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116)

밤도께비

by 이 범

다음 날, 조선총독부 전라도 지부 경무국
일본 경찰 국장은 "また夜の鬼だ!(또 밤도깨비다!)" 짜증 섞인 말을 하자
부하 차석이 "はい。今月だけで三人の帝国軍人が殺されました。(네. 이번 달만 세 명의 제국 군인이 살해당했습니다.)"
국장은 (책상을 치며) "夜の鬼を必ず捕まえろ!(밤도깨비를 반드시 잡아라!)"
부하는 "しかし...彼は神出鬼没で...(하지만... 그는 신출귀몰해서...)"
국장이"言い訳するな!(변명하지 마라!)"하며 고함을 쳤다.

일본 경찰은 밤도깨비의 정체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가 낮에는 친일적인 요정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진주관, 며칠 후
정혁제가 다시 찾아왔다.
정혁제는 "형님, 법성포 조창의 야마모토에 대한 정보입니다."하며 그는 서류를 내밀었다. 신우혁이 읽어 내려갔다.
신우혁이(차갑게) "조선인 농민들을 구타하고... 쌀을 강제로 빼앗고... 여자들을 겁탈했다고?"
정혁제가 "네. 악질 중의 악질입니다."
신우혁은 서류를 불에 태웠다.
신우혁은 "다음 목표는 야마모토 켄지네."
정혁제는 "제가 법성포 조창에 출입하는 상인이니, 그놈의 동선을 파악하겠습니다."하고 상기된 얼굴을 했다.
신우혁은 "좋네. 그리고..." (정혁제를 바라보며) "혁제, 자네도 조심하게. 우리가 잡히면... 고문당해 죽네."
정혁제는 (결연하게) "각오하고 있습니다, 형님. 조선을 위해서라면... 목숨쯤은."
두 사람은 술잔을 부딪쳤다.
신우혁"의형제의 맹세... 잊지 말게."
정혁제"잊지 않겠습니다."


영광으로 향하는 새벽길은 칼바람이 무심히 스쳐 지나갔다.
우혁의 외투 자락이 찢겨나갈 듯 흔들렸지만,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어둠이 막 엷어지고, 땅 위에는 밤새 내린 이슬이 얇은 막처럼 깔려 있었다.
그는 도시를 떠날 때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보도, 무력도 아닌, 단 하나—확인.
강지윤이 진정 행복한가.
그것만 알면 돌아갈 생각이었다.
새벽녘의 들판은 고요했다.
간간히 닭이 울고, 멀리서 장터를 준비하는 이들의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우혁은 긴 숨을 내쉬며 읊조렸다.
“…고모님, 부디 평안하시기를.”
영광 읍내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중천에 올라 있었다.
읍내 사람들은 분주했다.
누군가 장작을 패고, 누군가는 시장의 자리세 문제로 다투고, 또 누군가는 일장기 걸린 관청을 지나며 얼굴을 굳게 굳혔다.
우혁은 눈을 가늘게 좁혔다.
‘이곳도… 공기가 무겁군.’
그러나 그 무거움 속에서도 사람들의 눈빛엔 묘한 생기가 있었다.
누군가가 이 작은 마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는 듯.
그 바람은 곧 계몽학당 앞에 이르렀을 때 확실해졌다.
작은 학당이었다.
허름하지만 깔끔한 마당, 잘 다듬어진 나무기둥, 학생들이 일찍부터 움직이며 빗자루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편에서—
이산갑이 서 있었다.
그는 책 꾸러미를 옮기며 아이들에게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담백한 미소였고, 꾸밈없고,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기운이 있었다.
우혁은 멀찍이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한 여성에게 옮겨갔다.
강지윤.
그녀가 있었다.
따뜻한 해빛 아래, 담백한 회색 한복 위로 바람이 스치고, 그녀는 아이 한 명의 머리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며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은…
우혁이 오랜 세월 잊고 살았던, 그 고모 특유의 부드러운 웃음이었다.
그는 숨을 멈췄다.
그리고 아주 오래도록, 그 모습을 바라만 보았다.
그녀의 표정엔 불안도, 숨겨진 상처도, 잡힌 그림자도 없었다.
새로운 가정에 녹아든 사람의 평온함, 누군가와 함께 만들어가는 삶의 안정—그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잠시 후, 이산갑이 지윤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자연스러웠고, 익숙했고, 서로를 완전히 신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우혁은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가슴이 뻐근하고, 동시에 후련했다.
말없이 그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네.”
그 한 마디가 바람에 실려 사라졌다.
그는 더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지윤 또한 그를 보지 못했다.
그걸로 충분했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어둡고 위험한 일을 하는 자객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었기에, 그녀의 새 삶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싶지 않았다.
그는 뒷걸음을 옮기며 그 자리를 조용히 벗어났다.
발걸음은 가벼웠지만, 마음속에는 오래된 무거움이 하나씩 풀려 내려가는 듯했다.
마을 어귀에 다다랐을 때—
햇빛 사이로 작은 새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우혁은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고, 고개를 숙인 후 말했다.
“이제… 돌아가야겠군.”
그는 다시 길을 걸었다.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거리, 그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뒷모습.
그러나 오늘 하루만큼은—
그의 발걸음이 전보다 조금 가볍고, 어딘가 덜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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