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아래의 약속
배경 및 인물 소개
조선 세종 11년(1429년)
충청도 공주
주인공:
이복(李福, 84세): 의로운 선비, 자식 없는 노인
김사라(金沙羅, 74세): 복의 아내
김종(金從, 45세): 복의 집에서 태어난 종
혜능 대사(慧能大師, 69세): 고승
이득(李得, 59세): 복의 조카
깊은 탄식
세종 11년 봄.
승리의 기쁨이 지나간 후.
복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여보, 왜 그렇게 한숨만 쉬세요?"
사라가 물었다.
"생각이 많소."
"무슨 생각요?"
"하늘님께서 약속하셨소."
"네?"
"큰 민족이 되게 하신다고."
"후손이 별처럼 많아진다고."
"그런데..."
복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우리에게 자식이 없지 않소?"
사라는 말을 잃었다.
그날 밤.
복은 혼자 제단으로 갔다.
"하늘님..."
무릎을 꿇었다.
"제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에게 큰 민족이 되게 하신다 하셨는데."
"자식이 없습니다."
"저는 이제 팔십사 세."
"아내는 칠십사 세."
"더 이상 희망이 없습니다."
복은 눈물을 흘렸다.
그때 환상이 나타났다.
빛이 복을 둘러쌌다.
"복아."
"하늘님!"
"두려워하지 마라."
"두렵지 않습니다. 다만..."
"나는 너의 방패다."
"알고 있습니다."
"너는 매우 큰 상을 받을 것이다."
복은 용기를 내어 물었다.
"주 하늘님, 저에게 무엇을 주시렵니까?"
"무엇을 원하느냐?"
"저는 자식 없이 살아가는 몸입니다."
복이 탄식했다.
"제 집안의 상속자는 제 종 김종이 될 것입니다."
"김종?"
"네. 제 집에서 태어난 종입니다."
"사십오 년 전에."
"저보다 나이가 마흔 아래입니다."
"그가 제 집안을 물려받을 것입니다."
복은 슬펐다.
"하늘님, 저를 보십시오."
"당신께서 자식을 주지 않으셔서."
"제 집의 종이 저를 상속하게 되었습니다."
별을 세어보라
하늘님의 음성이 다시 들렸다.
"그가 너를 상속하지 못할 것이다."
"예?"
"네 몸에서 나온 아이가 너를 상속할 것이다."
"하지만 저는 팔십사 세입니다!"
"나를 믿지 못하느냐?"
복은 머뭇거렸다.
"믿습니다만... 어떻게..."
그때 환상 속에서.
복은 밖으로 나갔다.
밤하늘이 펼쳐졌다.
별들이 가득했다.
"하늘을 쳐다보아라."
하늘님께서 말씀하셨다.
복은 고개를 들었다.
수없이 많은 별들.
"네가 셀 수 있거든 저 별들을 세어 보아라."
복은 별을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하지만 너무 많았다.
"백, 이백, 삼백..."
헤아릴 수 없었다.
"못 세겠습니다..."
"너의 후손이 저렇게 많아질 것이다."
"제 후손이... 저렇게요?"
"그렇다."
복은 눈물을 흘렸다.
"믿기 어렵습니다만..."
"믿느냐?"
복은 잠시 망설였다.
보이는 것으로는 불가능했다.
팔십사 세에 자식이라니.
하지만.
"믿습니다."
복이 말했다.
"비록 이해되지 않아도."
"비록 불가능해 보여도."
"하늘님, 당신을 믿습니다."
환상이 사라졌다.
복은 제단 앞에 엎드렸다.
"하늘님, 당신을 믿습니다."
"제게 자식을 주시든 안 주시든."
"당신을 믿습니다."
다음 날 아침.
혜능 대사가 찾아왔다.
"복 거사,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어떻게 아셨습니까?"
"거사님 얼굴이 환하십니다."
복은 미소 지었다.
"하늘님께서 약속하셨습니다."
"무엇을요?"
"제 몸에서 나온 자식이 저를 상속한다고."
"정말입니까?"
"네. 제 후손이 별처럼 많아진다고."
"믿으십니까?"
복은 고개를 끄덕였다.
"믿습니다."
"비록 불가능해 보여도."
"하늘님께서 하시면 가능합니다."
혜능 대사가 말했다.
"그 믿음을 하늘님께서 의로움으로 인정하실 것입니다."
언약의 의식
며칠 후.
하늘님께서 다시 나타나셨다.
"복아."
"네, 하늘님."
"나는 주님이다."
"알고 있습니다."
"이 땅을 너에게 주어 차지하게 하려고."
"너를 함흥에서 이끌어 낸 이다."
복은 감격했다.
"그렇습니다. 당신께서 저를 부르셨습니다."
"일흔다섯에."
"고향을 떠나라 하셨습니다."
하지만 복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주 하늘님, 제가 이 땅을 차지하리라는 것을."
"무엇으로 알 수 있겠습니까?"
"증표를 원하느냐?"
"송구하오나... 네."
하늘님께서 말씀하셨다.
"삼 년 된 암소 한 마리."
"삼 년 된 암염소 한 마리."
"삼 년 된 숫양 한 마리."
"그리고 산비둘기 한 마리."
"어린 집비둘기 한 마리를 나에게 가져오너라."
복은 급히 준비했다.
삼 년 된 암소.
삼 년 된 암염소.
삼 년 된 숫양.
산비둘기.
어린 집비둘기.
"하늘님, 준비했습니다."
"짐승들을 반으로 잘라라."
"반으로요?"
"그렇다. 잘린 반쪽들을 마주 보게 놓아라."
"새들은?"
"새들은 자르지 마라."
복은 말씀대로 했다.
암소를 반으로 잘랐다.
암염소를 반으로 잘랐다.
숫양을 반으로 잘랐다.
마주 보게 놓았다.
새들은 그대로 두었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기다려라."
시간이 흘렀다.
맹금들이 날아왔다.
죽은 짐승들을 노렸다.
"저리 가!"
복이 쫓았다.
"이것은 하늘님께 드린 제물이다!"
맹금들이 다시 왔다.
복은 계속 쫓았다.
해가 저물었다.
복은 지쳤다.
"하늘님... 언제까지...?"
그때 깊은 잠이 쏟아졌다.
복은 쓰러졌다.
환상 속에서.
공포와 짙은 암흑이 그를 휩쌌다.
"하늘님!"
하늘님의 음성이 들렸다.
"복아, 잘 알아 두어라."
"네, 하늘님."
"너의 후손은 남의 나라에서 나그네살이할 것이다."
"남의 나라요?"
"그렇다. 사백 년 동안."
"사백 년!"
"종살이를 하고 학대를 받을 것이다."
복은 놀랐다.
"왜 그런 고통을...?"
"하지만 두려워 마라."
"네 후손이 종이 되어 섬길 민족을 나는 심판하겠다."
"그런 다음, 네 후손은 많은 재물을 가지고 나올 것이다."
"그때가 언제입니까?"
"사 대째가 되어서."
"그리고 너는?"
"저는요?"
"너는 평화로이 네 조상들에게로 갈 것이다."
"너는 장수를 누리고 무덤에 묻힐 것이다."
복은 위로받았다.
어둠이 깔렸다.
갑자기.
연기 뿜는 화덕이 나타났다.
타오르는 횃불도.
그것들이 쪼개 놓은 짐승들 사이로 지나갔다.
"하늘님!"
"이것이 언약이다."
하늘님께서 선포하셨다.
"나는 이 땅을 너의 후손에게 준다."
"압록강에서 큰 강까지."
"두만강에서 한강까지."
"모든 땅을."
"조선 땅 전체를요?"
"그렇다."
"그리고 그 너머까지."
믿음의 확증
다음 날 아침.
복은 잠에서 깼다.
제단 앞이었다.
"꿈이었나...?"
아니었다.
제물들이 그대로 있었다.
반으로 잘린 짐승들.
"정말이었구나..."
복은 무릎을 꿇었다.
"하늘님, 감사합니다."
"언약을 맺어주셔서."
"저와 제 후손에게."
"비록 어려움이 있겠지만."
"사백 년의 고난이 있겠지만."
"당신께서 함께하실 것을 믿습니다."
사라가 달려왔다.
"여보! 밤새 어디 계셨어요?"
"제단에 있었소."
"무슨 일이 있었나요?"
복은 아내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별을 세는 환상.
언약의 의식.
사백 년의 예언.
"그러니까... 우리에게 자식이 생긴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소."
"팔십사 세와 칠십사 세에요?"
"하늘님께서 약속하셨소."
사라는 눈물을 흘렸다.
"정말... 믿어도 될까요?"
"믿어야 하오."
복이 아내의 손을 잡았다.
"하늘님께서 약속하셨으니."
"반드시 이루실 것이오."
에필로그 - 기다림의 믿음
일 년이 지났다.
아직 자식이 없었다.
"여보, 아직도 안 생기네요."
"기다립시다."
"언제까지요?"
"하늘님의 때까지."
이 년이 지났다.
여전히 자식이 없었다.
"여보..."
"기다립시다."
"하지만..."
"하늘님을 믿소."
오 년이 지났다.
복은 이제 팔십구 세.
사라는 칠십구 세.
여전히 자식이 없었다.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이복 어르신이 자식이 생긴다고 하셨대."
"팔십사 세에?"
"하늘님께서 약속하셨대."
"하지만 벌써 오 년이 지났는데..."
"거짓말 아닐까?"
하지만 복은 흔들리지 않았다.
"하늘님께서 약속하셨소."
"반드시 이루실 것이오."
"언제요?"
"그건 모르겠소."
"하지만 반드시 이루실 것이오."
혜능 대사가 찾아왔다.
"복 거사, 아직도 믿으십니까?"
"물론입니다."
"오 년이나 지났는데요."
"오십 년이 지나도 믿을 것입니다."
"왜요?"
"하늘님께서 약속하셨으니까요."
혜능 대사는 감탄했다.
"그 믿음..."
"대단하십니다."
어느 날, 득이 찾아왔다.
"아저씨, 괜찮으세요?"
"왜?"
"자식이 안 생기잖아요."
"생길 것이다."
"언제요?"
"하늘님께서 아실 것이다."
"포기하지 않으세요?"
"포기?"
복이 웃었다.
"득아, 내가 함흥을 떠날 때."
"일흔다섯이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갔지."
"그때도 믿음으로 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보이지 않아도."
"이해되지 않아도."
"하늘님을 믿는다."
득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는... 정말 대단하세요."
십 년이 지났다.
복은 구십사 세.
사라는 팔십사 세.
여전히 자식이 없었다.
하지만 복은 여전히 믿었다.
밤마다 별을 보며.
"하늘님, 저 별들처럼."
"제 후손이 많아질 것을 믿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당신의 약속을 믿습니다."
사라도 함께 기도했다.
"하늘님, 저희는 늙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늙지 않으셨습니다."
"당신께는 불가능이 없으십니다."
"기다리겠습니다."
"당신의 때를."
그들의 믿음은.
세월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았다.
"주님의 말씀이 환시 중에 아브람에게 내렸다. 아브람아,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너의 방패다. 아브람이 아뢰었다. 저에게 무엇을 주시렵니까? 저는 자식 없이 살아가는 몸입니다. 주님께서 그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말씀하셨다. 하늘을 쳐다보아라. 네가 셀 수 있거든 저 별들을 세어 보아라. 너의 후손이 저렇게 많아질 것이다. 아브람이 주님을 믿으니, 주님께서 그 믿음을 의로움으로 인정해 주셨다."
- 창세기 15:1-6
믿음이란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것.
이해되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기다리는 것.
복은 팔십사 세에 약속을 받았다.
자식을 주신다고.
후손이 별처럼 많아진다고.
오 년이 지났다.
십 년이 지났다.
여전히 자식이 없었다.
하지만 복은 믿었다.
흔들리지 않았다.
기다렸다.
그것이 믿음이다.
하늘님께서는 그 믿음을
의로움으로 인정하셨다.
행위가 아니라.
믿음이.
이해가 아니라.
신뢰가.
증거가 아니라.
확신이.
그것이 의로움이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보이지 않아도.
이해되지 않아도.
오래 기다려도.
믿어야 한다.
그것이 하늘님께서 기뻐하시는
진정한 믿음이다.