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22)

이야기가 머무는곳

by seungbum lee

“소연 씨, 이 책방… 이제 진짜 서재 같아요.”
준혁이 말했다.
그의 눈은 책장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엔 손님들이 남긴 작은 메모들이 붙어 있었다.

“이 책 덕분에 오늘 울 수 있었어요.”
“커피보다 따뜻한 문장을 만났습니다.”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었어요.”

소연은 그 메모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조용히 웃었다.
“이 공간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게 참 좋아요.
책만 있는 게 아니라, 마음이 머무는 곳 같아요.”

그날, 한 손님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말했다.
“혹시… 여기서 작은 낭독회를 열어도 될까요?
제가 쓴 글인데,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어서요.”

소연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이 공간은 그런 이야기를 위해 열려 있어요.”

낭독회가 끝난 뒤, 조용한 박수가 퍼졌고
소연은 창가에 앉아 조용히 숨을 골랐다.
준혁이 다가와 말했다.

“소연 씨, 이 공간이…
이젠 우리 둘만의 것이 아니네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함께 숨 쉬고 있어요.”

그 말에, 소연은 조용히 그의 손을 잡았다.
“그래도… 이 공간의 시작은
준혁 씨와 저였어요.
그건 변하지 않아요.”

밖은 달빛이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고,
책방 안엔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가 삶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는 걸
조금 더 깊이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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