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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 (135)

풍랑

by seungbum lee

새벽
동이 틀 무렵, 폭풍이 잦아들었다. 백정치는 간신히 선실에서 나왔다. 갑판은 난장판이었다. 그물은 찢어졌고, 돛대는 부러졌으며, 삼돌은 키에 묶인 채 쓰러져 있었다.
"선장님!"
백정치가 달려가 삼돌을 흔들었다. 다행히 숨은 붙어 있었다.
"으... 살았나..."
삼돌이 눈을 떴다. 그의 얼굴은 핏기가 없었다.




"다른 선원은요?"
"파도에... 쓸려갔어..."
백정치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한 사람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우리 위치는 어딥니까?"
삼돌이 나침반을 확인했다.
"많이 떠밀려갔어. 하지만... 방향은 맞아. 중국 쪽으로 가고 있어."
"배는 괜찮습니까?"
"엔진은 살아있어. 선체도 큰 손상은 없는 것 같고. 운이 좋았어."
둘은 서로를 바라봤다. 죽음의 문턱을 넘어온 자들의 눈빛이었다.
"계속 갑시다. 여기서 멈출 순 없어요."
백정치의 말에 삼돌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 해역
사흘째 되는 날, 수평선 너머로 육지가 보였다.
"저기다. 중국 땅이야."
삼돌의 말에 백정치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드디어 해냈다.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고 마침내 중국 땅에 도착한 것이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중국 해안 경비도 만만치 않았다.
"저기 작은 어촌이 보이지? 저기로 들어갈 거야. 큰 항구는 위험해."
삼돌호는 작은 어촌 포구로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중국 어부들이 의아한 눈빛으로 이 낯선 배를 바라봤다.
배를 대자 백정치는 삼돌에게 깊은 절을 했다.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됐어. 빨리 가. 그리고 살아남아. 그게 나한테 갚는 거야."
백정치는 가방 하나만 들고 배에서 내렸다. 중국 땅을 밟은 순간, 다리가 후들거렸다. 너무 오래 배를 탔던 탓도 있었지만, 긴장이 풀린 탓이기도 했다.
포구를 벗어나 마을로 들어갔다. 중국어 간판들이 낯설게 느껴졌다. 이제부터는 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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