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75)

大怒(대노)

by 이 범


강 씨 가문 저택, 안채 사랑방
여름밤의 무더위가 가시지 않은 저녁이었다. 촛불이 흔들리는 사랑방에서 강무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무일: "안 된다. 안 돼!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호당과의 혼인은 허락 못 한다!" 호당은 이산갑의 호였다.

그는 피우던 담뱃대를 재떨이에 툭툭 치며 호통쳤다. 담뱃재가 튀어 올랐다.


강무일: "일찍이 정혼을 허락한 박재창 영감 아들 종진이와 혼사를 치러라!"강지윤은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녀의 손은 치마폭을 꽉 쥐고 있었고, 입술은 파르르 떨렸다.




강지윤: (조심스럽게) "아버님... 하지만 이산갑 선생님은..."강무일: (손을 내저으며) "말도 꺼내지 마라! 이충헌의 자제라고? 무인 집안 아니냐! 우리 강 씨는 강항 선생 이래로 성리학과 유학을 이어온 가문이다.



무관의 피가 흐르는 집안과 혼맥을 맺을 수는 없어!"강지윤: "하지만 이산갑 선생님은 계몽학당을 세우시고, 민중을 위해..."강무일: (목소리를 높이며) "그게 문제야! 계몽학당? 그런 위험한 짓을 하다가 일본 놈들한테 찍혀서... 그 윤서영이란 여자가 어떻게 됐느냐! 고문당해 죽지 않았느냐!"강지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강무일: "내 외동딸을 그런 위험한 집안에 보낼 수 없다. 박종진은 일본에서 법학을 공부한 엘리트다. 조선총독부에서도 인정받는 인재고. 그와 혼인하면 네가 안전하게 살 수 있어."
강지윤: (목소리를 떨며) "아버님... 저는 안전한 삶보다는..."
강무일: (담뱃대를 탁자에 내려놓으며) "그만!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내일 박재창 영감께 혼사 날짜를 정하겠다고 전하겠다. 너는 방에 들어가 있거라."강지윤은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숙였다.
강지윤: (떨리는 목소리로) "... 네, 아버님."그녀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사랑방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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