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의 신의흔적 (21)

야경꾼의 별

by 이 범


건물 야간 경비원 태수는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근무했다. 조용한 빌딩, 혼자만의 시간. 어떤 사람은 무섭다고 했지만, 태수는 좋았다.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
태수는 올해 45세. 20년 동안 공장에서 일하다가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재취업이 어려워 야간 경비 일을 시작한 지 3년째였다.


새벽 2시, 가장 고요한 시간. 태수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하늘을 보기 위해. 서울 한복판이지만, 새벽에는 별이 보였다.
"하나님, 왜 저를 이렇게 만드셨어요?"
태수는 하늘을 향해 물었다. 대답은 없었다. 별만 조용히 빛났다.

어느 날 밤, 태수가 순찰을 돌고 있는데 누군가 로비에 있었다. 20대 여성, 캐리어를 끌고 있었다. 울고 있었다.



"누구세요? 여기 직원이세요?"
여성은 고개를 들었다.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죄송해요. 저 이 건물 15층에서 일해요. 아니, 일했어요. 오늘 해고당했어요."
태수는 여성 옆에 앉았다.
"힘드시겠네요."
"집에 가기 싫어요. 부모님한테 뭐라고 말하죠? 대학까지 졸업시켜 놓고... 저 이제 뭐 해요?"
태수는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저도 3년 전에 해고당했어요. 20년 다닌 회사였어요. 그때 절망했죠. 근데요, 지금 돌이켜 보니 그게 끝이 아니었어요. 새로운 시작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특별한 것도 없고..."
"저도 그랬어요. 근데요, 이 일 하면서 깨달았어요. 사람은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걸요."

태수는 여성을 옥상으로 데려갔다.
"여기 보세요."
하늘에는 별이 가득했다. 여성은 놀란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와... 서울에서 이렇게 별이 많이 보여요?"
"네. 새벽에 만요. 낮에는 안 보이죠. 사람들이 바쁘니까. 근데 밤에, 조용할 때, 별은 항상 여기 있어요."
태수는 계속 말했다.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낮에는 바쁘게 살다가, 힘들 때가 와요. 그게 밤이죠. 근데 그때 비로소 보이는 게 있어요. 평소에는 못 봤던 것들이요."
"무엇이요?"
"진짜 중요한 것들. 가족, 친구, 자기 자신. 그리고..."
태수는 하늘을 가리켰다.
"하나님도요."
여성은 한참을 별을 바라보다가 울었다. 이번에는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위로의 눈물이었다.
"고마워요, 아저씨."
"괜찮아요. 저도 3년 전에 누군가 이렇게 위로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서 제가 누군가에게 해주는 거예요."

다음 날 아침, 여성은 집으로 돌아갔다. 태수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아저씨, 별 다시 보러 올게요."
"그러세요. 언제든지 오세요."
3개월 후, 여성이 다시 왔다. 이번에는 웃고 있었다.
"아저씨! 저 새 직장 구했어요!"
"축하해요!"
"그리고요, 제가 그날 밤 이후로 매일 새벽에 하늘을 봐요. 아저씨가 알려준 대로. 그러니까 힘이 나더라고요."
태수는 흐뭇하게 웃었다.
그날 이후, 태수의 옥상은 특별한 공간이 됐다. 힘든 사람들이 찾아와 별을 보고, 위로를 받고, 희망을 얻어 갔다.
회사원, 학생, 노숙자, 사업가. 다양한 사람들이 왔다. 태수는 모두를 환영했다.
"어서 오세요. 별 보러 오셨어요?"
"네."
"좋아요. 같이 봐요."
어느 날, 건물 사장이 태수를 불렀다.
"태수 씨, 소문 들었어요. 당신이 옥상에서 사람들을 위로한다고."
태수는 걱정했다. 혼날까 봐.
"죄송합니다. 제가 월권이었네요."
"아니에요. 감사해요. 당신 덕분에 이 건물이 따뜻해졌어요. 사람들이 당신을 '별 지기 아저씨'라고 불러요."
사장은 태수의 급여를 올려줬다. 그리고 옥상에 벤치와 망원경을 설치해 줬다.
"더 많은 사람이 별을 볼 수 있게요."
태수는 눈물을 흘렸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태수는 옥상에 올라간다. 별을 보기 위해. 그리고 혹시라도 찾아올 누군가를 위해.
야경꾼의 별은 밝게 빛난다.
신은 별 속에도 계시고, 별을 보며 희망을 나누는 사람 속에도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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