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눈물

두 형제

by 이 범

박준서는 형이었다.

서른다섯 살. 대기업 과장. 강남에 아파트. 결혼 5년 차.



모든 게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늘 어둠이 자리 잡고 있었다.

동생 준혁 때문이었다.

준혁은 세 살 터울이었다. 어릴 때부터 달랐다.

준서가 공부에 매달릴 때, 준혁은 피아노를 쳤다.

준서가 대기업에 입사했을 때, 준혁은 작은 음악 학원을 열었다.



준서가 좋은 집안 딸과 결혼했을 때, 준혁은 여전히 혼자였다.

"형은 성공했어."

사람들은 말했다.

하지만 부모님의 눈빛은 달랐다.




"준혁이는 참 착하다."

"준혁이는 마음이 따뜻해."

"준혁이는 하느님을 사랑해."

준서는 그 말들이 칼처럼 아팠다.

'나는? 나는 착하지 않나? 나는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나?'

그는 성당에 열심히 다녔다. 십일조도 꼬박꼬박 냈다. 봉사도 했다.

하지만 뭔가 다른 것 같았다.

준혁은...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어느 추석, 형제는 부모님 집에 모였다.




어머니가 준비한 차례상. 과일과 나물, 전.

"준서야, 절하자."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준서는 절을 했다. 정확하게, 형식적으로.

준혁도 절을 했다. 하지만 그의 절은 달랐다. 마음이 담겨 있었다.

제사가 끝나고, 어머니가 음식을 나눠주셨다.

"준혁아, 이거 네가 좋아하는 거."

"엄마, 감사합니다."

준혁이 환하게 웃었다.

준서는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이 답답했다.

'왜 준혁한테만 그러시지?'

저녁 식사 중에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준혁이가 학원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게 기특해. 돈은 별로 못 벌어도, 보람 있게 사는 것 같아."

준서의 손이 떨렸다.

"저는요? 저는 대기업 다니는데, 그건 자랑스럽지 않으세요?"

"그거야 당연히 자랑스럽지. 근데 준혁이는 다른 걸 가졌어.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 같은 거."

준서는 숟가락을 내려놨다.

'나한텐 없다는 거야? 사랑하는 마음이?'


제물의 차이

다음 주 일요일, 형제는 같은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다.

준서는 앞자리에 앉았다. 정장을 빼입고, 성가책을 반듯하게 펴 들고.

준혁은 뒷자리에 앉았다. 낡은 옷이었지만, 얼굴은 평화로웠다.





헌금 시간이 되었다.

준서는 봉투에 십만 원을 넣었다. 월급의 십일조였다. 정확하게 계산한.

준혁은 봉투에 만 원을 넣었다. 그의 전부는 아니었지만, 마음을 담아서.

미사가 끝나고, 신부님이 준서를 불렀다.




"준서 씨, 이번 성당 건축 후원금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형편이 괜찮으시니까..."

"네, 신부님. 얼마나 필요하신데요?"

"오백만 원 정도?"

준서는 신용카드를 꺼냈다.

"지금 결제할까요?"

"아, 고맙습니다!"

신부님은 기뻐하셨다.

한편, 준혁은 성당 마당에서 노숙자에게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었다.

"할아버지, 드세요."

"고맙네, 청년."

"하느님께서 주신 거예요. 감사하세요."

준서는 그 모습을 멀찍이서 보고 있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나는 오백만 원을 냈는데, 왜 준혁이가 더 거룩해 보이지?'

그날 밤, 준서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성경을 펼쳤다. 창세기.

"카인은 땅의 소출을 주님께 제물로 바치고, 아벨은 양 떼 가운데 맏배들과 그 굳기름을 바쳤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아벨과 그의 제물은 기꺼이 굽어보셨으나, 카인과 그의 제물은 굽어보지 않으셨다."

준서는 책을 덮었다.




'나도 카인인가? 열심히 바쳤는데, 하느님은 받지 않으시는 건가?'

분노가 치밀었다.

다음 날, 회사에서 준서는 동료에게 말했다.

"나 진짜 열심히 사는데, 왜 인정받지 못하는 거 같지?"

"무슨 소리야? 너 승진도 빨랐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사람들이 날 안 좋아하는 것 같아. 형식적이라고."

동료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솔직히? 너 좀 차가워 보여. 뭐든 계산적이고. 마음이 안 느껴져."

준서는 충격을 받았다.

'내가... 차갑다고?'

저녁에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나 차가운 사람이야?"

아내가 잠시 멈칫했다.




"왜 갑자기?"

"그냥... 궁금해서."

"음... 당신은 성실하고 책임감 있어. 근데 가끔은..."

"가끔은 뭐?"

"마음보다 의무로 하는 것처럼 보여. 나한테도, 부모님한테도."

준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도사리는 죄악

한 달 후, 아버지가 쓰러지셨다.

뇌졸중이었다.

형제는 병원에 달려갔다.




"수술은 성공했는데, 재활이 필요해요."

의사가 말했다.

"누군가 돌봐드려야 합니다."

준서가 먼저 말했다.

"제가 요양보호사 구하겠습니다. 돈은 제가 낼게요."

"형."

준혁이 끼어들었다.

"요양보호사 말고, 우리가 직접 돌보는 게 어때?"

"무슨 소리야? 넌 학원 일도 있고, 나는 회사 다녀야 하고."

"휴직할 수 있잖아. 저는 학원 잠시 쉴 수 있고."

"그게 말이 돼? 경력에 공백 생기는데."

준혁이 조용히 말했다.

"형, 아버지는 돈이 필요한 게 아니야. 우리가 필요하신 거야."

준서는 화가 났다.

"네가 뭘 알아? 돈이 있어야 치료도 하고, 좋은 요양원도 가고!"

"형은 항상 그래. 돈으로 해결하려고 해. 마음은 안 쓰고."

"뭐?"

준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내가 마음을 안 써? 내가 얼마나 이 집안을 위해 희생했는데!"

"희생이 아니라 의무로 한 거잖아. 사랑이 아니라."

그 말에 준서는 폭발했다.

"너는 참 거룩하지! 늘 하느님 하느님 하면서! 근데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게 있어?"

"형..."

"너는 실패자야! 돈도 못 벌고, 결혼도 못 하고! 그러면서 사랑 타령이나 하고!"

준혁이 슬픈 눈으로 형을 바라보았다.

"형, 형이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알아?"

"뭐?"

"형은 인정받고 싶은 거야. 부모님한테, 하느님한테. 근데 형이 바치는 제물을 하느님께서 안 받으시는 것 같아서 화가 난 거야."

준서는 할 말을 잃었다.

"성경에 나오잖아. 카인처럼. 형은 지금 카인이야."

"감히... 네가 나를!"

준서는 주먹을 쥐었다. 준혁을 때리고 싶었다.




그때 병실에서 어머니가 나오셨다.

"너희 뭐 하니? 아버지 아프신데!"

준서는 뒤돌아 나갔다.

그날 밤, 준서는 차 안에서 하염없이 앉아 있었다.

준혁의 말이 계속 울렸다.

"형은 지금 카인이야."

'내가... 카인?'

그는 성경을 꺼내 읽었다.

"주님께서 카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찌하여 화를 내고, 어찌하여 얼굴을 떨어뜨리느냐? 네가 옳게 행동하면 얼굴을 들 수 있지 않느냐? 그러나 네가 옳게 행동하지 않으면, 죄악이 문 앞에 도사리고 앉아 너를 노리게 될 터인데..."

준서는 몸서리쳤다.

'죄악이 문 앞에 도사리고 있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시기, 질투, 분노, 교만.

모두 거기 있었다.


표를 찍어주신 하느님


일주일 후, 준서는 회사를 휴직했다.

모두가 놀랐다.

"과장님이 휴직을요? 지금 승진 심사 때인데?"

"괜찮아요. 아버지가 더 중요해요."

집에 돌아와 아버지를 돌봤다.

직접 식사를 떠드렸다. 목욕을 시켰다. 재활 운동을 도왔다.

처음엔 서툴렀다. 짜증도 났다.

하지만 점점 달라졌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있으면, 이상한 평화가 찾아왔다.

"아버지, 죄송해요."

어느 날 준서가 말했다.

"제가 효자인 척했지. 실제로는 의무로 한 거였어요. 사랑이 아니라."

아버지는 말을 할 수 없었지만, 눈으로 용서를 전했다.

준혁도 매일 찾아왔다.

형제는 함께 아버지를 돌봤다.




"형, 미안해. 그때 너무 심하게 말했어."

준혁이 사과했다.

"아니야. 네 말이 맞았어."

준서가 대답했다.

"나 카인이었어. 내 제물만 생각했지, 하느님의 마음은 생각 안 했어."

"형..."

"근데 이제 알겠어. 하느님은 제물이 아니라 마음을 보시는 거였어."

두 형제는 껴안았다.

석 달 후, 아버지는 많이 회복되셨다.

말도 조금 할 수 있게 되었다.

"준서야..."

"네, 아버지."

"고... 맙다..."

"아니에요. 제가 감사하죠."

아버지가 준서의 손을 꼭 잡았다.

"너... 변했구나..."

"네. 하느님께서 바꿔주셨어요."

그날 저녁, 가족은 함께 식탁에 앉았다.

준서가 기도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게 기회를 주셔서."

"저는 카인이었습니다. 제 제물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화를 냈고, 제 동생을 미워했습니다."

"하지만 당신께서는 저를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카인에게 표를 찍어주신 것처럼, 저에게도 은총을 주셨습니다."

"이제 저는 압니다. 당신께서 원하시는 것이 완벽한 제물이 아니라 겸손한 마음이라는 것을."

"아멘."

식사 중에 준혁이 말했다.

"형, 나 다음 달에 결혼해."

"뭐? 정말?"

준서가 놀라 물었다.

"응. 학원에서 만난 선생님. 형 축복해 줘."

"당연하지! 축하해!"

준서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예전 같으면 질투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결혼식 날, 준서는 주례를 섰다.

"신랑 신부는 서로 다른 사람입니다. 하지만 하느님 안에서 하나가 됩니다."

"제물이 다르듯이, 우리의 은사도 다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랑입니다."

"형제였던 저는 동생을 시기했습니다. 카인처럼. 하지만 하느님께서 저를 용서하시고, 새로운 길을 주셨습니다."

"여러분, 서로를 비교하지 마십시오. 각자의 은사로 하느님을 섬기십시오."

피로연이 끝나고, 형제는 함께 성당에 갔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준서가 기도했다.

"저를 카인의 길에서 구해주셔서."

"죄악이 문 앞에 도사리고 있을 때, 당신께서 손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저에게 표를 찍어주셔서, 죽지 않고 살게 하셨습니다."

준혁도 함께 기도했다.

"하느님, 제 형을 축복해 주세요."

"형은 이제 진짜 제물을 드릴 줄 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마음으로 드리는 제물을."

두 형제는 성당을 나섰다.

밤하늘에 별이 빛나고 있었다.

"형, 저기 별 봐."

준혁이 가리켰다.

"저 별들도 다 달라. 밝기도 다르고, 색깔도 다르고. 근데 모두 아름다워."

"우리도 그래."

준서가 대답했다.

"다르지만 모두 하느님의 자녀야."

형제는 집으로 걸어갔다.

더 이상 경쟁자가 아니었다.

함께 가는 순례자였다.


일 년 후.


준서는 회사로 복직했다. 승진은 놓쳤지만, 후회하지 않았다.

"과장님, 많이 변하셨네요."

후배가 말했다.

"예전엔 좀 차가우셨는데, 이제는 따뜻하세요."

"그래?"

준서가 웃었다.

"하느님께서 바꿔주신 거야."

점심시간, 준서는 회사 근처 성당에 갔다.

매일 들르는 습관이 생겼다.

"하느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그의 기도는 짧았지만, 진심이었다.

"제가 드리는 이 하루가 당신께 기쁨이 되기를."

"제물이 아니라 마음으로."

퇴근 후, 준서는 노숙자 쉼터에서 봉사했다.

준혁이 먼저 시작했고, 준서도 함께하게 되었다.

"형, 이거 힘들지?"

"아니, 이게 진짜 제물인 것 같아."

"맞아.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제물."

형제는 함께 설거지를 했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 준서는 일기를 썼다.

"하느님, 저는 카인이었습니다.

제 제물만 생각했고, 인정받고 싶어 했습니다.

동생을 미워했고, 하느님께 화를 냈습니다.

하지만 당신께서는 저를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카인을 죽이는 자는 누구나 일곱 곱절로 앙갚음을 받을 것이다.'

당신께서는 저에게 표를 찍어주셨습니다.

용서의 표, 은총의 표, 새로운 시작의 표를.

이제 저는 떠돌이가 아닙니다.

당신 품 안에 사는 자녀입니다.

감사합니다.

제 동생을 사랑하게 해 주셔서.

진짜 제물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셔서.

아멘."

준서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달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에덴의 동쪽, 놋 땅.

카인이 떠돌던 그곳.

하지만 하느님은 거기에도 계셨다.

카인에게 표를 찍어주시고, 보호해 주셨듯이.

"우리 모두 카인입니다."

준서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표를 찍어주시고, 용서해 주십니다."

그날 밤, 준서는 깊은 평화 속에서 잠들었다.

더 이상 인정받으려 애쓰지 않았다.

하느님께서 이미 그를 받아주셨으니까.

표를 찍어주셨으니까.


*"주님께서는 카인에게 표를 찍어 주셔서, 어느 누가 그를 만나더라도 그를 죽이지 못하게 하셨다." - 창세기 4:15*

*우리 모두는 카인이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용서의 표를 찍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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