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225)

외유내강

by 이 범

외유내강
이산갑의 처세는 교묘했다. 겉으로는 온화한 학자였다. 일본인들과도 예의 바르게 지냈다. 마을에 문제가 생기면 중재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다.
일본인 관리들은 그를 "모범적인 조선인"이라고 평가했다. 위험인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독립운동 자금을 한도회에 보냈고, 한 선단을 조직하고 훈련시켰다. 외유내강. 겉은 부드럽지만 속은 강하게.
어느 날 저녁, 오상호가 이산갑에게 말했다.
"도련님의 처세가 현명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위험하지 않습니까? 일본인들을 너무 가까이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산갑은 미소 지었다. "적을 가까이하는 것이 때로는 필요하오. 그들이 나를 신뢰하면 의심하지 않소. 그것이 우리를 지키는 방법이오."
"하지만 다른 조선인들이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알고 있소. 하지만 어쩔 수 없소. 큰 목표를 위해서는 작은 오해쯤은 감수해야 하오."
이산갑의 눈빛은 단호했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1년 후
한 선단이 결성된 지 1년이 지났다.
스물여덟 명의 청년들은 이제 달라져 있었다. 체력이 강해졌고, 무술이 능숙해졌고, 전술을 이해했다. 무엇보다 그들은 하나가 되어 있었다.
이산갑이 폐사지를 찾았다. 청년들이 일제히 일어나 예를 갖췄다.
"잘들 지내고 있소?"
"예, 선생님."
이산갑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1년 전 오늘, 우리는 한 선단을 만들었소. 그때 여러분은 목숨을 걸겠다고 맹세했소. 그 맹세를 지키고 있소?"
청년들이 대답했다. "지키고 있습니다!"
"좋소. 앞으로도 계속 훈련하시오. 그리고 기다리시오. 때가 올 것이오."
한 청년이 물었다. "선생님, 그때는 언제입니까?"
이산갑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작년 이맘때처럼.
"모르오. 내년일 수도, 십 년 후일 수도 있소. 하지만 반드시 올 것이오. 역사는 돌고 도오. 일본도 영원하지 않소."
그는 청년들을 바라보았다.
"여러분은 한 선단이오. 조선을 선양하는 자들이오. 그 자부심을 잊지 마시오."
청년들의 눈에 결연한 빛이 담겼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평범한 청년이 아니라 조선의 미래를 짊어진 전사라는 것을.
남진국이 앞으로 나섰다.
"한 선단, 차렷!"
청년들이 일제히 자세를 바로잡았다.
"조선 독립 만세!"
"만세! 만세! 만세!"
그들의 목소리가 폐사지에 울려 퍼졌다. 숲이 그 소리를 감싸 안았다. 아무도 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외쳤다. 언젠가 세상에 크게 외칠 그날을 위해.
비가 내렸다. 봄비가 대지를 적셨다. 새로운 생명이 싹트는 계절이었다. 한 선단도 그렇게 자라고 있었다. 은밀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이산갑은 그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들이 조선의 희망이다. 백정치처럼 맹목적으로 이념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조선을 사랑하는 자들. 이들이라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폐사지를 떠났다. 뒤에서 청년들의 훈련 소리가 들렸다. 구령 소리, 발차기 소리, 칼 부딪는 소리.
영광은 겉으로 평화로웠다. 일본인들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그 평화 아래에서, 조선의 청년들은 준비하고 있었다.
폭풍이 오기 전의 고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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