산물인 '명사+의+명사'는 바로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아름다움의 모색으로부터"를 '아름다움을 모색하는 데서'로 고쳤다. 이렇게 문장을 풀어 주면 직관적인 이해가 가능해진다.

◉ 예문의 마지막 문장에서 '따라서'는 불필요하다. '따라서'는 앞에서 말한 일이 뒤에서 말한 일의 원인이나 근거가 됨을 나타내는 접속어다. 뒤에서 말할 일의 원인은 이미 앞에서 밝혀 놓았다. "문학도 예외는 아니다."에서 '도'가 '따라서'라는 의미를 이미 내포하고 있다.

◉ "(문학은) 글쓰기를 통하지 않고서는 도달할 수 없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 말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당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문학은 글쓰기로 표현하는 예술이다.'로 간명하게 고쳤다. 그래야 뒤의 문장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 "예술이 아름다움을 궁극적으로 추구한다면"에서 사물 주어인 '예술'이 의인화되지도 않았는데 주체적인 행위를 하고 있어 어색하다. 그래서 '예술의 목적은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다.'로 고쳤다. 이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주체는 '예술의 목적'이 아니라 '사람들'이다.


"토지"

예문: 질식하는가 싶더니 기침은 멎고 가래가 끓어 분간하기 어려운 목소리로 간신히 치수는 말했다.

→질식하는가 싶더니 기침은 멎었다. 하지만 가래가 끓어 분간하기 어려운 목소리로 치수는 간신히 말했다.

【해설】

◉ '기침은 멎고 가래가 끓었다'는 '기침은 멎었다. 하지만 가래가 끓었다'로 고쳐야 한다. '-고' 앞뒤 내용이 상반되기 때문이다.


2. 보조사, 공통어, 지시어, 리듬이 문장을 잇는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끈이 잇다. 논리적 순서와 문맥이 바로 그것이다. 글의 리듬도 문장을 잇는 역할을 한다. 문장과 문장은 논리, 문맥, 리듬으로 잇는 것이므로 접속어가 거의 필요 없다. 접속어나 연결 어미를 남발하면 문장이 복잡해져 리듬감과 속도감이 떨어진다. 글맛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리고'와 같은 접속어는 논리적으로 보더라도 절제해서 사용해야 한다. 세상에는 완전한 역접 관계나 순접 관계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말하고자 하는 대상이 조금씩 다른 특성을 보일 수는 있는데, 이를 두고 역접이나 순접 관계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지시어나 이미 언급된 어구가 나올 때도 접속사를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지시어나 공통어가 이미 문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 는, 도, 만, 까지, 마저, 조차, 부터'와 같은 보조사는 명사, 부사, 활용 어미 등에 붙어서 앞 문장과 관련해 특별한 의미를 더해주기 때문에 문장 맨 앞에 접속어가 있으면 오히려 어색하다. 보조사는 주어, 목적어, 보어에 어떤 뜻을 더해 준다. 부사어, 서술어와 결합해 특별한 의미를 첨가하기도 한다.


◉ 우리만 극장에 가서 미안하다.→단독을 의미(주어 역할)

◉ 잘못된 문장부터 고쳐라.→시작을 의미(목적어 역할)

◉ 철수는 가까스로 부반장은 되었다.→대조를 의미(보어 역할)

◉ 이곳에서는 수영을 하면 안 된다.→대조를 의미(부사어와 결합)

◉ 내 생각이 전적으로 옳지는 않다.→대조를 의미(서술어와 결합)

◉ 이 지갑은 마음에 들지도 않아요.→역시를 의미(서술어와 결합)


보조사는 다른 언어가 흉내 낼 수 없는 우리말의 특장점이다. 보조사 한 자가 어떻게 문장의 의미를 바꾸는지 예를 들어 보겠다.

◉ 철수는 운동을 잘한다.→단순히 운동을 잘함

◉ 철수는 운동은 잘한다.→다른 것은 못하지만 운동 하나는 잘함

◉ 철수는 운동도 잘한다.→다른 것도 잘하고 운동도 잘함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예문: 한 학년이 겨우 여섯 학급밖에 안 된다는 것도 그 학교를 까닭 없이 얕보게 했고, 남학생 반과 여학생 반을 갈라놓은 것도 촌스럽게만 보였다.

→한 학년이 겨우 여섯 학급밖에 안 된다는 것에 나는 그 학교를 까닭 없이 얕보게 되었다. 남학생 반과 여학생 반을 갈라놓은 것도 (내게는) 촌스럽게만 보였다.

【해설】

◉ 예문을 보면 "여섯 학급밖에 안 된다는 것"이 얕보게 했고"의 주어다. 굳이 그대로 고친다면 '여섯 학급밖에 안 된다는 것도 그 학교를 얕보게 된 원인이다'라고 해야 한다. '것도'와 '것에'의 차이는 크다. 조사 하나가 문장의 의미를 크게 바꾸어 놓는다. '도'는 이미 어떤 것이 포함되고 그 위에 더함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다. 보조사 '도'는 문장을 연결하는 기능이 있으므로 '도'가 들어가는 문장 앞에는 접속어나 연결 어미를 쓸 필요가 없다. 접속어나 연결 어미가 없어야 문장의 리듬도 살아난다.


"잘못된 문장부터 고쳐라"

예문: 철수는 친구와 친해지기 위해 게임을 같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친구와 운동을 할 것이다.

→철수는 친구와 친해지기 위해 같이 게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친구와 운동을 할 것이다.

【해설】

◉ 예문에서 접속어로 '그러나'를 쓸 수도 있고 '그런데'를 쓸 수도 있다. 접속어는 의미가 명쾌하지 않으므로 가능한 한 쓰지 않는 게 좋다. '나는'에서 '는'은 보조사다. 보조사는 주격 조사나 목적격 조사 대신 쓸 수 있다. 보조사는 주어에 어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므로 문장과 문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보조사 '은, 는'이 사용된 문장의 맨 앞에 접속어를 쓰면 오히려 어색하다.


"토지"

예문: 행랑은 행랑대로 먼 곳 가까운 곳에서 모여 온 마름과 작인들이 득실득실 판을 치고 있었으며 그들을 위해 큰 가마솥은 쉴 새 없이 밥을 삶아 내야만 했다.

→먼 곳. 가까운 곳에서 모여든 마름들과 작인들이 행랑에서 득실득실 판을 치고 있었다. 그들을 위해 큰 가마솥은 쉴 새 없이 밥을 삶아 내야만 했다.

【해설】

◉ '있었으며' 앞뒤 어구는 형식과 내용에서 서로 대구가 되어야 하나 예문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이럴 때는 문장을 분리해 주는 게 좋다. 뒤 문장의 '그들'이라는 지시어가 앞 문장의 '마름과 작인들'과 이어지기 때문에 접속사를 생략해도 문장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 예문에는 주어가 두 개 있다. '행랑'과 '마름과 작인' 중에서 진짜 주어는 '마름과 작인'이다. 부사절인 "행랑은 행랑대로"가 수식하는 말이 없다. '판을 치고 있다.'와는 호응하지 않으므로 '행랑에서 판을 벌이고 있다.'로 고쳤다.

◉ '행랑에서'라는 수식어는 피수식어인 '판을 벌이다.' 앞에 두었다. 수식어와 피수식어는 늘 가까이 있고 싶어 한다.


3. 대명사나 지시어는 가능한 구체적으로 표현하라

주어는 문장 전체를 장악하는 열쇠를 쥐고 있다. 영어에서는 문장 성분 가운데서도 특히 주어가 언제나 얼굴을 내민다. 반복되는 경우에는 대명사의 형태로라도 주어를 드러낸다. 그래서 영어는 대명사와 지시어가 발달했다. 우리말에는 본래 '그'나 '그녀'라는 대명사가 없었다. 신문학 초창기에 김동인과 "창조" 동인들이 '그'와 '그녀'라는 3인칭 대명사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영어 'he'를 번역한 것이다. 'she'는 대응하는 마땅한 말이 없어 일본어 '彼女'를 직역해서 썼는데, 그것이 바로 '그녀'다. 요즘 영어의 영향으로 지시 대명사, 인칭 대명사, 지시 형용사, 지시 부사 등이 남발되고 있다. 반복을 피하고자 대명사나 지시어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나치게 사용해 무엇을 가리키는지 모호해지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이해하기 쉬운 글이 좋은 글이다. 문장의 흐름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 대명사나 지시어에 해당하는 말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면 독자가 더욱 쉽게 글을 이해할 수 있다. 글 쓰는 이는 글 읽는 이를 배려해야 한다. 중복되는 표현은 삼

가야 하지만 문장의 리듬을 위해 필요한 내용은 반복할 수 있다. 예를 하나 들어 보겠다. "원숭이 궁둥이는 빨갛다. 빨 간 것은 사과, 사과는 맛있다. 맛있는 것은 바나나, 바나나는 길다. 긴 것은 기차, 기차는 빠르다. 빠른 것은 비행기, 비행기는 높다. 높은 것은 백두산"에서 사과, 바나나, 기타 등을 뭉뚱그려 모두 '그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리듬을 갖춘 반복이 문장의 의미를 명료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

예문: 고통이 올 때마다 내가 드렸던 기도와 다짐이 떠올랐다. 어떤 일도 주님의 허락 없이는 일어나지 않으며 이것은 결국 커다란 선으로 나를 인도할 것이고 그리고 나는 여기서 하느님의 사랑을 배우게 될 것이다.

→고통이 올 때마다 내가 드렸던 기도와 다짐이 떠올랐다. 어떤 일도 하느님의 허락 없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느님이 허락하신 일은 결국 궁극적인 선으로 나를 인도할 것이다. 나는 하느님이 인도하신 곳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배우게 될 것이다.

【해설】

◉ '이것'과 '여기'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이러한 지시 대명사는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게 좋다. '이것은'은 하느님이 허락하신 일은'으로, '여기서'는 '하느님이 인도하신 곳에서'로 고쳤다.

◉ "커다란 선"은 '궁극적인 선'으로 고쳤다. 십일조가 많든 적든 그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 '그리고'는 없어도 된다. '~ 궁극적인 선으로 나를 인도할 것이다.'와 '나는 하느님이 인도하신 곳에서 ~'의 두 문장은 '인도'라는 단어로 이미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 문장과 문장은 문맥과 리듬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야 한다. 대다수 접속어는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남도답사 일번지)

예문: 나는 이 글을 쓰기 전에 '일번지'를 멋지게 장식해 볼 의욕을 갖고 1박 2일 코스로 다시 한번 답사하고 돌아왔다. 때마침 그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생겼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큰 실수였고, 과욕이었다.

→나는 이 글을 쓰기 전에 '일번지'를 멋지게 장식해 볼 의욕을 갖고 1박 2일 코스로 다시 한번 답사하고 돌아왔다. 때마침 그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생겼다. 하지만 과욕으로 그 답사에 나선 것은 큰 실수였다.

【해설】

◉ "의욕을 갖고"는 '의욕에 넘쳐'로 고쳤다. 영어 동사 'have'가 우리말에까지 깊숙이 스며들어 '가지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빈도가 늘어났다. '가지다'의 목적어와 어울리는 우리말 표현을 쓰는 편이 자연스럽다.

◉ '그것은 나의 큰 실수였고"에서 '그것은'은 '그 답사'를 의미한다. 서술어는 '큰 실수였다.'와 '과욕이었다.'이다. 서술어가 두 번이나 나올 경우에는 논리적으로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과욕으로 그 답사에 나선 것은 큰 실수였다.'로 고쳤다.

◉ '그러나'는 앞 내용과 뒤 내용이 상반될 때 쓰는 접속어다. 비슷한 단어로 '하지만'이 있다. '하지만'은 서로 일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사용한다. 앞뒤 문장이 완전히 상반되는 경우는 많지 않으므로 일반적으로 '그러나' 대신 '하지만'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논리적으로도 '그러나'보다는 좀 더 완화된 의미를 지닌 '하지만'이 바람직하다.


3장 대구를 이루게 하라(대구)

1. 연결 어미 앞뒤는 대구를 이루게 하라.

두 개 이상의 문장을 이어 하나로 만든 문장을 '이어진 문장'이라고 한다. '이어진 문장'은 두 문장의 관계에 따라 '대등하게 이어진 문장'과 '종속적으로 이어진 문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등하게 이어진 문장'을 만드는 대등적 연결 어미에는 '-고', '-며', '-나' 등이 있다. "겨울에는 눈이 오고, 여름에는 비가 온다."에서 앞 절과 뒤 절은 각각 독립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종속적 연결 어미에는 '-니', '-면', '-려' 등이 있다. "봄이 되면 강산에 꽃이 핀다."에서 앞 절과 두 절의 의미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절들이 독립적이지도 않고, 단순한 나열로 볼 수도 없다. 연결 어미 '-고', '-며', '-나', '니', '-다가' 등의 앞뒤는 서로 대등한 어구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래야 문장이 질서 정연해지고 가독성도 높아진다. 독자는 연결 어미 다음에 대등한 어구가 나오리라 예측하면서 글을 읽는다. 예측이 빗나가면 글을 다시 읽어야 할지도 모르니 독자를 위해 대등한 어구를 배치하는 편이 좋다. 대구가 이루어진 문장은 읽기에도 좋고 듣기에도 좋다. 이어진 내용을 예측해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리듬도 살아 있어 읽는 재미를 더 한다. 시에서 각운을 맞추는 것도 일종의 대구이다. 대구는 문장 내에서도 필요하지만 문장을 비교할 때도 필요하다. 이어진 문장에서 능동형과 피동형을 연이어 쓰거나, 사람 주어와 사물 주어를 연이어 쓰는 것은 피해야 한다. 동사의 형태가 바뀌거나 주어가 달라지면 문장이 비문이 되기 쉽다. 우리말에서는 주어가 자주 생략되어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지 않는 경우가 흔히 나타난다. 이럴 때는 해당 서술어의 진짜 주어가 무엇인지 찾아보고 연결된 어구는 대구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예문: 글을 쓸 때 감정에 빠지면 길을 읽기 쉽다. 주제를 벗어나 글이 엉뚱한 곳으로 흐르게 되고 주제와 상관없는 것을 들여와 글을 망치게 된다.

→글을 쓸 때 감정에 빠지면 길을 읽기 쉽다. 주제를 벗어나 글이 엉뚱한 곳으로 흐르게 되고, 주제와 상관없는 것이 들어가 글이 혼란스러워진다.

【해설】

◉ 예문의 두 번째 문장은 '길을 읽기 쉽다.'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문장이다. 이 문장은 본래 다른 두 문장을 하나로 이어 만들었다. (감정에 빠지면) 주제를 벗어나 글이 엉뚱한 곳으로 흐르게 된다. (감정에 빠지면) 주제와 상관없는 것을 들여와 (글 쓰는 이가) 글을 망치게 된다." 앞 문장의 주어는 '글'이고 뒷문장의 주어는 '글 쓰는 이'이다. 주어가 다른 두 문장을 '-고'로 연결하면 문장의 흐름이 어색해진다. 이 경우 '-고' 앞뒤 주어를 일치하거나 문장을 나누어야 한다. '글'이 엉뚱한 곳으로 흐른다.'와 대구를 맞추기 위해 "글을 망치게 된다."를 '글이 혼란스러워진다.'로 고쳤다.


"나의 한국현대사"

예문: 야학에서 같은 연배의 노동자들을 가르쳤으며, 학생회 임원을 맡았다가 감옥 구경을 하기도 했다.

→야학에서 같은 연배의 노동자들을 가르치기도 했고, 학생회 임원을 맡다가 감옥을 구경하기도 했다.

◉ '가르쳤으며'가 '구경하기도 했다.'와 대구를 이루도록 고쳤다.

◉ "구경을 하다"는 '구경하다'로 고쳤다.


"글쓰기의 공중부양"

예문: 내게는, 타고난 재능으로 고수에 이른 사람보다는 피나는 노력으로 고수에 이른 사람이 훨씬 더 위대해 보이고, 피나는 노력으로 고수에 이른 사람보다는 그 일에 미쳐 있는 사람이 훨씬 더 위대해 보인다.

→타고난 재능으로 고수의 경지에 이른 사람보다는 피나는 노력으로 경지에 이른 사람이 더 위대해 보이고, 피나게 노력하는 사람보다는 그 일에 미쳐 있는 사람이 훨씬 더 위대해 보인다.

【해설】

◉ "훨씬 더"가 두 번 중복되어 있다. 앞에는 '더', 뒤에는 '훨씬 더'라고 쓰면 중복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논리적으로도 타당하다.

◉ 내게는 ~ 위대해 보인다.'는 주어와 서술어가 너무 떨어져 있어 읽기에 불편하다. 더구나 '내게는'은 군더더기로 이 문장에서는 불필요하다. '내게는'이라고 쓰지 않아도 독자들은 이 책을 저자가 썼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 "피나는 노력으로 고수에 이른 사람"은 "그 일에 미쳐 있는 사람"과 대구를 이루도록 '피나게 노력하는 사람'으로 고쳤다.

◉ '고수에 이른다.'는 부자연스러운 표현이다. '고수가 된다.'라고 쓰거나 '고수의 경지에 이른다.'라고 쓰는게 자연스럽다.

예문: 효과적으로 글을 쓰려면 겉으로 판단되는 속성은 물론이고 보다 내면적인 속성을 찾아내는 일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그것은 사물에 대한 사유의 힘을 키우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다.

→글에 생동감을 부여하려면 겉으로 보이는 속성은 물론이고 내면에 숨어 있는 속성을 찾아내는 일도 게을리하면 안 된다. 외면과 내면의 속성을 찾는 것은 사물에 대한 사유의 힘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해설】

◉ '판단되는'과 같은 영어식 표현은 가능하면 쓰지 않는 게 좋다. '물론이고' 앞뒤는 대구가 되어야 한다. "내면적인 속성"은 겉으로 보이는 속성'과 대구를 이루도록 '내면에 숨어 있는 속성'으로 바꾸었다.

◉ '~은 물론이고'는 '~도'와 호응한다. '~뿐만 아니라' 역시 '~도'와 호응한다. 예문에서 '보다'는 왜 썼는지 모르겠다. 외면과 내면은 상대되는 것이 비교되는 것이 아니다.

◉ 가능하면 '그것'같은 지시 대명사도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지시대명사를 쓰는 것보다는 앞 문장의 내용을

정리해 제시하는 쪽이 내용 이해에 더 도움을 준다.

◉ "효과적으로 글을 쓰려면"은 내용에 걸맞게 '글에 생동감을 부여하려면'으로 고쳤다. 작가는 다음 글을 예시로 들었다. "성난 불은 잔인하다. 격정적인 불이 나를 덮친다. 불이 물 한 대야를 얻어맞고 정신을 잃는다. 불은 재를 낳고 죽는다." 예시 문장은 효과적인 글이라기보다는 생동감 있는 글이다.


2. 열거하거나 비교하는 요소는 대등해야 한다

단어를 열거할 때는 단어의 특성이 같아야 하고, 구나 절을 열거할 때는 구나 절의 구조가 같아야 한다. 열거한 요소들의 특성이나 구조가 다르면 글의 흐름이 부자연스러워진다. 질서 정연한 문장을 위해서는 앞뒤를 대등하게 배치해야 한다. 열거하거나 비교하는 요소는 대구를 이루어야 한다. 문장의 균형이 잡혀 있으면 읽는 사람은 내용을 예측하며 독서할 수 있다.


"문재인의 운명"

예문: 우리가 노무현 대통령과 이별한 지 어느덧 두 해가 됐다. 그 느낌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 '그를 떠나보낸 날'은 여전히 충격이고 비통함이며, 어떤 이들에게 '노무현'은 아직도 서러움이며 아픔이다. 그리고 어떤 이들에게 '그와 함께 했던 시절'은 그리움이고 추억일 것이다.

→우리가 노무현 대통령과 이별한 지 어느덧 두 해가 됐다. 그 느낌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이에게 '그를 떠나보낸 날'은 여전히 충격이고 비통함이며, 어떤 이에게 '노무현'은 아직도 설움이고 아픔일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이에게 '그와 함께 했던 시절'은 그리움이고 추억일 것이다.

【해설】

◉ 리듬과 대구가 글을 살아 있게 한다. "설움이며 아픔"은 '충격이고 비통함', 그리움이고 추억'과 대구를 이루도록 "설움이고 아픔"으로 고쳤다.

◉ '이들'에서 '들'은 없어도 된다. 영어 문법 용어로 표현하면 '이'는 대표 단수'에 해당한다.

◉ 충격은 '슬픈 일로 마음에 심한 영향을'을 뜻하고 '비통(悲痛)'은 몹시 슬퍼서 아픔'을 뜻한다. '서러움'은 '설움'으로 써야 한다. '서럽다'는 '원통하고 슬프다'를 뜻한다. '아픔'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괴로운 느낌을 뜻한다. 쉬운 단어도 만만치 않다. 세상일도 그렇듯이. 단어의 의미를 살펴보면 어떤 단어를 어디에 사용해야 할지 미세하게 드러난다. 충격과 비통이 어울리고, 설움과 아픔이 어울린다. 운이 맞아떨어져 '사별은 충격이고, 노무현은 설움이다.'라는 의미가 잘 전달된다.

◉ '그리고'는 없어도 된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접속어는 오히려 걸림돌이다. 천의무봉(天衣無縫), 하늘의 선녀가 만든 옷에는 바느질 땀이 없다.

◉ '이다'는 단정적인 표현이고 '일 것이다'는 추정적인 표현이다. 예문은 추정적인 성격이 강하므로 '일 것이다'로 통일하는 게 좋다. 대구가 이뤄지면 예측하면서 읽는 게 가능해진다. 글이든 사람이든 예측 가능해야 한다.


3. 어울리는 단어와 짝 지어라

단어의 운명은 문맥이 결정한다. 완성된 문장에는 문맥에 따라 가장 적확한 단어가 자립 잡고 있어야 한다. 글을 쓸 때 생각이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문맥에서 벗어난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앞의 표현과 뒤의 표현이 달라지는 경우도 나온다. 단어를 골라 쓸 때는 문맥을 고려해야 할 뿐만 아니라 관용적 표현에도 유의해야 한다. 문학적 표현과 관용적 표현은 다른 개념이다. 관용적 표현은 오랫동안 사용해 굳어진 표현이다. 관용적 표현을 어기면 문장이 어색해진다. 단어에는 고유한 의미와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단어는 특정한 단어와 어울리려는 성질이 있다. 단어의 의미로 말미암아 단어를 선택하는데 제약을 받게 되는데, 이를 '의미상의 선택 제약'이라고 부른다. 단어와 단어를 어울리게 짝 지우지 않으면 부자연스럽다. 비논리적인 글이 되기도 한다. 한때 "대통령의 글쓰기"가 최순실의 대통령 글쓰기로 인해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덕분에 비논리적인 글이 잘 쓴 글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결국 잘못된 글을 수많은 독자가 배우게 되었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

예문: 성당 안으로 들어가자 신자들이 깨끗하고 정중한 복장을 하고 주일 미사를 하러 모여들고 있었다.

→성당 안으로 들어서자 단정한 옷을 입은 신자들이 주일 미사를 드리러 모여들고 있었다.

【해설】

◉ '정중하다'는 '태도나 분위기가 점잖고 엄숙하다'라는 뜻이고, '단정하다'는 '옷차림새나 몸가짐 따위가 얌전하고 바르다'라는 뜻이다. 복장은 옷차림새에 해당하지 태도나 분위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 '미사를 드리다'는 관용적 표현이다.


"태백산맥"

예문: 위기의식에 쫓기며 육십 리 길을 내달아 오는 동안 정하섭의 곤두선 신경은 산소 용접기에 닿은 쇠붙이처럼 무수한 불똥을 튀기며 타들었다.

→위기의식을 느끼며 육십 리 길을 내달아 오는 동안 정하섭의 곤두선 신경은 산소 용접기에 닿은 쇠붙이처럼 무수한 불똥을 튀기며 타들어 갔다.

【해설】

◉ "위기의식에 쫓기며"라는 표현은 부자연스러우므로 '위기의식을 느끼며'로 고쳤다.

◉ '타들었다'는 과정을 나타내는 '타들어 갔다'로 고쳤다.


PART 3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문장

(나누는 법칙)

'좋은 문장은 간결하고 명쾌하며 리드미컬하다. 그런 문장을 구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법은 하나의 문장에 하나의 개념을 담는 것이다. 앞의 세 문장을 합쳐보자. '간결하고 명쾌하며 리드미컬한 문장을 구사하려면 하나의 문장에 하나의 개념을 담는 게 좋다.' 세 문장으로 나눈 것과 한 문장으로 합친 것에는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으므로 문맥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다만 하나의 문장 안에 '주어와 서술어'가 세 번 이상 나오면 잘못된 문장을 쓸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럴 경우에는 문장을 분리하면 내용이 명쾌해진다. 겹문장에는 두 개 이상의 절이 있으므로 여러 개념이 들어가게 된다. 하나의 문장에 여러 개념이 들어가면 문장이 복잡해지기 쉽다.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편할지 모르지만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편하다. 글 쓰는 사람은 왜 여러 개념이 들어간 긴 문장을 쓰게 되는 것일까? 홑문장 사용을 꺼리는 것은 홑문장과 홑문장을 연결하는 데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글이 논리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면 연결 어미나 접속어 없이도 홑문장을 자연스럽게 이을 수 있다.


1장 복잡한 문장은 나누어라(겹문장)

1. '-고', '-며' 앞뒤의 문장 구조가 다르면 분리하라

'-고'나 '-며'로 연결된 문장에서 앞에 있는 절과 뒤에 있는 절의 구조가 다르거나 주어가 다른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홑문장+고(-며)+겹문장' 혹은 '겹문장+고(-며)+홑문장'과 같은 구조는 부자연스럽다. 주어와 서술어 관계가 한 번 이루어지는 홑문장(단문)과 두 번 이상 이루어지는 겹문장(복문)은 서로 대구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문장 구조가 다른 겹문장과 겹문장이 '-고'나 '-며'로 이어지면 문장은 더 복잡해진다. 이렇게 '-고(-며)' 앞뒤 문장 구조가 다르거나 주어가 다른 경우에는 문장을 분리하는 게 좋다.


"중앙일보"(분수대: 졸업 영화제의 추억)

예문: 학생 봉준호의 진지한 설득에 프로 배우가 출연을 결정했고 지금까지 긴 인연이 이어진다.

→학생 봉준호가 진지하게 설득하자 프로 배우가 출연을 결정했다. 그때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해설】

◉ '결정했고' 앞뒤 내용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다. '-고'앞의 절인 '봉준호가 설득하자 프로 배우가 출연을 결정했다.'는 겹문장이고 '-고'뒤의 절인 '인연이 이어진다.'는 홑문장이기 때문이다. '-고' 앞의 주어(프로 배우)와 뒤의 주어(인연)도 다르다. 이럴 때는 문장을 나누어 주는 게 좋다.

◉ 시제도 현재 진행형인 '이어지고 있다.'가 자연스럽다.

◉ '의(조사)+형용사+명사'는 영어의 영향을 받은 부자연스러운 표현이다. 그래서 "학생 봉준호의 진지한 설득에"를 '학생 봉준호가 진지하게 설득하자'로 바꾸었다.


2장 긴 수식어는 나누어라(관형절, 부사절)

1. 복잡한 관형절은 '동사'나 '부사'로 풀어주라

관형어의 '관(冠)'은 왕관의 '관'과 같은 글자이고 '형(形)'은 형용사의 '형'과 같은 글자다. '아름다운 소녀, 저 소녀, 소녀 시대'에서 '아름다운, 저, 소녀'가 관형어다. '저 모든 새 책이 누구의 책이냐.'에서 조사도 붙지 않고 어미 활용도 핮 않는 '저, 모든' 새'는 관형사라고 한다. "철수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에서 '철수가 온다는'은 관형절이다. 관형절이 길어져 문장의 균형이 깨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관형절 자체가 부자연스러운 경우도 있다. 영어의 관계대명사에 익숙해져 관형절을 남발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에는 관형절을 부사어로 바꾸거나 동사로 풀어주는 게 좋다. 관형절을 부사절로 바꾸는 것은 형용사를 부사로 바꾸는 원리와 비슷하다. 예컨대 '냉철한 대응을 하다'보다는 '냉철하게 대응하다'가 더 자연스럽다.


"데일 카네기 나의 멘토 링컨"

예문: 이런 곳에 정착하려는, 판단력이 부족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런 곳에 정착할 정도로 판단력이 부족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해설】

◉ 관형절이 두 번 반복되어 균형이 깨진 문장이다. 앞뒤 인과 관계를 밝혀서 부사로 문장을 연결해 주면 된다.


2. '-(으)로'에서 두 문장으로 나누거나 표현을 바꿔라

자격을 나타내는 조사에는 '로'가 있다. '로'는 주술 관계의 혼란을 초래하고 문장을 늘어지게 하므로 가능한 한 쓰지 않는 게 좋다. "이분은 새로 담임을 맡으실 선생님으로 성함은 아무개입니다."에서는 '선생님'이 '이분'의 지위, 신분, 자격을 나타낸다. "이 계획은 매우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그동안 어느 나라에서도 시도하지 못한 것입니다."에서는 '아이디어'가 '이 계획'의 지위, 신분 자격을 나타낸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이 문장에서는 다음과 같이 '로'대신 부가적 설명이 이어지는 '-ㄴ데'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계획은 매우 획기적인 아이디어인데, 그동안 어느 나라에서도 시도하지 못한 것입니다.' 위 예문들을 다음과 같이 바꾸면 문장이 더 간결해진다.

◉ 이분은 새로 담임을 맡으실 선생님으로 성함은 아무개입니다.

→이분은 새로 담임을 맡으실 아무개 선생님이십니다.

◉ 이 계획은 매우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그동안 어느 나라에서도 시도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 계획은 어느 나라에서도 시도하지 못한 획기적인 아이디어입니다.


3장 나누기 전에 버려라(중복, 군더더기)

1. 중복 표현을 피하라

글은 한정된 지면에 담는 경우가 많으므로 경제적으로 써야 한다. 내용 중복만 피해도 문장이 깔끔해진다. 새로운 내용이 없는데도 표현만 달리하여 같은 내용을 반복하면 속도감과 리듬감이 떨어져 문장이 지루하게 느껴진다. 중복을 피하려면 퇴고할 때 중복되는 표현들 가운데 좀 더 좋은 표현을 고르면 된다. 의미 전달에 지장이 없는 한, 중복되는 문장 성분은 생략할 수 있다. 하지만 필요한 성분을 생략하면 의미 전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예문: 내가 그에게 가서 대령해야 되는 유일한 이유가 그가 엄석대이고 반장이란 걸 두 번이나 되풀이 듣게 되자, 비로소 나는 심상찮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그에게 가서 대령해야 하는 것은 그가 엄석대이고 반장이기 때문이란 걸 두 번이나 되풀이하여 듣게 되자, 비로소 나는 심상찮은 느낌을 받았다.

【해설】

◉ '때문'은 어떤 일의 원인을 말하고, '이유'는 어떤 결과에 이른 근거를 말한다. 비슷한 말이다. 따라서 '~ 이유는 ~ 때문이다.'라는 식의 표현은 의미가 중복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예문은 '엄석대가 빈장이라는 사실이 원인이 되어 나는 그에게 대령해야 한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내가 그에게 대령해야 하는 것은 엄석대가 반장익 때문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 "유일한 이유"도 잘못된 표현이다. 첫째는 '그가 엄석대이고', 둘째는 '반장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살리자면 '두 가지 이유'라고 표현해야 한다.

◉ '되풀이'는 같은 말이나 일을 반복함을 의미하는 명사다. 따라서 '되풀이 듣게 되다'가 아니라 '되풀이하여 듣게 되다'로 바로잡아야 한다.

◉ '나는 느낌이 들었다.'라는 문장에는 주어가 두 개 있다. 이중 주어는 부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주술 관계의 혼란을 초래하므로 가능한 한 피하는 게 좋다. 그래서 '나는 느낌을 받았다.'로 고쳤다.


2. 군더더기 표현을 없애라

카이사르는 클레오파트라가 프톨레마이오스 왕을 몰아내고 이집트를 장악하도록 도왔다. 카이사르는 이에 반발하는 소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무찌른 후 로마에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라는 단 세 마디의 보고만 올렸다. 명언에는 어떤 군더더기도 표현도 없다. 군더더기 표현은 문장의 속도감과 긴장감을 떨어 뜨린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을 때 부족한 것을 메우기 위해 흔히 군더더기 표현을 사용한다. '그런 이유로, 그러다 보니, 아마도, 다시 말해, 동시에' 등 군더더기 표현만 빼도 문장이 깔끔해진다. 꼭 필요하지 않은 형용사나 부사도 생각의 흐름에 방해가 되면 없애는 게 좋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예문: 내 글과 강연과 토론을 즐겨 보는 분들은 날카로운 논리로 상대방의 허점을 들추어내면서 자기주장을 펴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고들 한다. 그건 아마도 세상 보는 눈이 비슷해서 그럴 것이다.

→내 글을 자주 읽고 강연하거나 토론하는 모습을 즐겨 보는 분들은 날카로운 논리로 상대방의 허점을 들추어내면서 자기주장을 펴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고들 한다. 세상 보는 눈이 비슷해서 (그들이)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해설】

◉ "내 글과 강연과 토론"이 즐겨 본다.'와 연결되었다. '강연과 토론을 즐겨 본다.'는 말이 되지만 '내 글을 즐겨 본다.'는 어색하다.

◉ "날카로운 논리로 상대방의 허점을 들추어내면서 자기주장을 펴는 모습"에 찬사를 보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세상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상대방의 허점만을 들추어낸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토론할 때는 자신의 논리를 방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편 가르기 토론은 이분법적인 경향을 띨 수밖에 없을 것이다.

◉ "그건 아마도 세상 보는 눈이 비슷해서 그럴 것이다."에서 '그건 아마도'는 쓸모없는 표현이다. '그건'은 '그럴'과 의미상 중복되고 '아마도'는 '-ㄹ 것이다'와 의미상 중복된다. 논리를 떠나 군더더기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 '그건 ~ 그럴 것이다.'는 의미가 중첩되므로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로 고쳤다.


3. '적, 들, 의, 것, 하다'를 피하라

'적, 들, 의'는 대체로 불필요한 경우가 많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면 없애는 게 좋다.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불필요한 요소만 없애도 문장이 깔끔해진다. '것, 하다'는 중복을 피하기 위해 흔히 사용된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 '것, 하다' 대신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게 좋다.


'적'

'-적은 명사 뒤에 붙어 '그 성격을 띠는'. '그에 관계된', '그 상태로 된'이라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사전적 의미만으로도 '-적'이 대체로 불필요한 접미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원래 우리말에 없었던 말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안 쓸 수는 없다. 없어도 되는데도 일부러 쓰지는 말자는 얘기다. 다음 예에서 '-적'을 뺄 수 있는 표현을 찾아보자.


경제적 부흥, 경제적 공간, 국제적 관계, 국제적 대응 조치, 혁명적 사상, 혁명적 성격


'경제적 부흥, 국제적 관계, 혁명적 사상'은 '경제 부흥, 국제 관계, 혁명 사상'이라고 쓰는 게 훨씬 깔끔하다. 반면에 '경제 공간, 국제 대응 조치, 혁명 성격'보다는 '경제적 공간, 국제적 대응 조치, 혁명적 성격'이 자연스럽다. 구체적 관련성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적'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 '구체적 관련성'을 구체 관련성'이라고 쓸 수는 없다.


'-들'

문맥의 흐름으로 보아 복수임을 알 수 있는 경우에는 복수를 의미하는 접미사 '-들'을 붙이지 않는 게 좋다. 영어에도 대표 단수라는 게 있다. 예를 들어 보겠다. A dog is a very cute animal' 대신에 'Doges'를 쓸 수 있다. 영어에서는 수의 개념이 발달해 "A dog is~", Doges are~"와 같이 수에 따라 동사까지 달라진다. 하지만 우리말에서 '개'대신 '개들'이라고 쓰지는 않는다. "개들은 매우 귀여운 동물이다."라고 하면 어색하다. 개에 '-들'을 붙이지 않아도 이미 복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토지"

예문: 추석은 남녀노유, 사람들에게뿐만 아니라 강아지나 돼지나 소나 말이나 새들에게, 시궁창을 드나드는 쥐새끼까지 포식의 날인가 보다.

→추석은 남녀노유, 사람에게뿐만 아니라 강아지나 돼지나 소나 말이나 새에게도, 시궁창을 드나드는 쥐새끼에게도 포식의 날인가 보다.

【해설】

◉ "사람들에게뿐만 아니라"라는 "새들에게", "새끼까지"와 대구를 이루어야 한다. "에게뿐만 아니라 ~에게도"의 문형에 따라 "새들에게"는 '새에게도'로 고쳤고, "새끼까지"는 '새끼에게도'로 고쳤다.

◉ "사람들", "새들"은 '사람', '새'로 고쳤다. '돼지', '소' 등에 '들'을 쓰지 않은 것처럼 '사람', '새'에도 '-들'을 붙일 필요가 없다. '-들'을 쓰지 않아도 복수로 취급된다.


'-의'

일본어의 영향을 받은 '-의'도 부자연스럽거나 불필요하면 쓰지 말아야 한다. '혈의 누'(피의 눈물)보다는 '혈루(피눈물)가 올바른 표현이다. '-의'를 뺐을 때 표현이 자연스러운지 늘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써도 되고 안 써도 되는 말은 걸림돌일 뿐이다.


'-것'

'-것'은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 쓰는 의존 명사다. 의미가 형식적이어서 늘 다른 말 옆에 기대어 쓰인다. '-것'을 피하려면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하면 된다.


◉ 저기 보이는 것이 우리 집이다.→저기 보이는 집이 우리 집이다.

◉ 너는 웃는 것이 예쁘다.→너는 웃는 모습이 예쁘다.

◉ 아직 멀쩡한 것을 왜 버리니?→아직 멀쩡한 물건을 왜 버리니?

◉ 그는 밀가루로 만든 것이면 뭐든지 좋아한다.

→그는 밀가루로 만든 음식이면 뭐든지 좋아한다.


단 소유물임을 나타내는 '것'은 그대로 두는 게 좋다.

◉ 이 우산은 언니 것이다. 내 것은 만지지 마.


'-하다'

타동사로 쓰인 '-하다'는 구체적인 동작 동사로 바꿔야 한다. '문법적으로 틀린 문장이 아니면 써도 된다.'라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독자를 위해서도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문장은 쓰지 말아야 한다.


①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무슨 목적을 위하여 움직이다.

◉ 산책을 하다.→산책하다.

◉ 독서를 하다.→독서하다.

② 음식물 따위를 먹거나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다.

◉ 점심은 냉면으로 하자.→점심에는 냉면을 먹자.

③ 어떤 상태나 표정을 지어 나타내다.

◉ 무서운 얼굴을 하다.→무서운 표정을 짓다.

④ 조사 '로', '으로' 등의 뒤에 쓰여 '어떤 상태, 지위가 되게 하다.'의 뜻을 나타내는 말.

◉ 양자로 하다.→양자로 삼다.

◉ 합격을 목표로 하다.→합격을 목표로 삼다.

⑤ 어떤 상태가 되도록 결정을 짓다.

◉ 이번에 유학을 떠나기로 결정을 하였다.

→이번에 유학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⑥ 어떤 지위나 역할을 맡고 있다.

◉ 형이 회장을 하고 아우가 사장을 한다.

→형이 회장을 맡고 아우가 사장을 맡다.

⑦ 처리하다, 처분하다.

◉ 남은 돈을 어떻게 할까.→남은 돈은 어떻게 처리할까.

⑧ 회사나 사업체를 꾸려 나가다.

◉ 서점을 하다.→서점을 운영하다.

⑨ 어떤 직업이나 분야의 학문을 전공으로 삼다.

◉ 예술을 하는 청년→예술을 전공하는 청년 (혹은) 예술가 청년

⑩ '-라고 부르다'의 뜻을 나타내는 말.

◉ 그와 같은 사람을 천재라 한다.

→그와 같은 사람을 천재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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