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시는 하느님(2)

주님의 눈에 든 사람

by 이 범

후회하시는 마음
그날 밤, 지훈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새벽 3시, 그는 성경을 펼쳤다. 어릴 적 박신부에게 받은 것.
창세기 6장이 눈에 들어왔다.
"주님께서는 사람들의 악이 세상에 많아지고, 그들 마음의 모든 생각과 뜻이 언제나 악하기만 한 것을 보시고, 세상에 사람을 만드신 것을 후회하시며 마음 아파하셨다."
지훈은 숨이 막혔다.
"하느님께서... 후회하신다고?"
그는 계속 읽었다.
"내가 창조한 사람들을 이 땅 위에서 쓸어버리겠다."
"그러나 노아만은 주님의 눈에 들었다."
지훈은 책을 덮었다.
'하느님도 후회하신다. 사람을 만드신 것을.'
'나도 후회한다. 이렇게 산 것을.'
그는 무릎을 꿇었다.
"하느님, 저도 쓸어버리십시오."
"저는 악한 사람입니다. 돈을 위해 다른 사람을 죽였습니다."
"제 마음도 악으로 가득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눈물이 쏟아졌다.
"하지만... 제게도 기회를 주십시오."
"노아처럼, 주님의 눈에 들 수 있는 기회를."
다음 날 아침, 지훈은 사표를 썼다.
"부장님, 무슨 일입니까?"
태수가 놀랐다.
"나 그만둬."
"갑자기 왜요? 승진도 코앞인데."
"계속 이렇게 살 수 없어."
"무슨 소리예요?"
지훈은 태수를 똑바로 보았다.
"우리가 하는 일, 옳지 않아."
"법적으로 문제없잖아요."
"법이 전부가 아니야. 양심이 있어. 하느님이 보고 계셔."
태수는 비웃었다.
"하느님? 부장님 종교에 빠졌어요?"
"아니, 정신이 들었어."
지훈은 사무실을 나왔다.
집에 돌아와 수진에게 말했다.
"여보, 나 회사 그만뒀어."
"뭐라고요?"
"미안해. 하지만 계속 그렇게 살 수 없었어."
수진은 잠시 멍했다가 남편을 안았다.
"괜찮아요. 당신이 편하면 돼요."
"우리 당분간 힘들 거야."
"괜찮아요. 함께 힘들면 되죠."
딸 민서가 나왔다.
"아빠, 무슨 일이야?"
"민서야, 아빠가 회사 그만뒀어."
"왜?"
"잘못된 일을 하고 있었거든."
민서는 처음으로 아버지를 존경스럽게 바라보았다.
"아빠... 멋있어."


주님의 눈에 든 사람
3개월 후.
지훈은 작은 컨설팅 회사를 차렸다.
"윤리경영 컨설팅"
기업들에게 올바른 경영 방식을 가르치는 회사였다.
첫 고객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부장님, 아니 사장님."
태수였다.
"태수야, 여긴 어떻게..."
"저도... 회사 그만뒀습니다."
"왜?"
"사장님 보고 생각했어요. 이게 아니구나."
태수는 고개를 숙였다.
"사장님이 떠난 후, 회사가 더 심해졌어요. 양심 없이 돈만 벌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못 참겠더라고요. 그래서 나왔습니다."
지훈은 태수의 어깨를 두드렸다.
"잘했어."
"근데 사장님, 저 같은 놈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요?"
"당연하지. 나도 했는걸."
두 사람은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일 년 후.
지훈의 회사는 작지만 알려지기 시작했다.
"김지훈 대표님, 강연 요청이 또 왔습니다."
"어디서?"
"대학교 경영학과요."
지훈은 강단에 섰다.
"여러분, 저는 실패한 사람입니다."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사십 년 넘게 잘못 살았습니다. 돈과 성공만 쫓았죠."
"그러다 깨달았습니다. 하느님께서 후회하신다는 것을."
"성경 창세기 6장에 나옵니다. '주님께서는 세상에 사람을 만드신 것을 후회하시며 마음 아파하셨다.'"
"왜 후회하셨을까요? 사람들의 악이 세상에 많아지고, 그들 마음이 언제나 악하기만 했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지훈은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성경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노아만은 주님의 눈에 들었다.'"
"노아. 그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악한 세상에서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한 평범한 사람이었죠."
"여러분도 노아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악한 세상에서 올바르게 사는 것. 그것이 하느님의 눈에 드는 길입니다."
강연이 끝나고, 한 학생이 다가왔다.
"교수님, 질문 있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세상이 악한데, 저 혼자 착하게 살면 손해 아닌가요?"
지훈은 미소 지었다.
"좋은 질문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깨달았죠. 손해가 아니라 투자라는 것을."
"뭐에 대한 투자요?"
"영원에 대한 투자입니다."
"이 세상은 언젠가 끝납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나라는 영원합니다."
"노아는 당장의 이익을 버렸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눈에 들었고, 새로운 세상의 시작이 되었죠."
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저녁, 지훈은 가족과 함께 식사했다.
"아빠, 오늘 선생님이 그러는데, 우리 아빠 유명하대."
민서가 말했다.
"유명하긴. 그냥 일 열심히 하는 거지."
"아니야, 선생님이 아빠 강연 영상 보여줬어. 진짜 감동적이었어."
수진이 웃었다.
"당신, 이제 진짜 멋있어요."
"예전에는 안 멋있었어?"
"예전엔 돈만 있었죠. 지금은 마음이 있어요."
지훈은 가족의 손을 잡았다.
"여보, 민서야. 우리 기도하자."
세 사람은 손을 맞잡았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를 후회의 늪에서 건져주셔서."
"노아처럼 주님의 눈에 들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비록 이 세상은 악으로 가득하지만, 저희 가족만큼은 올바르게 살겠습니다."
"아멘."
"아멘."
식사 후, 지훈은 박신부에게 전화했다.
"신부님, 저 지훈입니다."
"오, 지훈이. 잘 지내나?"
"네, 신부님 덕분에 잘 지냅니다."
"내가 뭘 했다고."
"신부님이 그때 저를 안아주셨잖아요. 울게 해 주셨잖아요."
박신부는 잠시 침묵했다.
"지훈아, 자네가 자랑스럽다."
"감사합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에 사람 만드신 걸 후회하신대도, 노아 같은 사람이 있어서 포기하지 않으셨어."
"자네도 그런 사람이야.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포기하지 않으시는 이유."
지훈은 눈물을 닦았다.
"신부님, 과찬이십니다."
"아니야. 진심이야."
그날 밤, 지훈은 일기를 썼다.
"하느님, 일 년 전 오늘, 저는 죽고 싶었습니다."
"제가 악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차라리 사라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당신께서는 저에게 기회를 주셨습니다."
"노아처럼, 새로 시작할 기회를."
"이제 저는 압니다."
"당신께서 사람 만드신 걸 후회하시지만,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으신다는 것을."
"왜냐하면 우리 안에는 아직 희망이 있으니까요."
"변할 수 있는 희망, 올바르게 살 수 있는 희망."
"저는 그 희망이 되겠습니다."
"이 악한 세상에서 주님의 눈에 드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아멘."
에필로그
5년 후.
지훈의 회사는 중견기업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원칙을 지켰다.
"윤리 없는 이익은 받지 않는다."
그날도 한 대기업에서 큰 계약을 제안했다.
"김 대표님, 이 조건이면 10억은 남습니다."
"하지만 하청업체는 어떻게 됩니까?"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럼 거절입니다."
상대방이 놀랐다.
"10억을 거절하시는 겁니까?"
"네. 그 돈은 피 묻은 돈입니다."
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회사는 노아처럼 살려고 합니다."
"노아요?"
"네. 악한 세상에서도 올바르게 사는 사람."
"하느님의 눈에 드는 사람."
"그게 우리 회사의 철학입니다."
그날 저녁, 태수가 말했다.
"사장님, 10억 날렸습니다."
"알아."
"후회 안 하세요?"
지훈은 웃었다.
"하느님께서 인간 만드신 걸 후회하셨대도, 노아를 보시고 희망을 가지셨어."
"나도 마찬가지야. 돈을 잃어도, 양심을 지키면 희망이 있어."
"그게 진짜 성공이야."
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이제 알겠습니다."
"뭘?"
"왜 사장님 회사에 사람들이 모이는지."
"왜?"
"여기는 노아의 방주 같아서요."
"악한 세상에서 유일하게 안전한 곳."
지훈은 직원들을 둘러보았다.
모두 각자의 이유로 이곳에 왔다.
큰 회사에서 양심을 지키다 쫓겨난 사람들.
돈보다 가치를 선택한 사람들.
"맞아. 우리는 방주야."
"이 악한 세상에서, 하느님의 눈에 드는 방주."
그날 밤, 지훈은 창밖을 보았다.
서울의 밤은 여전히 화려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얼마나 많은 악이 일어나는지 그는 알았다.
"하느님, 이 세상은 여전히 악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히 악으로 가득합니다."
"당신께서 후회하실 만합니다."
"하지만..."
지훈은 미소 지었다.
"우리 같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작지만, 올바르게 살려는 사람들."
"노아처럼, 주님의 눈에 들려는 사람들."
"우리가 이 세상의 희망입니다."
"부디 우리를 보시고, 이 세상을 포기하지 마소서."
"아멘."
"주님께서는 사람들의 악이 세상에 많아지고, 그들 마음의 모든 생각과 뜻이 언제나 악하기만 한 것을 보시고, 세상에 사람을 만드신 것을 후회하시며 마음 아파하셨다. 그러나 노아만은 주님의 눈에 들었다."
창세기 6:5-8
세상은 악하다.
하지만 노아 같은 사람이 있다.
하느님께서 후회하시지만, 포기하지 않으신다.
우리가 그 이유다.

월, 화, 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