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랑
거센 파도
이틀째 항해.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삼돌이 하늘을 보며 혀를 찼다.
"큰일이네. 폭풍이 온다."
"얼마나 심한 겁니까?"
"이 계절 서해의 폭풍은 무서워. 큰 배도 뒤집는 수가 있지."
해가 지자 바람이 세졌다. 파도가 점점 높아졌다. 삼돌호는 파도에 이리저리 흔들렸다.
"선실로 들어가! 밧줄로 몸을 묶어!"
백정치는 선실로 뛰어들었다. 밖에서는 삼돌과 다른 선원이 필사적으로 키를 잡고 있었다.
폭풍이 몰아쳤다. 파도가 배를 덮쳤다. 배는 마치 나뭇잎처럼 물 위에서 춤췄다.
"으아아악!"
엄청난 파도가 갑판을 휩쓸었다. 백정치는 선실 안에서 밧줄을 꽉 잡았다. 몸이 이리저리 던져졌다. 뱃속의 것을 모두 토해냈다.
'이렇게 죽는 건가...'
절망이 밀려왔다. 탈출하려다 바다에서 죽다니. 이것이 운명인가.
그때 가슴에 품은 편지가 느껴졌다. 김상 돌의 편지, 김한오에게 전해야 할 편지.
'아니야. 여기서 죽을 순 없어. 나는 반드시 난징에 가야 해.'
백정치는 이를 악물었다. 폭풍이 자신을 가져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밧줄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밤새 폭풍이 계속됐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버티고 또 버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