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구우후(鷄口牛後)란?
계구우후(鷄口牛後)란?
“닭의 부리가 될지언정, 소의 꼬리는 되지 마라.”
큰 조직에서 하찮은 말단이 되기보다, 작은 조직에서라도 주도적이고 핵심적인 존재가 되라는 뜻의 고사성어.
출전: 사기(史記) - 장량열전
진나라에게 위협받던 약소국이 “강대국의 말석으로 남느니 작은 나라의 선두가 되어 스스로를 지키라”는 조언을 받는 장면에서 유래.
새벽 짙은 안개가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스물여덟의 민호는 오늘도 도시 대기업의 회색 사무실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매일같이 서류만 정리하고, 이름조차 모르는 상사의 지시만 기다리는 삶. 그는 거대한 소의 꼬리처럼 끌려가는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릴 적 친구 지수가 찾아왔다.
“너, 우리 마을 카페 같이 하지 않을래? 작지만, 우리가 직접 꾸릴 수 있어.”
민호는 처음엔 망설였다. 도시의 안정된 월급을 벗어난다는 건 두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밤마다 불이 꺼지지 않는 사무실의 냉랭한 공기가 떠올랐다. 그는 그곳에서 단 한 번도 자신의 의견이 의사가 되어 반영된 적이 없었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민호는 용기를 냈다.
“그래. 가보자. 이번엔 내가 앞에 서보는 거야.”
두 사람은 낡은 창고를 개조해 작은 카페를 만들었다. 직접 메뉴를 개발하고, 인테리어를 결정하고, 테라스의 나무 화분을 함께 놓았다.
비록 규모는 작았지만, 주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민호를 살게 했다.
가을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던 어느 날, 손님으로 가득 찬 카페를 바라보며 지수가 웃었다.
“민호야, 봐. 우리가 진짜 해냈어.”
민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시에서의 그는 거대한 소의 꼬리였다. 하지만 지금 그는, 비록 작은 닭일지라도 **당당히 부리를 치켜든 ‘주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