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아들들과 거인족

신부님의 강론

by 이 범


땅 위의 거인들
"형제 자매 여러분, 평화를 빕니다."



박요한 신부가 강론대에 섰다. 오늘 독서는 창세기 6장이었다.
"오늘 독서는 참 이상한 구절입니다. '하느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을 아내로 삼았다.' '나필족, 거인들이 세상에 있었다.'"
신부는 성경을 덮었다.
"대체 이게 무슨 뜻일까요? 천사들이 인간과 결혼했다는 말일까요?"
교우들이 웅성거렸다.



"아닙니다. 성경은 신화가 아닙니다."
신부가 손을 들었다.



"이것은 권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폭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느님의 아들들'이란 권력자들을 말합니다. 왕족, 귀족, 강한 자들. 그들은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가졌습니다. '여자들을 골라 모두 아내로 삼았다'는 것은 약자를 착취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나필족', 거인들. 이들은 '용사들로서 이름난 장사들'이었습니다."
신부는 잠시 멈췄다.



"제가 1980년대 신학생이었을 때, 서울 영등포에서 사목 실습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거인들'을 만났습니다."



거인이었던 남자
"그의 이름은 강철수였습니다."
신부가 말을 이었다.




"당시 서른다섯. 키 190센티미터, 몸무게 100킬로그램. 정말 거인 같았죠."
"그는 영등포 일대를 주름잡는 조직폭력배였습니다. '영등포의 철주먹'이라고 불렸죠."
교우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사람을 왜 신부님이..."
"제가 만난 게 아닙니다. 그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신부는 당시를 회상했다.
"1985년 어느 겨울날이었습니다. 영등포성당 고해소에 한 남자가 들어왔습니다."
"거대한 체구, 상처투성이 얼굴, 손가락이 잘린 손. 그가 철수였습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신부님, 저 같은 놈도 용서받을 수 있습니까?'"
신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저는 물었습니다.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그가 대답했습니다. '사람을 때렸습니다. 협박했습니다. 돈을 뺏었습니다. 어떤 여자는... 겁탈했습니다.'"
교우들이 숨을 죽였다.
"저는 충격받았습니다. 하지만 제 입에서 나온 말은 이것이었습니다."
"'하느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철수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 거대한 몸을 떨며."
"'신부님, 저는 거인이었습니다.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했습니다. 원하는 건 뺏고, 방해하는 건 부쉈습니다.'"
"'하지만 이제 알았습니다. 저는 괴물이었다는 것을.'"


거인의 회개
"철수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신부가 계속했다.
"그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술주정뱅이,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죠."
"학교에서는 덩치 때문에 싸움을 잘했습니다. 그것이 그의 유일한 재능이었습니다."
"열여섯에 중학교를 중퇴하고 조폭에 들어갔습니다. 힘이 센 그는 빠르게 올라갔습니다."
"스무 살에는 '철주먹'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서른에는 자기 조직을 이끌었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저는 거인이 된 것 같았습니다. 모두가 저를 무서워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뭐든 가질 수 있었습니다.'"
신부는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어느 날, 그에게 딸이 태어났습니다."
"조직 생활을 하며 만난 여자에게서.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아이는 태어났습니다."
"딸의 이름은 은혜."




"철수는 처음으로 자기보다 약한 존재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딸이 다섯 살 되던 해, 은혜가 유치원에서 돌아와 물었습니다."
"'아빠, 나쁜 사람이 뭐야?'"
"철수가 물었습니다. '왜 그러니?'"
"'선생님이 나쁜 사람은 약한 사람을 괴롭힌대. 그럼 아빠는 나쁜 사람이야?'"
신부는 눈물을 닦았다.
"그 순간 철수는 깨달았습니다. 자기가 괴물이었다는 것을."
"딸의 순수한 눈으로 자신을 보았을 때, 자기가 얼마나 추악한 존재인지 알게 된 것입니다."
"그날 밤 철수는 처음으로 기도했습니다."
"'하느님,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저를 바꿔주십시오. 제 딸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게 해주십시오.'"


거인에서 사람으로
"철수는 조직을 나왔습니다."
신부가 말했다.
"쉽지 않았습니다. 폭력배 세계에서 나온다는 것은 목숨을 거는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는 했습니다. 딸을 위해서."
"보복이 있었습니다. 옛 조직원들이 그를 습격했습니다. 그는 맞았습니다. 싸우지 않고."
"병원에 실려 갔을 때, 의사가 물었습니다. '왜 막지 않았습니까? 당신 실력이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철수가 대답했습니다. '제가 다시 주먹을 쓰는 순간, 저는 다시 거인이 됩니다. 저는 이제 그냥 사람이고 싶습니다.'"
교우들이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퇴원 후, 철수는 건설 현장에서 일했습니다."
"힘이 센 그는 좋은 일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폭력이 아니라 노동으로 힘을 쓴 것입니다."
"그리고 주일마다 딸과 함께 성당에 왔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습니다. 문신투성이 거구의 남자가 작은 딸의 손을 잡고 오는 모습."
"하지만 점차 교우들이 그를 받아들였습니다."
신부는 미소 지었다.
"5년이 지났습니다. 1990년, 철수는 세례를 받았습니다."
"세례명은 바오로. 박해자에서 사도가 된 성인의 이름."
"세례식 날, 철수는 간증했습니다."
신부는 노트를 꺼냈다.
"'저는 거인이었습니다. 나필족처럼 힘으로 모든 것을 지배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살덩어리일 뿐이라고.'"
"'제 안에 하느님의 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괴물이었습니다.'"
"'이제 하느님께서 제 안에 계십니다. 저는 더 이상 거인이 아닙니다. 그냥 사람입니다.'"
"'하지만 행복합니다. 거인일 때보다 훨씬 더.'"
신부는 노트를 덮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성경은 말합니다. 하느님의 영이 사람 안에 영원히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무슨 뜻일까요?"
"사람이 스스로 신이 되려 할 때, 괴물이 된다는 뜻입니다."
"'하느님의 아들들'이라고 자처하며 약자를 착취하고, 거인처럼 폭력을 휘두르고,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빼앗는 것."
"그것은 하느님의 영이 아니라 악령이 들어간 것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하느님의 영이 들어오면?"
신부는 팔을 벌렸다.
"거인은 사람이 됩니다. 폭력배는 아버지가 됩니다. 괴물은 형제가 됩니다."
"그것이 바로 회개입니다."
한 교우가 손을 들었다.
"신부님, 그 철수 씨는 지금 어떻게 지내시나요?"
신부가 웃었다.
"잘 지냅니다. 지금은 예순이 넘었죠."
"작은 건설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은혜건설'이라는 이름으로. 딸 이름을 따서 지었죠."
"그리고 그 회사에서는 출소자들을 고용합니다. 과거에 폭력배였던 사람들, 전과자들."
"철수는 그들에게 말합니다. '나도 거인이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나를 사람으로 만들어주셨다. 너희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곳에서 새 삶을 시작했습니다."
교우들이 박수를 쳤다.
신부가 손을 들어 조용히 하게 했다.
"더 놀라운 것이 있습니다."
"철수의 딸 은혜, 기억하시죠?"
"그 아이가 지금 서른다섯입니다."
"그리고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폭력 피해자들을 전문적으로 돕는."
"아버지가 과거에 가해자였다면, 딸은 이제 피해자의 편에 서는 것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회개의 열매입니다."
신부는 강론대에서 내려왔다.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 안에는 모두 거인이 있습니다."
"폭력을 쓰지 않아도, 우리는 힘으로 다른 이를 억압할 수 있습니다."
"말로, 무시로, 차별로."
"우리도 '하느님의 아들들'처럼 행동할 수 있습니다. 약자를 착취하고, 원하는 것을 빼앗고."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살덩어리일 뿐이다. 교만하지 마라.'"
"우리가 겸손할 때, 우리 안에 진정한 하느님의 영이 머뭅니다."
"그리고 우리는 거인에서 사람이 됩니다."
"철수처럼."
신부는 십자가 성호를 그었다.
"주님, 저희 안의 거인을 죽여주소서."
"그리고 저희를 당신의 자녀로 만들어주소서."
"폭력이 아닌 사랑으로, 지배가 아닌 섬김으로 살게 하소서."
"아멘."
"아멘."
교우들이 화답했다.
미사 후, 신부는 성당 마당에서 철수를 만났다.
"강 바오로 형제님."
"신부님, 오늘 강론 감사합니다."
철수는 이제 예순다섯. 머리는 희었지만 여전히 건강했다.
"제 이야기를 하셔도 괜찮았나 모르겠습니다."
"괜찮습니다. 형제님의 이야기는 희망입니다."
옆에 서 있던 은혜가 말했다.
"신부님, 아버지 덕분에 제가 지금 일을 할 수 있어요."
"어떻게?"
"아버지가 변하는 걸 보며 자랐거든요. 거인이 사람이 되는 걸."
"그래서 저도 믿게 됐어요. 사람은 변할 수 있다고."
"그래서 폭력 가해자들도 변할 수 있다고 믿으며 피해자들을 돕는 거예요."
신부는 두 사람을 축복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과 함께하십니다."
그날 저녁, 신부는 일기를 썼다.
"주님, 오늘 철수를 다시 보았습니다."
"40년 전 고해소에서 울던 그 거인."
"이제는 평화로운 노인이 되었습니다."
"나필족처럼 강했던 그가, 이제는 어린양처럼 순합니다."
"이것이 당신의 능력입니다."
"거인을 사람으로, 괴물을 아버지로, 폭력배를 형제로 만드시는."
"저도 제 안의 거인을 계속 죽이겠습니다."
"교만을, 판단을, 폭력을."
"그리고 당신의 영으로 채워지겠습니다."
"아멘."
"하느님의 아들들은 사람의 딸들이 아름다운 것을 보고, 여자들을 골라 모두 아내로 삼았다... 세상에는 나필족이 있었는데, 그들은 옛날의 용사들로서 이름난 장사들이었다." - 창세기 6:2,4
거인은 힘으로 지배한다.
하지만 하느님의 사람은 사랑으로 섬긴다.
철수는 거인이었다.
이제는 아버지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위대함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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