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그림자, 그리고 빛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너에게서 나는 작은 숨결의 소리,
그건 나를 다시 살게 하는 새로운 박동이야.
사랑은 거창하지 않아도 돼.
네가 내 옆에 숨 쉬는 것만으로 충분해.
숨 쉬는 그림자, 그리고 빛
(발신인: 서연)
준우 씨. 당신의 세 번째 편지를 읽으며, 저는 한동안 먹먹한 감동에 젖어 있었습니다. 당신의 말처럼, 우리는 서로의 세계에 창문을 내어주고, 닫혔던 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당신의 글은 제가 미처 말하지 못했던, 혹은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투명하게 비춰주는 거울 같았습니다.
당신은 제가 당신의 '고요한 정원'이 되어주었다고 했지만, 제게 당신은 길을 잃지 않도록 이끌어주는 등대였습니다. 비와 소음으로 가득했던 그 서점의 오후, 당신의 눈빛을 마주했을 때, 저는 마치 오랜 방황 끝에 목적지를 찾은 항해사처럼 안도했습니다. 내 안의 모든 폭풍우가 당신 앞에서 거짓말처럼 잠잠해졌죠.
저는 항상 그림자처럼 조용히 존재해왔던 사람입니다. 튀지 않고, 나서지 않고, 그저 나만의 세상 속에서 소박한 행복을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당신을 만나고 나서, 나의 그림자가 비로소 숨을 쉬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당신의 존재 자체가 저에게는 가장 찬란한 빛이 되어, 나의 그림자를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게 했습니다.
당신과 나누는 대화는 저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입니다. 당신의 지적이고 사려 깊은 말들은 저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는 열망을 심어줍니다. 당신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저는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아름다움과 깊이를 발견합니다. 평범했던 일상들이 당신의 필터링을 거쳐 마법처럼 특별한 순간들로 변하는 것을 느낍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당신의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열정에 저도 모르게 빠져듭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 들으며 나란히 걷는 밤길은, 어떤 콘서트홀보다도 감동적인 울림을 선사합니다. 이 모든 순간들이 나의 텅 비었던 서랍을 당신이라는 이름의 보물들로 채워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에게 익숙한 동시에 가장 낯선 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로의 빛과 그림자가 되어주며, 우리가 몰랐던 서로의 세계를 탐험하고 있으니까요. 이 탐험의 여정이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나의 그림자를 숨 쉬게 하고, 빛을 보여준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