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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강 Jan 15. 2024

늧은 때는 없다.

2009년에 수필로 등단을 했고 2021년 시로 등단을 했다. 엄격히 말하면 프로 글쟁이다. 하지만 어디 글쟁이로 이력서를 내면 ‘전공자가 아니시군요.’ 라고 한다. 의사도 아니고 변호사도 아니고 그냥 글이 좋아서 글을 쓰는데 전공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수필을 쓰기 전 임동헌 선생님께 2년 정도 가르침을 받았고 선생님은 나의 등단 소식도 듣지 못하고 급하게 하늘로 가셨다. 나는 그 충격에 한동안 글을 접기도 했었고.  

   

부족하고 모자란 걸 왜 모르겠는가. 쓰면 좋아지겠지. 다음 작품에는 한 방이 있겠지.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소설이 쓰고 싶었다. 쓰고 싶어서 무작정 썼다. 다 쓰고 나니 이것이 소설인지 수필인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참으로 답답하고 난감했다. 배워야겠다. 배우자.     


대학 다닐 때. 복수 전공을 하지 않고 국문학과 과목을 어느 정도 들어서 학부 편입은 망설여졌고 대학원을 가려니 학비에 기가 질린다. 직장을 다녀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데 직장 다니면서 공부가 가능할까. 걱정도 되고 고민도 많았다.      


그렇게 고민을 하다 찾은 학교가 한국방송통신대학교였다. 석사 과정 학비가 150만원이라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단지.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 경쟁률이  높다는 것. 그것이 문제였다. 

     

입학을 하려고 서류 준비를 하는데, 이미 봄 학기는 마감이 되었다고 한다. 자료를 보니 가을 학기 경쟁률이 봄 학기의 두 배는 된다. 1년을 기다리자니 조바심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떨어져도 시도는 하자. 일주일 정도 자료를 찾고, 합격한 선배의 합격 후기도 읽고 자소서 쓰는 법도 참고했다. 참 좋은 세상이다. 찾으면 나오니 말이다. 정보의 바다라는 말이 실감난다.    

  

지원서를 넣고 1차 서류전형 합격 소식이 왔고 면접 날짜가 정해졌다. 몇 년 만에 정장을 입고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려고 염색도 했다.   

   

왜 문학공부를 하려고 하는가? 직업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가? 질문에 무슨 대답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없다. 15분 정도 두 분 면접관과 면접을 하고 면접이 끝났다. 대기석을 보니 젊은 중년들이 많아 보였다. 될 때까지 해보자....     


일주일을 어떻게 살았는지. 잠도 편히 못자고 하루에도 수 십 번씩 학교 홈페이지만 들락거렸다. 발표일이 아닌데도.      


그러다 드디어 발표일이 되었고 9시 30분 정각에 접속하니 [합격] 소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원서를 보면 17명 모집에 100이 서류 전형을 했고 면접 대기 번호를 보면 40번 정도이니 면접 경쟁만 2:1 정도였고, 전체 경쟁률은 5:1 정도 된 것 같았다. 

     

그렇게 기적 같은 일이 나에게 일어났고 지난 한 학기 열심히 공부했다. 소설을 지도하는 교수님에 내 글을 보였고 수필도 소설도 아닌 트리트먼트라는 답을 받았다. 글이 좋다는 칭찬도 해주셨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듯이 나도 보답하고자 열심히 공부했다. 성적은 자연스럽게 잘 나왔고.   

  

갈 길은 멀지만. 이제 시작했으니 끝도 보리라. 특수대학원에도 박사 과정을 설치 할 수 있다고 하니 문학박사도 꿈꿔 본다.      


이렇게 나는, 많이 늦었지만 응어리진 한을 풀고자 학생이 되었다. 혹시. 도전을 꿈꾸는 분이 있다면 응원하고 싶다. 세상에 늧은 때는 없다고.  



사진출처 : 다음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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